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 회장 선거 임박, 애타는 후보와 태연한 유권자
뉴욕한인회 회장 선거 임박, 애타는 후보와 태연한 유권자
  • 이승규
  • 승인 2009.03.28 0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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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개 투표소에서 동시 진행

   
 
  ▲ 이세목 후보는 한인회관 신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진 출처 이세목 후보 홈페이지)  
 
제31대 한인회 회장 선거가 3월 29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맨해튼에 있는 뉴욕한인회관, 퀸즈에 있는 플러싱 YWCA 회관 등 9개 투표소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세목 후보와 한창연 후보, 하용하 후보(기호 순서) 등 후보들은 막판까지 한인 사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에는 뉴욕 지역 언론사 중에서 <뉴욕일보>가 유일하게 여론조사를 해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563명이 조사에 응했고, 한창연 후보가 43%(151명)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하용하 후보가 38%(131명), 이세목 후보가 19%(66명)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투표날이 다가올수록 설문조사 결과가 무색하게 박빙의 접전을 하고 있다. 결과는 선거 당일 개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얘기다.  

세 후보 공약

제30대 회장을 한 이세목 후보는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한인 업소 이용하기 캠페인 등을 통해 한인 사회 경제를 활성화하고 △펀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경제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개인과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뉴욕 한인 회관을 신축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한창연 후보는 △렌트비 조절 등을 통한 소상인을 위한 특별 전담 기구 설치 △초기 이민 온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민자 교육 프로그램 신설 △2세들을 위한 프로그램 활성화 △한인회 위상을 높이기 위한 주 정부 상대 로비 활동 강화를 4대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용하 후보는 △한인 2세 정치인 배출 프로젝트 △타 민족 사회와 연계 및 협력 사업 △무보험 한인들을 위한 정기 무료 건강 검진 서비스 △통역 지원 서비스 △경제 위기 극복 전담 서비스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기간 동안 각각 두 차례씩 합동 연설회와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각 후보 진영의 자원봉사자 등 선거 관계자가 거의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다. 다수의 한인들은 한인회 회장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투표 참여자는 극소수

   
 
  ▲ 하용하 후보는 무보험 한인들을 위한 무료 건강 검진 서비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진 출처 뉴욕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  
 
회장 선거에 투표를 하는 한인은 소수다. 2007년 선거의 경우, 투표한 사람은 6,123명이었다. 이세목 씨는 이중 2,230표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 1994년에는 11,942명이, 2001년에는 12,533명이 투표를 했다. 2003년과 2005년에는 출마자가 한 명뿐이어서 선거를 하지 않았다.

뉴욕 지역에 사는 한인이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적게는 15만 명에서 많게는 50만 명까지 예측할 뿐이다. 그중 겨우 3,000표 정도를 얻은 사람이 회장에 당선된다. 15만 명의 한인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4% 정도의 사람만이 투표에 임하고, 그중 2%의 지지로 회장에 당선되는 셈이다. 선관위는 올해 선거의 경우 예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아진 12,000명에서 13,000명 정도가 투표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래도 1%(15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가 안 된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뉴욕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00년 LA 한인회 회장 선거에 투표한 사람은 8,000명에 불과했다. 뉴욕보다 훨씬 많은 한인이 살고 있다는 LA치고는 극히 적은 인원이다. 2007년 달라스 한인회 회장 선거에서는 아예 출마하는 후보가 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선거 뒤 벌어지는 잡음도 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2007년에는 선거권 자격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한인회 회칙에는 선거권 자격을 '한국 여권을 소지했거나 소지한 사람, 미국 여권을 소지한 자'로 되어 있지만, 당시 후보였던 이세목 씨와 송웅길 씨는 여권을 제시하라는 규정은 저조한 투표율을 초래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현행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세목 씨가 회장에 당선된 뒤에도 측근이 집단 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상대 후보로부터 선거 무효 소송을 당하는 등 잡음이 많았다.

'한인회가 뭐 하는 곳이죠?'

   
 
  ▲ 한창연 후보는 소상인을 위한 특별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사진 출처 뉴욕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  
 
회장 선거에도 관심이 없는데, 한인회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세상이 변한 점도 한인회에 무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옛날에는 한인 이민자들이 이민 초기 한인회 등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몇 번 검색하면 이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은 굉장히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한인들은 '도대체 한인회가 왜 필요하며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인회는 어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냥 친목회일 뿐이다. 28대 한인회 회장을 지낸 김기철 씨는 "한인들이 한인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한인회는 친목 단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 있다. 꼭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인회가 무슨 일을 한 것인 줄 아는데, 나 말고 내 옆 사람이 한인회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이 동포 사회에 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한인회는 1년에 한 번 10불의 회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아는 한인은 많지 않다. 한인회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대부분 회비에서 충당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장 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도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인건비 역시 회장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철 전 회장은 "운영비의 90% 이상은 회장 혼자 부담하는 것이다"며 "그러니 회장이 바뀌면 사무국 직원도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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