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동양선교교회(강준민 목사)는 '원로목사'와 '장로들'과 '담임목사'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갈등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형국이다.
첫 번째 꼭짓점인 임동선 원로목사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동양선교교회의 울타리를 떠나지 않고 남아서 "노병은 죽지 않았다"고 외치며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LA 지역에 한 목회자는 동양선교교회를 '동선교회'라고 비꼬았다.
임 목사는 은퇴한 이후에도 교회에 남아서 삼각형의 한 축을 차지하며 고비 때마다 영향력을 끼쳐왔다. 임 목사는 후임 목사를 세우는 일은 물론이고,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충돌할 때마다 양쪽을 오가며 문제에 직접 개입했다. 결과적으로 담임목사들은 떠밀리다시피 동양선교교회를 떠났다(담임목사들은 임동선 목사와의 관계 악화가 사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진술했다).
▲ 동양선교교회는 '원로목사', '장로들', '담임목사'의 삼각관계가 빚어낸 만성적인 갈등이 10여 년 동안 교회 내에 상존해 있었다. | ||
이병희 목사 때는 장로들이 "당회 중심으로", "당회의 허락을 받고" 목회할 것을 강조하면서, 설교 전에 기도하고 시작하는 것, 교인들과 인사할 때 '할렐루야'로 인사하는 것, '믿으시면 아멘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문제 삼기도 했다.
이처럼 동양선교교회는 '원로목사', '장로들', '담임목사'의 삼각관계가 빚어낸 만성적인 갈등이 10여 년 동안 교회 내에 상존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준민 목사가 부임했다. 네 번째 담임목사가 된 이후 교회가 크게 부흥하면서 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당회의 허락도 없이 강 목사를 비롯해 몇 명이 주차장 매입 계약 건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장로들이 강 목사에 대해서 반기를 들었고, 갈등이 표면화됐다. 강 목사에게는 차제에 교회 안에 상존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히 끊고 담임목사 중심의 건강한 교회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개혁이라고 지칭했고, 지난 2~3년간 강준민 목사 방식의 개혁을 단행했다. 당회를 없애고, 헌법을 고치고, 운영위원회 체제로 구축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담임목사 중심인 강준민 식의 개혁은 두 가지 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독선적 구조를 낳았다.
첫째는 설교를 무기화했다. 그는 성경의 텍스트를 단순하게 해석해서 교회 상황이라는 콘텍스트에 더욱 단순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교인들의 편을 확실히 갈랐다. 자기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하나님 편으로, 자기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편으로 규정했다. 편 가르기 설교는 최근까지 계속되어왔다.
강 목사의 '개혁'이 '개악'에 가까운 것은 교회 헌법에 있다. 2006년 12월에 개정한 '동양선교교회 헌장 및 운영 정관'을 통해 담임목사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동양선교교회 정관을 살펴보면,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거의 모든 힘을 갖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운영위원은 담임목사가 장로 중에서 추천하게 되어 있다. 운영위원의 임기는 1년이다. 맘만 먹으면 담임목사가 운영위원을 해마다 바꿀 수 있다. 그마저도 담임목사와 수석부목사 외의 연임은 3회로 제한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모든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집중되어 있다.
▲ 강준민 목사의 '개혁'이 '개악'에 가까운 진짜 이유는 교회 헌법에 있다. 2006년 12월에 개정한 '동양선교교회 헌장 및 운영 정관'을 통해 담임목사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 ||
심지어 운영위원회는 교회 재산의 획득 및 처분에 대한 안건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심각한 모순점이 드러나 있다. 정관 앞부분에는 공동의회에서 교회의 재산 매매를 심의·의결한다고 해놓았지만, 후반부에 가면 운영위원회에서 심의 및 의결하고, 제직회에 보고만 하도록 해놓았다.
한국에서 민주적인 모범 정관 모델을 만들어서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이자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백종국 교수는 동양선교교회의 헌장과 운영 정관을 검토하고 난 뒤 "담임목사의 독재를 구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정관은 여러 측면에서 정비되지 못한 규칙이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성경적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토록 담임목사에게 권력을 집중시킨 규칙은 처음 본다"고 혹평했다.
백 교수는 "운영위원을 구성할 부목사의 임명과 장로의 추천, 그리고 이들 중 일부로 구성될 운영위원 추천을 담임목사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과, 모든 직분자들의 해임 요건을 운영위원회의 자의적 해석에 위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담임목사의 의사를 거스를 직분자는 아무도 없도록 고안된 정관이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교회 재산 처분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항목을 달리해서 규정을 만들고, 당회나 제직회에서 심의하고, 공동의회에서 의결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백 교수는 설명했다.
백 교수는 "교회의 상황이 어떻든 독재 그 자체는 '쓴물'이다. 깨끗한 샘에서 쓴물이 나올 수 없듯이, 하나님의 공동체로부터 인간의 독재가 나올 수 없다"며 교회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독재를 선택한 강 목사를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강준민 목사 측은 "담임목사의 주도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회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생겼던 폐해를 막기 위해서 담임목사 중심의 체제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로나 운영위원도 담임목사가 추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전에 교역자들과 장로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다"며 담임목사가 독단적으로 인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 목사 측은 "성경적 합리성을 근거로 지적한다면 정관을 수정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원로목사와 장로들이 흔들고 있는 지금 상황은 강준민 목사에게 피곤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대 담임목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최근 사태로 적지 않은 교인들이 이탈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교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담임목사 중심으로 교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선적인 설교와 권력 구조를 앞으로 계속 고착시켜나간다면, ‘동선교회’가 ‘준민교회’로 바뀔 수는 있어도, 주님이 주인 되시는 ‘주님의 교회’로 거듭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