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목사 제도로 분쟁 고리부터 끊어라"
"임시목사 제도로 분쟁 고리부터 끊어라"
  • 김성회
  • 승인 2011.02.22 03: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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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인터뷰] 27년간 임시목사만 해온 찰스 스벤슨 목사

교회 분쟁이 일단락되고 나면 교인들은 서둘러 후임 목회자부터 찾는다. 설교도 잘하고, 상처 받은 마음도 어루만져주고, 분쟁이 나기 전보다 교회도 부흥시킬 수 있는 슈퍼맨 같은 후임 목사를 고대한다. 하지만 교회 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담임목사 청빙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잦다.

슈퍼맨 목사를 찾는 대신 임시목사(Interim Pastor)를 두는 것은 어떨까? 한국 교회에서 임시목사직은 은퇴 목사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 목회 현장에서는 전문 목회로 자리 잡았다. 미국장로교 임시목사협회(The Association of Presbyterian Interim Ministry Specialists: APIMS) 소속으로 지난 27년간 임시목사직만 전문적으로 해온 찰스 스벤슨 목사는 현재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윌셔장로교회에서 2년째 임시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전임 목사와의 단절 없이 분쟁의 해결 없다"

스벤슨 목사는 전임 목사와의 분쟁으로 교회가 깨졌거나 목사가 나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임 목사와의 단절"이라고 단언했다.

“전임 목사가 교인들 사이에 개입하면 치유는 일어날 수 없다. 전임 목사에게 교인들과의 교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라. 대화가 안 된다면 노회에 도움을 청하라."

찰스 목사는 현재 자신이 시무하고 있는 윌셔장로교회의 예를 들었다. 윌셔장로교회는 특이하게 흑인과 필리핀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장로교회다. 두 인종 간의 갈등이 심각해질 무렵 전임 목사가 은퇴하고 찰스 목사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중이다. 찰스 목사는 "전임 목사의 은퇴 전 5년간 목회 과정에서 교인들끼리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청빙 위원회를 구성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주 공동의회에서 드디어 목사청빙위원회가 구성됐다. 2년 만의 일이다"라며 기뻐했다. 전임 목사가 은퇴하고 청빙 위원회 구성까지 2년의 세월이 걸렸다니 한국 교회에선 흔치 않은 경우다. 

"청빙 전에 갈등부터 해결하라"

화합의 요령을 묻자 "우선 당회원과 수련회 등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교회의 문제점을 들어보고 중요한 연결 고리를 파악할 것"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과제가 도출 됐다면 "교인 가정 집 등에서 모임을 열고 당회원들이 2~3명 참여하는 가운데 교인들을 자유롭게 모아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그 다음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치유를 위한 전 교인의 집회 등을 열어보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전임 목사를 용서하고, 전임 목사를 쫓은 사람을 용서하고, 그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배척했던 교인들을 서로 용서하는 것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다.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다음 단계로 간다면 반드시 다른 분쟁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찰스 스벤슨 목사)

이 정도 준비가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다음 단계로 찰스 목사는 전교인 수련회를 통해 모든 교인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이 교회의 보물 다섯 가지를 종이에 적어보라"고 권하며 교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회가 자랑할 만한 사업, 교인들이 보람을 느끼는 지점을 파악했다고 했다.

이렇게 모여진 주제를 가지고 당회의 논의를 통해 치유 이후의 사업을 구상하고 장·단기 과제를 선정하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사업을 하면 일을 통해 교인들의 상처가 아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대부분의 교단의 경우 임시목사는 정식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 사심 없이 분쟁이 쓸고 간 현장에서 교회의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임시목사라는 것이 직업으로는 어떤지, 얼마나 많은 교회들이 임시목사를 찾고 있는지, 임시목사를 위한 전문 교육 과정은 있는지 등을 찰스 목사를 통해 들어봤다.

임시목사의 정의를 내려 본다면?

교회가 임시목사를 두지 않고 바로 다음 목사를 뽑으니 회중 사이의 갈등이 해결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불러 문제를 키운다. 임시목사는 교회에 숨 쉴 수 있는 공간과 치유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상처를 그 다음 목사가 떠안게 된다. 보통 치유에는 2년이 걸린다.

임시 목회가 전문직이 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에 구체화됐다. 새 목사가 와도 전임 목사와 있었던 똑같은 갈등이 재현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은퇴 목사가 임시목사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좀 더 전문적인 사역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Interim Ministry Network(이하 IMN)라는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임시 전문 사역자들이 처음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공회, UCC, 루터교, 장로교, 침례교 등이 모두 한 뜻으로 모였다. 우리가 임시목사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임시 목회자가 되려면?

항상 옮겨 다니며 살 준비가 되어있거나, LA 같은 대 도시에 사는 것이 좋다. 난 1997년부터 LA에 살고 있다. 1997년부터 6 교회에서 일했다. 라미라다, 브렌트우드, LA 등지의 교회에서 임시목사로 일했다.

전체로는 27년간 18군데의 교회에서 임시목사를 했다. 1984년에 10년간 해왔던 담임 목회를 그만 두고 난 후 임시 목회를 전문으로 했다. IMN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15년 전부터 미국장로교 교단도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12년간 교육도 맡아왔다. 여행을 다닐 준비만 되어있다면 괜찮은 직업이다.

임시목사를 찾는 교회가 많은가?

아주 많다.

젊은 사람도 도전할 수 있나?

물론이다. 한인 교회에서 임시목사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 엄청난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별도의 수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 되나?

내가 강의를 맡고 있는 미국장로교 임시 목회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Week 1 프로그램이 있다. 총 30시간 교육한다. 보통 Week 1을 강의하면 50-60명이 오는데 Week 2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임시목사를 할 생각이 없다손 치더라도 Week 1 강의는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임시목사를 하려고 Week 1을 듣고 나서 임시목사를 안 하기로 정하는 사람도 꽤 된다. Week 1 강의에서는 임시 목회에서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친다.

보통 일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예전에 비하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UCC(연합그리스도교회, United Church of Christ)에서 일할 때는 1년 정도였다. 그 교단은 교인들이 자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연습이 잘 돼 있어서 임시목사직 수행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장로교는 행정적 절차가 복잡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 지금 일하고 있는 윌셔장로교회의 경우 지난 주 목사청빙위원회가 구성됐다. 내가 여기 온지 2년 됐다.

2년이면 꽤 긴 시간인데, 회중들의 반발이나 불만은 없나?

교회의 미션을 다시 재점검 하고 사명 선언문을 다시 쓰고, 상처받은 교인들을 치유하고, 전임 목사와의 갈등으로 시작된 상처도 치유했다. 교회의 비전도 새로 만들고, 사업 계획도 세우고, 회중 교육도 실시했다.

이제 준비가 됐다고 여겨져서 목회자청빙위원회를 구성했고 4-5월경에 이력서를 받을 예정이다. 청빙위원회에 임시목사는 못 들어간다. 청빙위원회 구성은 공동의회를 통해서 한다. 보통의 경우 노회가 책임자를 보내서 목회자청빙위원회를 이끈다. 청빙위원회 구성은 추천위원회에서 하지만 공동의회의 선출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분쟁에 시달린 교회에 들어간 임시목사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전임 목사와 분쟁이 있었고, 당회가 목사를 불신하고, 목사가 화나서 그만 둔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목사가 못 오게 해야 한다. 찾아가서 부탁하라. "당신은 전임 목사니까 경계선을 존중해달라. 교회에 찾아오거나 교인들을 만나서 골프를 치는 등 안팎에서 교인들과의 접촉을 삼가달라." 말을 통하지 않으면 노회를 통해 일을 하라. 노회가 목사를 교회에 못 오게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당회원들을 모아 수련회를 가거나 특별 당회를 열어라. 무엇이 잘못 됐었는지. 말하도록 만들어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유를 가지고 나오겠지만 그 중 진짜 문제가 뭔지 찾아내야 한다. 교인 가정에서 모임을 해보는 것도 좋다. 당회원 중 2~3명이 참여하고 오고 싶은 교인들은 아무나 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 당회가 할 일을 만든다. 전임 목사를 용서하고, 전임 목사를 내 쫓은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서로를 용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면 다음은 교회의 정체성에 맞는 목표를 세울 때다. 2~3년간 이런 일을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경에 집중해서 설교하고, 노숙자 급식을 계속 진행하고, 미국장로교 교단 규례에 좀 더 익숙해지자"는 식의 목표를 내놓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장기적인 목표일 필요는 없다. 다음 목사가 오기 전에 마칠 수 있는 짧은 프로그램도 괜찮다.

치유 사역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집회도 좋은 예가 된다. 모든 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지만 한 번은 모든 교인들을 모아서 큰 규모의 치유 집회를 가진 적도 있었다. 교인들끼리의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로에게 "이런 것이 문제였고, 나도 문제였고,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하면 이런 시간이 정말 도움이 된다. 치유가 됐다고 여겨지면 청빙위원회를 구성할 준비가 됐다고 본다. 청빙위원회가 구성되면 청빙위원회가 노회의 조언과 함께 새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것으로 임시목사의 역할은 끝나게 된다.

임시목사의 청빙 절차는 어떤가?

일단 임시목사 청빙위원회가 당회에서 구성된다. 그 곳에서 임시목사 후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임시목사를 청빙한다. 이 모든 권한은 당회에 있다. 보통 12개월을 기준으로 청빙하고 일단 청빙 이후에 조정해서 늘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한정 없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3년이 지나도 문제 해결을 못했다면 그건 임시목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명심할 것은 임시목사는 절대로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직접 겪었던 일 중 임시목사가 이래서 필요하다는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면?

내가 3년 전 섬겼던 교회의 예가 있다. 출석 교인이 300여 명가량 되는 교회였다. 교인들과 목사가 매우 심하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던 중에 노회 목회위원회가 개입해서 목사를 해임하고 당회도 해산시켰다. 그러고 나서 나를 노회 지정 목사(stated supply pastor)로 불렀다.

내가 교회가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회를 새로 구성하는 일이었다. 당회원이었던 사람들은 3년간 다시 당회에 못 들어오게 했다. 12개월 후 임시목사(interim pastor)가 됐다. 그 후 목회자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목사를 청빙했다. 목회자를 해임하고 당회도 해산시킬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로 다시 당회를 구성하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니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항상 교회를 옮겨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찰스 스테븐슨 목사.
난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한 군데 오래 있으면 질리는 성격이라 이게 딱 맞았다. 설사 교인들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어도 다 받아줄 수 있었다. 2~3년만 머무르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교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내 목표기 때문이었다. 모든 상황은 다 다르고 다 심한 도전을 받는다. 임시 목회자를 청빙해야 할 상황이면 대부분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 임시목회는 매우 많은 교회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영어 회중이 아닌 경우를 돌볼 수 있는 타 인종 임시목사가 많이 필요하다. 한인들 중에서도 임시목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시목사의 급여 수준은 어떤가?

이번 교회는 월급이 적어서 전임 목사와 같은 월급을 달라고 했다. 브렌트우드장로교회(LA지역 부촌인 UCLA 인근의 장로교회)에서 2년 7개월간 일할 때는 70%만 받았다. 보통 전임 목사의 80-100%받는다. 로스랜초스 노회 등은 임시목사에게 담임목사와 같은 월급을 줄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일부 노회에서는 임시목사가 사임하고 나서 3개월의 월급을 줄 것을 계약에 넣도록 한다. 물론 임시목사가 그 기간 동안 다른 곳에 자리를 구하면 더 줄 필요는 없다. 27년 일하면서 한 달 일 안 한 적이 있을 뿐 계속 다른 자리로 옮겨 다녔다. 항상 2~3개의 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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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tsburgher 2011-03-03 00:26:14
임시목사제도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교회에서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먼저 전문적인 임시목사를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시무했던 교회도 제가 부임하기 전 2년간 임시목사님께서 많은 수고를 해 주셔서 얼마나 치유와 회복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 후에 담임목사를 청빙했기에 과거의 상처와 짐이 새로온 목사에게 큰 족쇄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두기 2011-02-25 04:41:48
"전임 목사를 용서하고, 전임 목사를 쫓은 사람을 용서하고, 그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배척했던 교인들을 서로 용서하는 것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다.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다음 단계로 간다면 반드시 다른 분쟁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위 기사에 나온 이말, 너무 좋은 말이라 여기 한번 더 강조합니다.

바두기 2011-02-22 23:08:35
정말 좋은 기사입니다. 좀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