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번진 공립학교 기도 논쟁
또 다시 번진 공립학교 기도 논쟁
  • 홍성종
  • 승인 2009.09.1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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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소재 고등학교 교장 등 학교 행사 중 기도해 소송 휩싸여… 연방지방법원 무죄 선언

▲ 공립학교에서 기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교직원을 지지하는 시민이 펜사콜라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지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 헤럴드트리뷴)
"예수님 이름으로 감사 기도합니다." 공립학교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식사기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청교도 신앙에 기초한 건국 이념과 헌법에 보장한 종교 자유를 놓고 또 한 차례 논쟁이 미국을 휩쓸었다.

플로리다 북서부 팬핸들(PAN HANDLE) 지역에 자리한 패이스고등학교 프랭크 레이 교장과 로버트 프리먼 체육 주임이 학교 내 체육 시설 준공 행사에서 기도했다는 이유로 올 초 소송에 휩싸인 이후 지루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지난 9월 10일 펜사콜라연방지방법원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로저스 연방지방판사는 "레이 교장의 행위는 경솔했지만, 종교 행위를 금지한 동의 명령(Consent Order)을 의도적으로 어겼다기보다 관습 행위로 기도했다고 본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만일 범법 사실이 인정되었다면 징역 6개월과 최고 5,000달러의 벌금에 처할 형편이었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 1월 교내 체육 부대시설 준공 기념 오찬에서 레이 교장이 프리먼 체육주임에게 기도를 부탁했고, 프리먼 교사는 이 같은 요청에 응해 기도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들을 비롯해 교사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참석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장소 기도가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 학교 2명의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대리해 미국시민자유연대(America Civil Liberties Union: ACLU)가 소송을 제기한 것. 미국시민자유연대는 소장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기도를 장려하거나 제시, 지지, 참여,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동의 명령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공립학교 기도 논쟁은 건국이념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다른 한쪽의 신앙의 자유가 또 다른 쪽 신앙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논쟁으로 불붙으며 외부까지 번져갔다.

미 의회 내 기도 모임 소속 제프 밀러(플로리다, 공화당) 하원의원 등 3명의 의원들은 교사를 지지하는 편지를 보내 “건국에 참여한 수많은 선조가 신앙에 뿌리를 두었고, 신앙 정신이 헌법과 독립선언문을 비롯해 여타 법률과 선언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우리나라의 건국정신과 불가분관계에 있는 기도 전통이 범법 행위로 여겨진 상황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나라를 이룩한 선조에게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도 금지 지지 그룹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힌두교 등 모든 신앙도 이처럼 보장받을 있는가"고 물으며, "학생들을 특정 신앙으로 구속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펜사콜라연방지방법원이 자리한 다운타운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교장과 교사를 지지한 수백 명의 교사, 학생,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몰려와 "기도는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다", "기도의 자유를 보장하라" 등의 피켓과 티셔츠를 입고 지지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지지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미국시민자유연대를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무죄 판결의 배경은 자유시민연대의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시민연대는 교사 개개인의 처벌보다 공립학교 기도가 학생들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대는 1920년에 창립한 비영리단체로 헌법에 보장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각종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50만 회원이 가입해 있다.

홍성종 / 플로리다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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