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불교 폄하? 교회에서 한 말인데"
장경동 목사 "불교 폄하? 교회에서 한 말인데"
  • 이경태
  • 승인 2008.09.04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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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끼리 할 수 있는 얘기"…불교계, "변명에 불과"

   
 
  ▲ 장경동 목사는 4일 오전 한 조찬모임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자신의 '불교 폄훼'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교인끼리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순복음뉴욕교회에서 설교하는 장경동 목사의 모습.  
 
"교회 부흥회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교인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일반인끼리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한 설교는 교회에서 교인들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불교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침례교회)가 4일 자신의 발언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비판을 일축하고 나섰다. 장 목사는 4일 오전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1562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의 특별 강사로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이 강연에는 중소기업 CEO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장 목사의 이런 발언은 불교계가 추석 전까지 정부로부터 성의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종교 편향 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나온 반응이어서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교회 안에서 예수 믿으라는 말 못 하나"

장경동 목사는 "설교 당시 '구원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성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성경 구절을 이야기하다보니 '타 종교인들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교인들에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한다' 등과 같은 성경 구절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느 자리에서 성경을 말할 수 있겠냐"며 불교 폄하 의도가 있는 문제적 발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스님이나 신부님들도 저를 재미있게 생각하셨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불교와 기독교는 그 출발이 다르지만 종교를 초월해 서로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 목사는 "제가 방송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에 한 번이라도 언급됐던 사람들이라면 언론을 100% 믿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앞서 장 목사는 지난 8월 11일 순복음뉴욕교회 '스마일전도축제'에서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원불교나 통일교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고 불교를 비하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이명박 정부 내 종교 편향 사례와 맞물리며 거센 파장을 불렀다.

혜일 스님 "일말의 존경심까지 치웠다"

이 같은 장 목사의 해명은 그동안 보수 기독교계가 밝혀온 견해와 같다. 뉴라이트 계열 서경석 목사도 지난 8월 26일 SBS 라디오 <김민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장 목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공식석상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예배 시간에 설교하면서 그런 말을 한 건지 구분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관용을 베풀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 장경동 목사의 발언은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조계종이 종교 편향의 한 사례로 거론한 장 목사. 그의 사진이 훼손되기도 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반대로 김광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 대화위원장(성공회 신부)은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교인들끼리 한 이야기가 문제였다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에게 올바른 신앙의 자세를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장 목사로부터 다른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배운 교인들이 앞으로 타종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겠냐"며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장 목사는 교인들에게 구시대적 편 가르기를 가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교인들에게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종교 지도자의 자세"라며 "장 목사와 같이 영향력이 높은 이가 민감한 시기에 조심하지 않은 것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불교도대회봉행위원회' 사무처장 혜일 스님은 장 목사의 발언에 대해 "반성이 아니라 변명에 불과하다"며 "더 말할 가치가 없다, 그분께 가지고 있던 일말의 존경심도 치워버렸다"고 분노를 표했다.

혜일 스님은 "스님이든 목사이든 집에서 한 말과 밖에서 한 말이 정확히 일치돼야 한다"며 "장 목사가 교인들에게 '스님들도 예수를 믿어야 한다, 석가모니가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면 모든 국민들 앞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이 글은 <뉴스앤조이>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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