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필요 없는 세상 도모하는 자가 바로 언론인이다"
"언론 필요 없는 세상 도모하는 자가 바로 언론인이다"
  • 김명곤
  • 승인 2011.04.06 11: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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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언론의 비판적 논조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암울했던 70년대 중반 몇 권의 시대 풍자적 저작으로 유신정권의 철권통치에 감히 도전하고 나선 이 아무개 교수가 있었다. 그는 군 장교 시절 사병에게 돌아갈 식량을 한 하사관이 착복하려는 것을 발견, 즉석에서 두들겨 팰 정도로 의기충천한 사람이었다.

통신사 외신부 기자, 모 신문 월남전 종군기자, 편집위원을 거치는 동안 소위 '시대를 보는 눈'을 갖게 되었는데 모 대학 언론학 교수가 된 뒤로 내부에서 들려온 양심의 소리에 괴로워 하다가 몇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우상과 이성>, <전환시대의 논리>, <8억인과의 대화> 등이었다. 그런데 이 책들이 그만 양반들이 춘향전 돌려 읽듯 이 사람 저 사람 건네지게 되어 일약 '지하 베스트셀러'가 되고 말았다.

그의 글들은 당시 정부 발표문이나 충실하게 받아쓰고 있던 신문들의 행간이나 읽으면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시대를 더듬고 있던 자칭 지성인들의 양심에 망치질을 가하는 충격을 주었다.

사실 이 교수의 글들은 한껏 기교를 부렸다거나 이리 저리 주석을 달아가면서 쓴 논술 형태가 아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실증적 자료를 동원한 그의 글들은 언뜻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는 단순한 외침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묘하게도 읽는 사람의 의식 깊은 곳을 헤집는 마력이 있어서 그 시대를 고민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아, 속아 살았구나'라는 공통의 회한을 남기게 하였다.

90년대 열혈 운동권 학생들이 읽는다면 하품이나 하게 될 지극히 상식적인 글들이 당시에는 운동권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식자층의 의식화 필독서가 되어 버렸고, 이 교수는 정보기관에 의해 '의식화의 원흉'으로 찍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의 글쟁이들이 으레 그러했듯 그는 '빨간물'을 뒤집어쓰고 수차례 감방을 들락거려야 했다.

고발·비판은 언론의 부차적 기능인가?

종종 이민 사회에서 진정한 언론의 모습이 무엇이냐는 문제로 설왕설래가 있는 것 같다. 밤늦도록 현란한 색상의 칼라 TV의 오락성에 맛들이고 프로 스포츠 기사를 거쳐 그럴듯한 미담 기사 몇 개로 구색을 맞춘 신문들만 읽어온 사람들에게 빳빳한 논조의 신문은 소화 불량감임에 틀림없을 터이다.

일반적으로 비판, 폭로기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신문의 감시·고발·비판 기능을 신문의 부차적 기능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왜곡된 부분은 '적게, 조용히' 취급하기를 원하고 밝고 아름다운 면을 크게 부각시키기를 원한다. 그들은 신문의 감시·고발·비판 기능이 우리사회를 혼란스럽고 불화, 불신, 반목하게 만들어 종국에는 파멸시킬 것이라 믿는다.

정말 그런가? 인류 역사상, 사실에 입각한 비판, 고발 기사를 다루는 언론인 때문에 한 사회나 국가가 파멸에 이른 적이 있었던가? 쇠가죽처럼 끈질기고 당찬 두 기자의 폭로로 시작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은 무너지고 말았는가?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반전운동 을 가감 없이 보도했던 언론들 때문에 미국 사회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는가?

단순 '정보전달'에서 벗어나야 할 언론인

우리 시대에 언론인, 특히 신문 매체 언론인에게 충실한 정보 전달자 역할만 요구하는 것은 한 시간에 수만 자의 활자를 쳐대는 인쇄소 직공이나 속기사가 돼달라는 것과 같다.

변절을 밥 먹듯 하던 일제시절의 자칭 민족지들, 그리고 군사정권 시절의 '어용 언론'들 속에서 대기업체 사원 같은 월급쟁이 언론인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 시대에 주는 대로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인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공산주의 사회밖에는 없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서에 집단사고(集團思考)의 폐단에 관한 실례들이 등장한다. 그 책에는 '문제 있음'을 사전에 감지한 극소수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집단의 집단사고에 파묻혀 재난을 당한 실례들로 일본의 진주만 공격, 챌린저 우주선 폭발사고, 한국전쟁 등이 소개된다.

사실 전문가 집단에서 대다수가 '문제없다, 잘 돼간다' 라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동의를 할 때 "아니다, 문제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분명한 부도덕, 범법행위가 다수 대중의 도덕성을 타락시키거나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깨고 있을 때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한다는 것 또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언론인은 '이의 있소!'와 '아니오!'를 말해야 하는 사람

언론인은 누구인가? 그는 '이의 있소!'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이 잘 돼 간다'라고 말할 때, '잠깐, 잘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골머리 싸고 탐구하는 사람이 언론인이다.

그는 집단적 자기도취에 빠져 황홀경을 헤매고 있는 종교 집단 속에 들어가서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며 시비를 걸 수 있는 신학교 졸업반 학생 같은 사람이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고 말할 때 돌다리를 두들겨야 하는 사람이 언론인이다.

언론인은 누구인가? 그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교묘한 술수로 자기의 충실한 부하 우리아 장군을 전쟁터에 내몰아 죽게 한 후 그의 아름다운 아내를 탈취한 다윗 왕 앞에서 '불가'를 단호하게 외쳐댄 나단 선지자 같은 사람이 언론인이다.

언론인은 그럴듯한 궤설과 위엄으로 양떼 같은 대중에게 면죄부 구매를 요구하던 교부들에게 항변한 마르틴 루터 같은 사람이다. 서릿발 같던 독재정권의 전횡과 유신 교설에 빠져 있던 독재자를 향해 '거짓이오'라고 말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언론인이다.

한마디로 우리 시대의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문제없어 보이는 환경의 뒷막을 들춰내고 문제를 찾아서 뒤적거리는 자요, 문제 있는 환경의 내막을 정직하게 고발, 비판해서 집단 파멸을 방지코자 하는 '환경 감시자'로 우리 곁에 늘 세워 둬야할 '파숫군'이다.

하여, 긍극적으로는 언론인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도모하는 자가 바로 언론인이다.

김명곤 / <코리아위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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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i99.com 2011-05-07 19: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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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라면 2011-04-08 00:41:41
그리고 덧 붙여서 한마디 더하자면 영어가 제대로 안되시는 분들이 왜 미국 신학교에 앉아서 돈만 갖다 바치고들 계신지요?영어로 신학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시면서 무슨 공부를 하고들 계신지 궁금합니다. 목회자들중에 미국의 유수 신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는데 영어 성경 한줄 제대로 읽는 분을 별로 보질 못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영어가 안되는데 영어로 어려운 신학공부를 어떻게 할수 있나요? 정말 궁금해서 질문함다.

짜장라면 2011-04-08 00:35:38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그런데 밑에 댓글 다신 분의 글 또한 맘이 와 닿네요... "하나님의 교회를 감시, 감독하는 것도 교만에서 나온다"라는 의견도 깊이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교회는 결국 주님이 다스리십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바른 목회자가 양성이 되고 배출이 되어야 할것 입니다. 신학교육 부터 바로 잡혀야 합니다...신학교가 먼저 바로 세워져야 합니다... 특히 미주지역의 한인 신학교들...

십자가 2011-04-07 07:05:03
세상에 언론인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독언론인은 세상언론인과 달라야한다. 세상기능과 역활에 목적을 둔다면 오늘날 교회들은 세상정부가 그러는 것처럼 그런 언론으로 인해 조정될 것이다. 세상에서 하던것처럼 교회에 들어와 이익을 목적으로 언론인이 된다면 결국에는 정화기능이 아닌 물만 혼탁하게하는 물고기에 머물수 밖에 없다. 언론인들이여 명심하라! 우리모두 죽을수 밖에 없었던 죄인들이었음을!

십자가 2011-04-07 06:59:45
이 글은 자칫 언론인들이 이시대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인 것 마냥 올려놓는다. 성경에도 없는 기독언론... 언론인... 선지자적인 역활을 언제 성경에서 언론인에게 주었던가? 기독언론의 목적이 언제부터 선지자적 역활인가?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무시하고 감독해야한다는 교만에서 나온다. 기독 언론의 역활과 목적이 무엇인지 교계와 교단들은 확인해야 한다. 비성경적 역활과 목적은 혼란만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