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같은 이단적 가르침엔 왜 잠잠한가
'긍정의 힘' 같은 이단적 가르침엔 왜 잠잠한가
  • 박지호
  • 승인 2010.07.15 11: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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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구원파 반대 시위 나선 목회자들 보며 해본 공연한 상상

사뭇 결연했다. 말싸움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얼마 전 뉴욕교회협의회 목회자들이 피켓을 들고 뉴욕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인들이 목사의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피켓을 드는 일은 있어도, 외부 이슈에 의사 표현이 소극적인 한인 목회자들이 시위를 벌이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는 그 자체로 이색적인 광경이다.

이슈는 이단이고, 대상은 박옥수다. 박옥수의 구원파가 여러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됐다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기쁜소식선교회는 박옥수 씨를 내세워 수년 전부터 <뉴욕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올리고, 대형 집회를 열어가면서 뉴욕에서 공격적인 선교를 벌여왔다. 이에 교협 목사들은 "가정을 파괴함은 물론, 영혼을 죽이고 앞으로의 삶을 방해하는 이단이 미국 동포 사회를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원화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타 신앙 집단과 으르렁대는 것은 민망한 일이지만 '유사 진리'가 '진짜 진리'를 위협하고 피해자를 양산하는 현실에 목회자로서 의분을 느끼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기독교 진영 안에서 가짜 복음을 진짜인 양 전파하는 자들이다. 교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내뱉는 이단적 가르침은 훨씬 더 위협적이다. 

▲ 외부 이슈에 의사 표현이 소극적인 한인 목회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인 것 자체만으로 이색적인 광경이다.
우리 안에 있는 밀교적 영성은?

기독교 진영 내부에 이단적 가르침이 만연하다는 말에 동의하기 힘든가. 행크 해네그래프 소장(CRI: Christian Research Institute)이 쓴 <Christianity in Crisis(바벨탑에 갇힌 복음)>을 보자.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소위 '번영신학'과 '믿음운동(Faith Movement)'의 문제를 치열하게 파헤쳐온 그는 <바벨탑에 갇힌 복음>에서 기독교 진영 내부에 만연한 '사이비 복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 행크 해네그래프가 쓴 <바벨탑에 갖힌 복음>.
해네그래프 소장은 베니 힌, 존 해기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조차 베스트셀러 저자로 통하는 <긍정의 힘>의 조엘 오스틴, <긍정적인 생각이 주는 기쁨>의 조이스 마이어 등에게도 '이단적'이라는 규정을 주저 없이 내린다.

"조엘 오스틴이나 조이스 마이어 같은 인물들은 오류가 오류를 낳고 이단이 이단을 낳는다는 오랜 격언의 산 증거다. 그렇다. 그들은 기독교에 위기를 불러왔다." (<바벨탑에 갇힌 복음> 중에서)

이단이란 무엇인가. 해네그래프 소장은 고든 루이스 교수(덴버신학교)의 말을 인용해 "이단이란 그리스도 혹은 성경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부수적인 계시, 근본적인 신조를 부차적인 문제로 돌림으로써 기독교의 중심 메시지를 왜곡하는 모든 종교 운동"이라고 요약했다. 

기독교의 중심 메시지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긍정의 삶'을 부르짖는 믿음운동 사역자들 역시 이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믿음신학 설교자들은 기독교의 핵심 중의 핵심을 모호하게 교란시키며 심지어 배척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초점을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지상의 덧없는 것들에 맞춘다."(<바벨탑에 갇힌 복음> 중에서)

긍정의 힘 따위로 대표되는 믿음신학 설교자들에게 신앙이란 '하나님을 믿음'이 아니라, "믿음을 믿음(Faith in faith)"이다. 믿음이 곧 힘인데, 언어가 이 힘을 담는다고 말한다. 곧 말을 통해서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하나님도 이런 '믿음법칙'에 따라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키기 때문에 "하나님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믿음의 힘을 믿는다."

조엘 오스틴은 믿음의 힘을 통해서 건강, 성공,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믿음운동의 대표주자다. 그가 말하는 '비전'이란 '성공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그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 그에게 믿음은 성공을 얻을 수 있는 주문이요 비법일 뿐이다. 그리스도 자체가 목적이지만, 이들에게 예수는 물질적인 번영을 이루는 수단일 뿐이다.

▲ 해네그래프 소장은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가는 ‘형통복음’의 전도사들의 왜곡된 영성을 심도 깊게 분석했다. 왼쪽부터 조이스 마이어, 케네스 코플랜드 부부, 베니 힌, 조엘 오스틴.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는 길은 헌금을 내는 것"

해네그래프 소장은 믿음신학 설교자들의 특징을 추적하며,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는 길은 헌금을 내는 것이라고 내뱉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헌금은 "일종의 돈 놓고 돈 먹기"에 불과하다며 "기독교의 미명을 뒤집어 쓴 사기와 연막의 다름 아니라"고 개탄한다.

돈 놓고 돈 먹으려면 필요한 것이 판돈이다. 그래서 형통 복음을 외치는 거짓 선지자들이 애용하는 또 다른 구호는 "필요하면 씨앗을 심어라"다. 해네그래프 소장은 '씨앗믿음'을 거론하면서 유명한 TV 부흥사이자 오럴로버츠대학을 설립자인 오럴 로버츠 목사를 지목했다

"로버츠는 이렇게 말한다. '베풂의 씨앗은 믿음의 씨앗이다. 그런데 산에게 움직이라고 말하기 전에 씨앗을 심어야 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씨앗심기는 송금의 동의어다. 씨앗 믿음의 선전은 탐욕의 돈 내고 돈 먹기 복음보다 약간 낫다. 1987년 1월 4일, 오럴 로버츠는 그가 한 것 가운데 가장 악명 높은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3월까지 8백만 달러를 모으지 못하면, 하나님이 자기 목숨을 거둬 가실 것이라고 했다." (<바벨탑에 갇힌 복음> 중에서)

틈만 나면 이민 교회에 영적 독약 살포하는 부흥사들

▲ 세계 최대 감리교회를 이끄는 김홍도 목사(왼쪽 사진)와 세계 최대의 순복음교회를 이끄는 조용기 목사(오른쪽 사진). 세계 최대란 수식어 때문일까. 성경을 왜곡하는 가르침에도 이들을 향해선 얌전하다.

"씨앗 심기는 송금의 동의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때만 되면 미주 한인 교회를 찾아 "영적인 독약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부흥사들의 핵심 메시지다."

십일조 잘하고, 주일 성수 잘하고, 담임목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신앙의 핵심인 것처럼 외치며 교인들을 풍요와 성공의 노예로 만드는 믿음신학 설교자가 한둘인가.

"다윗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성전 건축을 하게 되었다"며 건축 헌금을 강요한다. 건축을 위해 헌금하면 그 대가로 축복이 따라오는 것처럼 메시지를 전한다.

미주에 있는 어느 대형 교회 목사는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환란 닥친다"며 교인들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주의 종은 '현금'으로 섬기라며 목사에 대한 왜곡된 충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모든 메시지에는 해네그래프 소장이 지적한 '심은 대로 거둔다'는 '축복 논리'가 담겨 있다. 

세계 최대 감리교회를 세웠다는 김홍도 목사는 또 어떤가. 최근 뉴욕의 어느 한인 교회에서 "십일조 안 하면 구원 못 받는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기독교의 핵심인 구원이란 의제를 십일조라는 부차적인 것과 연결시키면서 기독교의 중심 메시지를 왜곡했다. "헌금함에 동전이 짤랑하고 떨어질 때 연옥의 영혼이 깨어난다"고 외치며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 가톨릭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해네그래프 소장 소장은 믿음운동 설교자들이 이교의 밀교적 세계관과 흡사하다며 조용기 목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목회하는데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4차원의 영적 세계>라는 책에서 '4차원의 능력'이라는 이름 아래 똑같은 믿음공식을 교조화하고 있다." (<바벨탑에 갇힌 복음> 중에서)

"밀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창조하는 능력이 그들 자신 안에 있고, 주변 세계를 초자연적으로 변화, 창조 혹은 조성할 수 있는 내재적인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조용기 목사의 메시지에서도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 불량식품은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긍정의 힘이란 영적 불량식품이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유통되고 있다.
교인들에게 사기 치는 번영복음 전파자들

해네그래프 소장은 "이 세상의 문화는 신분 상승과 물질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믿음운동 판매원들은 바로 이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번영 복음 전파자들은 중세 교황이 면죄부로 그랬듯 오늘날 교인들에게 동일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교권에 의해 자행됐다 사라진 가난한 자들의 착취는 "번영의 복음" 시대를 맞아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으로 횡행하고 있다. 테첼은 연옥에서 꺼내주겠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등을 쳤다. 오늘날 거짓 교사들은 빈곤에서 자유를 주고 한 평생 호의호식하게 해주겠다며 신세대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 (<바벨탑에 갇힌 복음> 중에서)

믿음신학 설교자의 메시지에 동의하는 탓일까, 대형 교회 목사라는 교세에 눌려서일까. 박옥수의 구원파와는 몸싸움도 마다치 않는 목사들도 '헌금이라는 씨앗만 잘 심으면 물질 축복을 받을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목사들 앞에선 얌전하다.

공연한 상상을 해본다. '긍정의 힘'을 복음의 비밀인 것처럼 찍어대는 출판사나, 이를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지런히 진열해두는 서점이나, 물질 축복을 위해 헌금을 쥐어짜는 강단 앞에서, 성도의 영적 건강을 위해 시위하는 목사들의 모습을. "OOO 목사는 성경을 왜곡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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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2018-10-18 10:10:03
정말 말이 없다..기도하자 기도하자 용서하자

지나가면서 2010-07-28 06:36:49
중요한 주제임에 틀림 없습니다만, 한국 교회도 조직으로 얽혀있어서 큰 교회 목사님을 거스리면 화를 당하는 것을 알기에 소리를 죽이고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죽고 나면 비판의 소리도 들리겠지요. 한국 교회를 흐려 놓은 분 1호는 조용기 목사님이 틀림 없다고 믿습니다. 경박한 성공주의 설교로 신앙 생활을 천빅한 기복신앙으로 조형한 일 말입니다.

나무 2010-07-17 13:30:51
기성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 마음속에 있다던 그분의 말씀...

이유 2010-07-17 11:35:53
구원파는 기성교회를가면 구원이 없다 말하는 반면.... 오스틴은 그런 이야기는 안 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