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 교인 때문에 교회 시끄럽다'
'가라지 교인 때문에 교회 시끄럽다'
  • 박지호
  • 승인 2008.07.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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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도 목사, 동양선교교회 부흥회서 편 가르기 설교

   
 
  ▲ 동양선교교회 38주년 기념 부흥 집회에 강사로 나선 정필도 목사(부산 수영로교회).  
 
오랜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LA 동양선교교회(강준민 목사)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정필도 목사(부산 수영로교회)가 강준민 목사를 반대하는 일부 교인들을 겨냥한 듯한 설교를 했다.

동양선교교회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창립 38주년 기념 부흥 성회’를 열었다. 강사 정필도 목사는 ‘믿음으로 영광 돌리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새벽예배와 저녁예배, 주일예배까지 4차례에 걸쳐 설교했다. 저녁집회 때는 1,600석 규모의 본당이 가득 찼다.

‘믿음으로 기도하면 축복 받는다’는 것이 정 목사 설교의 골자였다. 그런데 정 목사는 동양선교교회의 어수선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현재 치르고 있는 분쟁을 시험과 고난으로 해석했고, 이를 믿음과 기도로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정 목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교회는 기도가 세기 때문에 오늘 당하는 모든 시험이 엄청난 축복으로 다가올 것이고, 강 목사님을 크게 쓸 줄로 믿는다”며,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교인들을 안심시켰다.

둘째 날 새벽집회 때는 교인들을 선악 구도로 나누는 편 가르기 발언을 노골적으로 했다. 정 목사는 청중을 향해 “오늘 한국 교회의 문제가 무엇인가”고 물으면서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이 교회 안에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회 안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거듭나지 못한 사람과 거듭났지만 아직 믿음이 어린 사람, 그리고 거듭난 신령한 신자가 있다고 했다. 정 목사는 거듭나지 못한 사람과 그들에게 이끌려 부화뇌동하는 어린 성도들이 교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분열시키는 주범으로 꼽았다.

“교회 안에는 가라지들이 있다. 거듭나지 못한 사람이다. 예수 안 믿기 때문에 성령이 없고  그 안에 마귀가 들어앉았다…거듭나기는 했으나 아직 믿음이 자리지 않은 어린 성도가 있다. 아직 옛사람이 살아 있어서 예수 잘 믿다가도 혈기를 부려서 시기와 분쟁이 일어난다…젖먹이 신자가 많으면 왜 분쟁이 일어나느냐, 사람을 따라 행하기 때문이다…철이 안 난 사람의 특징은 부모 생각 안 한다. 부모의 생각을 따르기보다 가정이 어려운 데도 달라고만 하고 밤낮 원망 불평만 한다. 거듭났어도 믿음이 젖먹이 같은 사람의 특징이 그렇다.”

정 목사는 성경에 나오는 가라지와 알곡의 비유를 들면서 “교회 안에도 가라지들이 있다. 거듭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성령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 마귀가 들어앉았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예수 믿는다면서도 나쁜 짓 많이 하고, 분열을 일으키고, 성령이 없기 때문에 교회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거듭나지 못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또 교회 내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사람을 따라 행하지 말고 예수님을 따라 행하라는 주문을 했다. 여기서 말한 사람들이란 앞에서 언급했던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풀이된다.

정 목사는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을 보탰다. 교회 안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모이기만 하면 수군대고 이간질하는 데 사람 찾아다니지 말고 기도만 하라는 것이다. 본인이 이런 가르침을 개척 초기부터 교인들에게 가르쳤고, 그 결과 수만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 부흥회 첫째 날과 둘째 날 저녁에는 일부 교인들이 교회 입구에서 "이단을 거부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줄지어 세워놓고 있었다.  
 

   
 
  ▲ 피켓 시위를 벌이는 교인들.  
 

[취재 후기] 안에선 영광 돌리고 바깥에선 호소문 돌리고

정필도 목사(부산 수영로교회)는 2박 3일 동안 '믿음으로 영광 돌리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교회 안에서 믿음(?)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동안 교회 밖에서는 일부 교인들이 이단 침투를 알리고 강준민 목사의 해명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부흥회 첫째 날과 둘째 날 저녁에는 일부 교인들이 교회 입구에서 “우리는 이단 레마를 거부한다”, “이단을 거부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줄지어 세워놓고, ‘교인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었다.

호소문에는 “이단으로 판명된 레마선교회의 핵심 요원이 강준민 목사를 암암리에 포섭하여 동양선교교회를 이단 기지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안수집사회는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궐기하였다. 이단 추방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우리와 함께 이단 퇴치의 대열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장에는 관할 구역 경찰이 일찌감치 출동해 자리를 지켰고, 양측 교인들은 실시간으로 비디오카메라로 현장을 담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교인들 사이에서 큰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피켓의 개수나 자리싸움 등으로 유치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교인이 땅에 그어진 선을 가리키며 “여긴 우리 땅이야. 넘어오지 마”라고 말하자 상대편 교인이 “누구 땅이라고?” 하면서 반박했다. 한 청년이 나눠주는 전단지를 찢어서 바닥에 버리자, 호소문을 돌리던 교인들이 “싸가지 없이”, “찢는 건 좋은데 쓰레기는 주워야지” 하면서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예배당에서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현장을 지켜보던 한 교인은 “지랄하게 내버려두고 예배나 드리러 가자”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설교가 끝난 뒤에도 교인들의 우렁찬 기도 소리가 예배당을 뚫고 교회 주차장까지 흘러나왔다.

   
 
  ▲ 설교가 끝난 뒤에 기도하는 교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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