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의 카르텔을 깨뜨리는 복상이 되어 주길
비겁의 카르텔을 깨뜨리는 복상이 되어 주길
  • 김회권
  • 승인 2012.02.13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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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복음과 상황] [255호 자리를 뜨며]

창간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서 오늘까지 <복음과상황>에 참여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습니다. 창간 편집위원 세대의 마지막 책임을 떠맡는 심정으로 발행인 직을 맡았으나 많은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물러납니다. 복음주의 청년 잡지로 시작된 <복음과상황>이 잉태되던 해는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 시절이었고 고고지성을 울리며 이 땅에 태어난 해는 노태우 정권 하였습니다. 에큐메니칼 진영이 민중신학과 민주화 투쟁으로 상처를 입고 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형제들의 고난에 공명하지도 못했고 공감하지도 못했습니다. 선지자적인 정적주의나 비관주의에 빠진 채 기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복음주의권 선교단체나 교회에 다니던 청년들은 신앙을 행동으로 표현할 때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영적 소통이 시작됨을 깨닫고 역사의 광장으로 뛰어들기로 결단했습니다. 격변하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여러 도전 앞에 그리고 1990년대 동구권 몰락 이후 급속히 세속화되어 가던 한국교회의 쇠락 앞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기독 청년들이 <복음과상황>을 통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복음과상황>이 만든 연대와 운동 공간은 기독 청년들의 다른 부문운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복음과상황>이 지나 온 20여 년의 여정은 생존 자체를 걱정하여야 할 위기를 한 번 겪은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발행인으로 섬기던 지난 3년 또한 <복음과상황>은 자기의 존재 이유를 부단히 되물어야 했던 독한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저는 발행인으로 적지 않은 행복과 보람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제 보람과 감사 제목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복음과상황>을 살릴 기드온 300용사를 찾기 위해 기도하고 글을 띄웠을 때 독자들이 보내 주신 후원 열기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둘째, 재정적인 위기에 몰릴 때마다 고난의 짐을 져 준 박종운 전 이사장과 최은상 현 이사장, 그리고 전 편집장 이광하 목사와 현 편집장 박총 형제님과 나눈 교유와 동역 경험입니다. 그분들은 제 인생과 신앙 여정에 만난 위로요 소망의 그루터기입니다.

셋째, 황병구 편집위원장을 비롯한 편집위원회 형제자매들의 헌신과 기자단과 간사의 묵묵한 수고를 보면서 받은 위로와 소망입니다. 이 분들은 현재 대한민국 어디가서도 구할 수 없는 인재들입니다. 이들은 거의 무한 리필의 봉사정신으로 매월 <복음과상황>을 산파해 내고 있습니다. 오로지 하나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자신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할지 모르나 그들은 이 세상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인재들입니다. <복음과상황>이 재정적인 대성공을 거두거나 독자 배가운동에서 비약적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들은 실로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엮어 주신 드림팀입니다.

넷째로, <복음과상황>에 글을 써 준 분들,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을 알게 된 일입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복음과상황>에 쏟아냈습니다. 이렇게 귀한 분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하나님의 통치에 순복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허무주의에서 건져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형원 목사같은 귀한 인물이 발행인 직을 맡는 것을 보며 홀가분하게 떠납니다. 그는 과묵하고 온유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목회자요 사상가입니다. 모쪼록 신임 발행인이 이처럼 귀한 인재 동아리를 잘 섬겨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한국교회와 청년운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복음주의라는 말이 기독교신앙의 실천과 사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동원하는 비겁의 카르텔, 타협적 중간 노선을 미화하는 슬로건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복음과상황>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려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저 1989년의 11월의 독일 민중처럼 행동하는 신앙인의 신령한 대오가 되길 빌어마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 후원자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김회권 / <복음과 상황> 발행인
본보 제휴 <복음과 상황>,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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