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지만…'
'한인 교회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지만…'
  • 박문규
  • 승인 2010.08.06 20: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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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재외 동포 참정권 시대 속에 한인 교회

2012년부터 미국에 사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본국 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것은 해외 거주 대한민국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위원회의 판결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한다.

영주권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틀림없는 일이고 보면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그들이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원래 한국 법에 의하여 보장된 권리인데 박정희 유신 체제에 의해 박탈된 것이기에 빼앗긴 권리를 되찾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 역사상 처음으로 본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미주 교포들은 설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 세금도 내지 않고 한국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나, 참정권은 세금을 내느냐에 상관없이, 어디에 사느냐에도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 기본권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참정권의 범위를 해외 교포들에게까지 확산한다는 것은 평등주의 정신에 입각한  한국 민주주의의 일보 전진이라고 말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한인 디아스포라의 인적 자원과 잠재력을 본국 발전의 동력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라고 하는 시대정신에 맞추어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인 교포들에게 한국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고 또 거기에 합당한 발언권도 부여한다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있는 교포들도 보다 국제화된 시각을 본국 정치에 소개하고 또 교포들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염려되는 점도 있다. 첫째로 본국 정치에 교포들이 참여하게 되면 가뜩이나 미국 정치나 사회에 대해 관심이 적은 교포들이 본국 정치만 바라보게 되어 이곳 한인 커뮤니티가 미국 사회에 통합되지 않고 게토화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포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미국 사회에서 나오는 갖가지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여 교포들이 한국 정치에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에 대하여도 합리적인 의견을 지니고 참여하게끔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를 하고, 선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나타날 것에 대한 우려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온 것도 국민들이 피 흘리며 싸워서 된 것임을 기억할 때 그런 투쟁의 역사를 갖지 못했고 시민사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교포 커뮤니티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절차상의 정의를 소화할 수 있을지가 염려된다. 

이미 단체장들의 선거가 부정과 불법으로 이루어 졌다고 법원으로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지 않은가? 혹시라도 교포 사회의 선거에 부정이나 불법이 생겨 미국 교포들이 본국인들에게 비도덕적이라고 보여 지면 어떨까 하는 것이 걱정이다. 

셋째, 한국 정치에서 한 자리 하겠다는 인사들이 본국 정치인들 앞에 줄서기 경쟁이 치열하게 되어 볼썽사나운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이다. 이번 한인 회장 선거에서 두 명의 한인 회장이 나타난 것도 바로 한인 회장이 되는 것이 본국 비례대표 국회 의석을 받는 지름길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보니 이런 염려가 그저 기우만은 아닐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교포들에게 참정권이 없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본국 정치인 후원회를 만들어 서로를 비방하고 교포 사회를 분열시켰던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특별히 한국에 입후보자들은 대부분 정당의 공천을 받는 자들이고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해 정당을 위한 투표가 따로 있기 때문에 미주에서의 선거 운동도 정당 간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주에서 한국의 정당 지부를 만드는 것은 미국법 위반이기 때문에 무슨 연구회니 봉사회니 하는 모습의 편법 조직을 만들어 정치 활동을 해야 하고 벌써 그런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 것을 본다. 이것 역시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본국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하다가 미국에서 망신스러운 일을 당하면 안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정당들이 아직 뿌리가 약하여 사당화(私黨化) 가능성이 많은데 그렇다면 교민 사회의 정치판도 정책에 대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치인 개인들의 권력 투쟁의 각축장이 될 지도 모른다.

이와 연관되어 특별히 걱정되는 것은 이민 교회들이 정치력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애쓰고 특히 기독교 지도자들이 본국 정치인에게 줄을 서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중간 집단의 역할이 빈약한 교포 사회에서 교회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본국 정치인들은 교회를 그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그 기회를 정치적 입신양명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한국 교회로서는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몇몇 교회 지도자들이 이명박 장로와 가깝다는 것을 너무 자랑하고 다녀서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포들이 투표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의 걱정들 때문에 참정권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한국의 지방 자치제가 부패한 토호들의 발호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 있는 염려가 있었지만 지방자치제 실시는 민주 발전을 위한 큰 전진이었다. 그와 같은 논리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있어도 이번 참정권 획득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자.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우리 교포들의 몫이다. 그 중에서도 교회의 책임이 무겁다. 교회는 교포들이 미국법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과 규칙을 지키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 지도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이다.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되는 참람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혹시 교회협의회 같은 기관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정치적 중립을 호소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박문규 / 캘리포니아인터내셔날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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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ountain 2010-08-11 14:11:34
세상을 보는 눈을 바로 잡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벌써부터 국회의원들이 미국으로 와서 환영회를 한다고 난리 법석들을 하는 걸
보면서 씁쓸해 하고 있습니다.
교회 목사님들마저 나는 누구와 친하다, 또는 동문이다 하며
자랑하신다는 말도 들려 옵니다.
교회가 정치판이 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합니다.
투표는 개인이 자유로 하되 교회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 정치 토론회 같은 것이 만들어 진다면
교회는 분열하고 세속에 물들게 되겠지요.

오레지오 2010-08-10 08:35:58
하나님은 선한길에 서길 원하십니다. 정치적 선을 추구해야지요. 교회내에 토론기구를 조직해서 지금부터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휩쓸릴 수 있습니다. 정치는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신앙인에게 있어 정치적 판단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정치적 중립이란 게 있을 수 없답니다. 그럼 투표하지 말자는 것이니 말입니다. 관심갖지 말자는 것이니 말입니다. 학자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실망입니다.

wordservant 2010-08-10 00:21:15
균형잡힌 시각으로 좋은 글을 주신 것 고맙습니다.

sue 2010-08-09 12:41:37
오랫만에 뉴조에서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계속 좋은 글로 어두운 눈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