출교 장로가 세운 ‘진해 맑은 교회’
출교 장로가 세운 ‘진해 맑은 교회’
  • 강만원
  • 승인 2015.05.1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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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원 ⓒ <뉴스 M>

좋은 목사들만큼이나 나쁜 목사들, 아니 악랄한 목사들이 너무 많다. 요즘 언론 매체를 뒤덮는 대형교회의 일부 비리 목사들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형교회의 비리는 그나마 언론이나sns를 통해서 즉각 전해지기 때문에 해당 교회는 외부의 비난이 두려워서라도 나름대로 경계하겠지만,이런 위협(?)에서 벗어난 지방의 중대형 교회나 중소 지역교회 담임목사들의 비리와 일탈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들이 세상 모르고 날뛰듯이 경계를 한참 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장로와 *** 집사를 오늘 날짜로 출교한다!”

지방의 모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장로와 부인 자매를 출교시켰다. 이유는, “담임목사의 목회를 비판하고 교회 안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교인이 악의적으로 목회를 훼방하고 교회를 분열시킨다면 담임목사는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의 의견을 물어서 해당 교인을 출교시킬 수 있다. 교회를 온전히 지키는 것이 목회자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임목사는 성경적인 의미에서 ‘출교’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출교黜敎의 성경적인 의미는 교인의 자격을 박탈하는 준엄한 정죄로서, 종교적인 판단에 따라서 “사탄에게 내준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출교 당한 교인은 “구원을 잃었다”는 선언이며, 이는 종교적인 사형을 선고 받는 것인데 일개 목사가 감히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다(유형은 조금씩 다르지만, 교회 정관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탈을 저지르는 목사들의 만행이 미주 한인교회를 비롯해서 한국교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교회의 담임목사는 공동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의적인 결정을 내렸다. 담임목사의 제청으로 공동의회를 열었지만,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서 찬송가를 반복해서 부르며 한참 기다린들 어떤 교인도 출교안을 발의조차 하지 않자 기다리다 못한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출교를 선언한 것이다.

혹시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중대한 사유’가 있지 않았을까 저어해서 나름대로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유인즉, 출교당한 자매가 “담임목사님과 교역자들의 공식적인 사례비를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여러 항목으로 정해진 비공식적인 급여를 없애고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자”고 공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 출교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한 마디로 ‘꽤심죄’에 걸린 것이다.

담임목사 사례비를 대외 홍보용으로 ‘000 만원’으로 책정하고 실제로는 선교비, 목회활동비, 자녀교육비, 사택관리비, 차량유지비, 심방비, 도서비, 체력단련비 등의 명목으로 사례비 이외의 허다한 금액을 지불하는 치졸한 꼼수는 한국 교회의 전형적인 관행이다. 그리고, 이런 꼼수가 목사들로 하여금 ‘자기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삯꾼으로 만드는 원흉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남 S 교회 O 목사의 사례비는 월 2000만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장부에 기록된 ‘급여 계정’의 사례비일 뿐이다. 그 목사가 어떤 기독교 단체의 대표인 장로에게 선뜻 거액의 후원금(?)을 주었던 적이 있었다. 일회성 행사지원비로는 지나치게 많은 2000만원이라는 금액(2000만원)에 조금은 부담스러워 하는 장로에게 그 교회 담임목사는 마치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주 태연하게, “신경쓰지 마십시오. 제가 영수증 처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자금이 월 1억은 됩니다”라고 자기 입으로 자랑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런 일은 한국의 대형교회에서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교회의 타락은 목사의 타락에서 비롯되었고, 목사의 타락은 교만과 탐욕에서 비롯되었으며, 교만과 타락을 부추기는 요인은 다른 무엇보다 목사들로 하여금 “하나님보다 재물을 섬기는” 가증스런 외식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에 투명한 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트’ 그리스도인의 정당한 자세이며 명백한 의무이다. 그것을 이유 삼아 출교시켰다면 그런 목사는 더 이상 ‘주님의 교회’의 목회자가 아니라 주의 뜻을 배역하는 ‘목사 교회’의 사이비 교주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은 그런 추악한 범죄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 졸지에 출교 당한 ***장로와 *** 집사 부부는 ‘목사 교회’의 불의를 똑똑히 지켜보고 난 뒤 보란 듯이 ‘** 맑은 교회’를 세웠다. 장로가 목회하는 교회로서 이른바 목사 목회에 맞선 평신도 목회를 당당히 시작한 것이다.

갓 세워진 ** 맑은 교회는 이제 스무 명 남짓의 작은 공동체이지만, 그곳에서 나는 펄펄 살아 움직이는 원형 교회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고, 주의 공동체로서 사랑과 나눔, 섬김과 배려가 있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혹시, 교회에서 출교 당하고 새로운 교회를 세웠다는 파격적인(?) 모습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낄 형제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부언한다. 진해 맑은 교회 목회자인 ***장로는 외과 전문의로 결코 적지 않은 수입이 있었지만, 제도권 교회의 치명적인 타락에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의 중직이었던 그는 새로운 사역을 위해서 전문의로서 모든 수입을 포기하고 무려 3년 반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의료 선교사로 무임 봉사했다.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을 열면서 마침내 병원 지하에 교회를 세웠다. 지역 토박이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병원이라서 지금도 적지 않은 수입이 있지만, 장로 부부는 병원 3층의 사택에서 기거하면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입을 선교 사역과 교회 운영을 위해서, 그리고 교인들 가운데 홀로 사는 자매의 생활을 돕기 위해서 상점을 얻어주는가 하면 가난한 교인들에게는 가족이 함께 묵을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는 등, 소리 없이 구제에 열중했다.

장로 부부는 창원의 모 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계속 빚을 내가며 억 대의 헌금을 바치고 나서 결국 가정이 파탄에 이른 교인에게 부인 자매는 교인에게 “교회를 떠나라”고 주저 없이 진언하고, 담임목사에게는 “가난한 교인들에게 그런 부담을 주는 것이 진정 하나님의 뜻이냐?”고 따져 물었다. 물론 결과는 전과 거의 동일하고...

어떤 것이 주의 계명을 오롯이 실천하는 목회자의 자세인가? 주께서 말씀하셨고 성경에 명백히 기록했듯이, 주의 종인 목사는 모름지기 섬기는 종의 신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지위를 허투루 앞세워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이 진정 주의 종으로서 목회자가 될 수 있는가? 그런 사이비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정녕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소경이 소경을 따라가면 둘 다 죽음의 수렁에 빠질 뿐이다!

목사에게 의존하는 신앙은 반드시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 목사가 ‘왕처럼’ 군림하는 교회에 예수는 없기 때문이며, 예수가 없는 교회에 그리스도의 구원은 없기 때문이다.

평신도 목회자가 겸손한 마음으로 형제들을 섬기는 ‘진해 맑은 교회’가 성경적인 원형 교회의 본을 보이고 있다. 가정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지역 교회로, 나아가 한국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본'이 되는 진정한 교회로 우뚝 세워지기를 마음을 다해 기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당연히 마다하지 않겠다. 어제 보았는데, 진해 맑은 교회 형제들의 맑은 눈망울이 벌써부터 그립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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