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죽음 앞에서 종교에 대해 회의 느꼈지만"
"동생의 죽음 앞에서 종교에 대해 회의 느꼈지만"
  • 방지은
  • 승인 2010.05.18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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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아픔 딛고 종교 간 화해 나선 나이지리아 이제키엘 목사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당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이제키엘 목사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역력했다. 2009년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내전 때 동생을 잃은 이제키엘 목사는 "종교의 역할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두나에 있는 NGO 단체인 Abrahamic Peace Centre에서 종교 평화와 갈등 해결을 위한 코디네이터이기도 한 이제키엘 목사. 현재 그는 미국 Hartford Seminary에서 진행하는 국제 평화 프로그램(International Peacemaking Program)을 밟고 있다.

▲ 이제키엘 목사는 나이지리아의 종교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종교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유약한 종교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이제키엘 목사의 바람이다. 나이지리아는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분쟁이 잦은 국가다. 특히, 이제키엘 목사가 살고 있는 카두나 지역은 이슬람 세력이 더 막강하다. 그는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함께 축구 경기 보는 경우를 빗대며 두 종교 세력 간의 갈등을 묘사했다.

"선수가 골을 못 넣은 경우, 무슬림이 예언자 무하마드를 거론하며 그였더라도 골을 넣지는 못 했을 거라 말하는 건 괜찮습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기독교인이 똑같은 말을 한다면 무슬림은 바로 그 기독교인을 죽일 겁니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신학교에 무슬림 단체가 들어와 기독교인 8명을 죽인 사건을 언급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는 두 종교를 걱정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기독교인은 한 뼘을 맞으면 다른 한 뼘을 대라는 성서의 말씀에 따라 살았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이 강해질수록 기독교인의 마음가짐도 변하게 되고 무슬림에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인은 자기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서 무슬림과 싸우게 되고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제키엘 목사는 나이지리아의 종교적 분쟁은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힘 없는 자들을 조종하면서 종교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일이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교육받지 못한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제키엘 목사는 정치적인 세력에 의해 동원되고 조정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군대를 들었다.

"입대할 때만해도 '국방 수호'가 저의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군으로부터 내 민족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알았죠. 제대할 쯤에 깨달았습니다. 우리 동족은 서로 죽이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정치가들은 문제없이 잘 사는데, 군인은 종교 분쟁을 빙자한 그들의 정치 놀음에 이용당하고 있던 겁니다."

이슬람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종교 간의 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제가 몸담고 있는 신학교에도 이슬람 과목을 제안했습니다.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기독교에 대해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슬람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슬람에 대한 폭넓어진 시야는 기독교 신자인 제가 무슬림과 협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각도로 타 종교를 볼 수 있어야 종교 간의 화해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종교 간의 화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 예방'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면 Abrahamic Peace Centre를 통해 종교 지도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제키엘 목사. 기독교 지도자들에게는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무슬림 지도자들과는 코란을 펴두고 토론을 하면서, 두 종교 지도자들의 근본적인 상호 이해를 돕고 싶다고 했다.

"보통 기독교인들은 이스마엘은 버림받은 자식이고 무슬림은 이스마엘의 자손이라고 배웁니다. 또 이삭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이 이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이스마엘을 그렇게 버리려고 했다면 이스마엘과 하갈을 정식적으로 내보냈을 리가 없습니다. 무슨 계획이 있으셨던 겁니다. 예수님도 기독교인과 비 기독교인에 차별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이 점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통역 · 황남덕 목사 / 정리 · 방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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