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런이 아니라, 패스터다'
'레버런이 아니라, 패스터다'
  • 이승규
  • 승인 2009.10.01 10:0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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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 굳이 레버런이라고 하는 목회자들

'hi, i'm Reverend(레버런) ○○○'. 얼마 전 몇몇 목회자들과 함께 어디를 갈 일이 생겼다. 이 목회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데 하나같이 '레버런 ○○○'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을 봤다. 영어가 짧은 나는 목사를 지칭하는 말은 'pastor(패스터)'로 알고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몇몇 목회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패스터와 레버런의 차이를.

우선 인터넷 검색 결과부터 보자. 'Reverend'(레버런)의 정의는 '기독교 성직자에게 붙이는 경칭'이라고 나와 있다. 경칭은 존경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영어 번역으로는 '목사님'으로 되어 있다. 'pastor'(패스터)는 '구체적으로 개신교 성직자를 이렇게 부른다'고 되어 있다. 영어 번역으로는 '목사'다.

몇몇 목회자에게 자문을 얻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랑 대동소이했다. 다만 이 목회자들은 "다른 사람이 소개할 때는 레버런이라고 해도 되지만, 자신 스스로를 상대방에게 소개할 때는 패스터로 해야지, 레버런이라고 하면 무식한 것이다"는 대답을 덧붙였다.

그런데 왜 목회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그렇게 소개할까. 한 목회자는 '목회자들이 영어가 짧아서 그런 것'이라고 좋게 해석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삐뚤어진 권위 의식'이 있어 일부러 자신을 레버런이라 칭할 수 있다. 굳이 목사를 가리키는 패스터란 단어가 있는데, 레버런이라고 쓸 이유는 없다.

우리는 판사를 'judge(저지)'라 부른다. 그러나 법원에 가서 판사 앞에 서면 우리는 'honor(아너)'라 부른다. 존경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판사가 법원 바깥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honor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판사를 어떻게 볼까. 똑같은 상황이다.

다른 목회자한테 들은 이야기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 서점에서 일하는데, 하루는 자신한테 와서 푸념을 하더란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물어봤는데,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게 목회자들이라는 얘기를 했단다. 교회 서적도 꽤 많이 파니까, 목회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목회자가 '내가 목산데, 이것밖에 안 깍아주냐'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충분히 깍아주는데 말이다.

교계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목산데"다. 조금만 불리해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도, 권위를 내세워야 할 때도 이 말을 가장 많이 쓴다. 하지만 권위는 그렇게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낮출 때 그 권위가 생긴다. 목회자가 자신을 레버런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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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019-04-20 12:17:55
사전에 보면, 목회자를 호칭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나의 단어가 한 가지 의미만 말하지는 않지요 ^^;

paul 2009-10-06 20:09:03
나는 Reverend 이지만 동료들이 나를 부를 때 그냥 Pastor도 붙이지 말고 paul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Rev.라고 하면 상당히 어색하다. 그러나 내 직함을 쓸 때 비행기표나 공식적으로 물어 올때 Reverand를 쓴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불러 주는 것도 이상 할 것이 없는 거쇼 같은데 기자님 너무 오버하시는 것 아닐까

Joe Yang 2009-10-03 00:16:42
퍼스트 네임과 함께(예를 들면 'Pastor Bradley') 부르는 경우도 있고, 흑인 교회의 경우에는 Pastor 보다는 Rev.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읍니다. 굳이 Rev.호칭를 쓴다고 보기 보다는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해서 그러는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