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모르는 이스라엘
당신들이 모르는 이스라엘
  • 전현진
  • 승인 2013.04.20 14: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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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① [미주뉴스앤조이] 창립 6주년 특별 기획, '이스라엘을 가다'

▲ 유월절 기간 중 통곡의 벽을 찾은 유대인들. 이스라엘 최대 명절인 유월절에는 종교인들부터 일반 유대인들까지 다양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통곡의 벽을 찾는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3월 25일 밤, 유대 민족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됐다. 예루살렘 성의 밤은 정통 유대인들의 차지다. 검고 하얀 옷에 귀 밑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은 남자들과 고운 천으로 머리를 싸매고 어두운 빛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통곡의 벽으로 모여든다. 10명까지 자녀를 낳기도 하는 정통 유대인들은 네댓 명의아이들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밀며 예루살렘 성 골목을 가로지른다.

예루살렘 성을 매일 같이 오가는 종교적 유대인들은 대부분 '극정통파 유대인'(Ultra-Orthodox Jews)과 '정통 유대인'(Orthodox Jews)들이다. 이들은 주로 메아쉐아림(Me'a She'arim)에 모여 산다. 예루살렘 성 북서쪽으로 몇 분만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이 마을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종교적 삶을 선택한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각종 전자 기기는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신문도 보지 않는다. 유대 율법에 따라 '정결'한 상태를 가리키는 코셔(Kosher), 이 코셔라는 말은 유대 정결 음식 외에도, 코셔 신문, 코셔 드레스, 코셔 컴퓨터 등 삶의 각종 영역에 적용된다. 메아쉐아림에 사는 유대인들은 율법을 절대적 원칙으로 여기며 모든 삶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선교사는 이곳 메아쉐아림을 이스라엘의 '청학동'이라고 부른다. 유대 문화와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이들은 성경의 율법에 순종하며 살기 위해 이런 삶을 선택했다. 종교적 관습을 철저히 지키며 산다는 말과 옛 전통을 유지하며 산다는 말은 유대인들에게는 같은 말인 셈이다. 이스라엘에서 유대교는 전통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스라엘의 기초 교육 과정에선 유대 경전을 역사 수업 시간에 배운다. 모세와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이들에게 종교가 아닌 조상의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 정통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 메아쉐아림.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종교인들 모두가 극단적인 종교성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들 사이에도 종교적 열심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안식일이 끝나는 토요일 밤, 가족과 함께 여전히 통곡의 벽에 남아 기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예루살렘 성 밖으로 나가며 담배를 입에 문 채 술집이나 예루살렘 뉴시티의 환락가로 향하는 이들도 있다.

예루살렘 성을 중심으로 하는 올드시티(Old City)만 상상해온 이들에겐 현대식 건물로 가득찬 예루살렘 뉴시티(New City)의 모습은 생소하다. 뉴시티에는 화려한 쇼핑센터와 '이방인들보다 더 이방인 같은' 유대인들이 활보한다. 종교적 열심이 가득한 유대인을 '상상'해온 이들에겐 종교인들의 일탈은 떠올리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이런 정통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 중 일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종교적인 도시 예루살렘에서도 전체를 대변해주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종교인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에 15~20% 정도를 차지한다.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을 세속 국가라며 인정하지 않는 종교인들 중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마약과 섹스의 도시 텔아비브, 현대 이스라엘의 상징

지중해 바다를 끼고 자리 잡은 텔아비브(Tel Aviv)의 밤은 밝다. 텔아비브는 사도행전 10장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욥바를 포함한 항구 도시다. 이스라엘 건국을 앞두고 세워진 유대인 최초의 세속 도시이기도 하다.

텔아비브 밤은 멈추지 않는다. 매년 관광객이 넘치는 예루살렘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예루살렘과 다른 기대를 품고 온다. 텔아비브는 세속과 향락의 도시다. 텔아비브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밤 문화'. 세계의 젊은 남녀가 술과 춤에 젖은 밤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마약과 섹스, 향락의 냄새가 도시 곳곳에 배여 있다. 동성애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던 텔아비브 번화가에서 가장 찾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유대 회당이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과 인근 국가 중에서 윤락가와 마약 거래가 가장 성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텔아비브의 밤 문화는 예루살렘 뉴시티로 전해지고 있다.
▲ 이스라엘 최초의 현대 도시 텔아비브. 도심 곳곳에 성인 전용 마시지샵이 있고, 동성애를 상징하는 '레인보우' 깃발이 걸려 있다. 세계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은 이곳에선 정통 유대 복장을 입고 있는 유대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텔아비브의 유대인들은 세련된 멋과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여는 도시인들과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을 오가는 국제 항공편이 텔아비브를 통해 드나들고, 예루살렘과 달리 팔레스타인 지역과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어 분쟁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시 빈민가 곳곳을 매우기도 한다. 에메랄드 빛 지중해 옆으로 술집이 즐비하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도시로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하는 곳은 텔아비브다. 세계 3대 종교의 성지가 몰려있는 예루살렘이 유대 국가 이스라엘의 수도가 된다면 국제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재외 공관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 인근에 있다. 경제와 현대 문화의 중심지인 텔아비브, 종교와 전통의 중심지 예루살렘,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두 도시에서 21세기 유대 국가의 양면을 드러내고 있다.

교계 지배해온 '이스라엘 회복 사상', 현실에 입각한 이해가 필요한 때

종교와 세속이 공존하는 나라 이스라엘. 하지만 한국과 한인 교계에게 이스라엘은 언제나 성스럽고 거룩한 땅이었다. '이교도' 세력인 팔레스타인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으며 강한 군사력으로 성장해온 이스라엘은 언제나 한국 교회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유대인 교육법은 교회 안 세미나의 단골 메뉴가 됐다. 미주의 이민 교회는 유대 회당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에 정서적 공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교계를 점령한 이스라엘 담론은 바로 '회복'이다. 이스라엘 회복 사상은 '백투예루살렘'과 같은 선교 구호에서부터, 세대주의적 신학 이론에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한국 교회의 유일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복잡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인데 반해, 감상적인 세대주의와 시온주의에 많은 크리스천들이 물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 대해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이해 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회복시키려는 '구약의 이스라엘'은 지구상에 없다. 복잡한 현대 국가 이스라엘이 있을 뿐이다. 한국 교회는 이스라엘에 '순례'를 떠나지 '선교'하러 오지 않는다. 교회가 해외로 떠날 때 으레 붙이는 '선교 여행'이라는 이름도 이스라엘만은 예외다. 유대인들은 회복의 대상이지 선교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일까. 그렇게 이스라엘은 성스러운 땅이 됐고, 그 땅을 지키고 선 이스라엘에 교회는 언제나 전폭적인 기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시온주의자들이 이러한 교계의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김종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회복'은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속편 '용서'는 친이스라엘 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베들레헴에서 20여 년 동안 사역해온 강태윤 선교사(GMS)는 이 같은 단순한 이해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현실에 입각한 선교적 마인드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감상적이고 맹목적인 이해에 경계를 나타냈다. 그는 "'이스라엘 회복'이라는 말은 좋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이스라엘이 무엇이고, 회복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정확한 이해가 우선해야 한다"며 "어떤 이스라엘을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것인지 오늘날 이스라엘에 대한 현실적 이해도 없이 무조건적인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창간 6주년을 맞아 3월 중순부터 약 3주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한국과 미주 한인 교계가 갖고 있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그 실제 모습을 점검해봤다. 매년 4만 명 이상의 한인들이 찾는다는 이스라엘을 조명하기 위해 현지인들과, 오랜 시간 사역해온 현지 사역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자료들을 검토했다. 복음이 시작된 땅 이스라엘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해 준비한 이번 '당신들이 모르는 이스라엘' 시리즈는 2주에 걸쳐 4회 분량으로 연재될 예정이다.

전현진 기자 / jin23@n314.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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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노 2018-07-09 00:15:49
회복 포스터의 예수가,,,,,,,, 예수는,,,,,,,,, 이런 무례한 단어는 쓰면 안됩니다,,,,,,,
예수님,,,,,,,,,,이라고 해야 구원받은 자들의 최소한의 주님을 향한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박미애 2013-04-25 19:10:34
성경적 바른시각을 갖게하는 이스라엘관에 관한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미애 2013-04-25 19:06:56
무분별한 이스라엘 회복운동이 일고있는 시점에 이스라엘을 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게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이철 2013-04-21 06:41:04
아주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래에 뉴조나 다른 신문에서 보았던 많은 글들 가운데 매우 특별하고 신선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현실과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의미도 바르게 잘 정돈하셨다고 생각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