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기도회에서 여성 목사가 설교
미국 국가기도회에서 여성 목사가 설교
  • 박지호
  • 승인 2009.01.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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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제자회 샤론 와킨스 총회장 지목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 다음날 열리는 국가기도회(The national prayer service) 설교자로 샤론 와킨스(Sharon Watkins) 목사(Disciples of Christ 총회장, 이하 제자회)를 지목했다. 여성으론 미국 주류 개신교계에서 처음으로 교단 총회장이 된 샤론 와킨스 목사는 국가기도회에서 설교하는 첫 번째 여성 목사이기도 하다. 기도회는 1월 21일 Washington National Cathedral에서 열리며,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 열리는 국가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제자회 총회장인 샤론 와킨스 목사. (출처 : 제자회 홈페이지)  
 
와킨스 목사는 미국 교계와 사회에 그다지 지명도가 높은 인물은 아니다. 그가 총회장으로 있는 제자회는 화해와 연합을 강조하는 진보적인 성향의 개신교 교단으로, 미국과 캐나다에 3,800여 개의 교회가 이 교단에 소속되어 있고, 69만 명의 교인이 등록되어 있다. 타 주류 교단에 비해 교세가 작은 편이다.

와킨스 목사는 총회장이 된 이후 이라크전쟁과 고문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왔고, 재작년 10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어린이 헬스 케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를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기도회 설교자로 오바마가 와킨스 목사를 선택한 것은 통합과 화합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식 축복 기도를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에게 맡기면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미국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취임식 종교 분야 담당 디렉터인 조슈아 더비오스 목사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샤론은 모두를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동성 결혼을 반대했던 릭 워렌 목사를 취임식 축복 기도자로 선택한 것에 대해 발끈했던 지지자들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한 처방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의식한 듯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수석 대변인인 린다 더글라스는 "와킨스 목사를 설교자로 결정한 것은 취임식 프로그램이 발표되기 전이다. 그녀가 외쳤던 통합과 관용과 희망의 메시지가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과 와킨스 목사 사이에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도 아니다. 다만 와킨스 목사는 짐 월리스 목사가 편집장으로 있는 <소저너스>의 이사회 회원이고, <소저너스>가 주최하는 'Pentecost 2006'에서 오바마 당선인과 함께 주강사로 참석한 바 있다. 작년 여름에 오바마 당선인과 교계 지도자들과 비공개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보수적인 목회자들이 오바마를 매우 거칠게 몰아붙인 반면, 와킨스 목사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고, 신학적인 차이를 넘어서 공통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갖게 할 정도로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와킨스 목사는 교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견해와 무관하게 모든 미국인이 경축해야 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분열된 세상에서 온전한 일치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치유해야 하는 우리의 사명을 온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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