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아파르트헤이트?!"
  • 김성회
  • 승인 2010.07.0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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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회 총회를 가다'(3) 중동 지역 문제로 미국장로교 총회장 후끈

한국 교회의 교단 총회는 '선거'와 '싸움'으로 요약된다. 감투를 위한 무차별적 금품 살포와 정치적 공세가 세속 정치판 못잖다. 교단의 중요한 현안과 신학적 과제를 다루는 총회가 정치적 이해 추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미국 교회는 어떨까.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주류 교단(mainline denomination) 중 하나인 미국장로교(PCUSA)의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아 어떤 주제를, 어떻게 처리해가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7월 2일부터 10일까지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리는 총회 현장에 김성회 기자가 참석해 미국장로교의 총회 현장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중동 문제'로 미국장로교 총회장이 소란하다. 총회 분과 모임 중 하나인 '중동 지역 평화만들기 분과 위원회(이하 중동평화위원회)'가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을 국제 범죄 수준인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조치를 제안해 내부 논쟁이 치열하다.

   
 
  ▲ 백인 전용을 알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표지판. 아파르트헤이트는 모든 사람을 인종별 등급으로 나눠 백인, 흑인, 유색인, 인도인 등으로 분류했다. '차별이 아니라 분리에 의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사상 유례가 없는 노골적인 백인지상주의 국가를 지향했다. (자료 출처 : 위키피디아)  
 
중동평화위원회는 총회 첫날 공청회에 중동연구위원회(the Middle East Study Committee)가 제출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보고서(Breaking Down the Walls Report)>를 제출했고 이를 놓고 분과 대의원들의 심의가 있었다.

심의에 앞서 공청회가 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청회 동안 발언을 요청한 방청객의 수는 무려 160여 명. 위원회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얼마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발언자를 추첨으로 정할 정도였다. 주어진 2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고, 찬성과 반대는 번갈아서 기회가 주어졌다.

중동평화위원회는 40명의 대의원과 10명의 청년 자문 대의원과 각 1명의 신학생 자문 대의원, 선교 자문 대의원이 포함되어있다. 중동평화위원회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의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분리와 격리를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정권에 의해, 1948년에 법률로 공식화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을 뜻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치하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FIFA 월드컵과 올림픽 참가도 금지되었다.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자고 유엔에 요청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국제 범죄자'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로 이익 보는 회사에 투자 '그만'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캐터필러 사에 대한 투자 철회 건이었다. 캐터필러 사는 중장비 공업사로 포클레인, 불도저 등을 만드는 업체다. 캐터필러가 생산한 불도저가 미국 국방부에 의해 구입돼서 이스라엘로 수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거주 지구를 철거하고 정착촌을 건설하는데 이 불도저를 사용하고 있다. 안건은 미국장로교단이 운용하는 은퇴 자금과 연금 등 950만 불의 캐터필러 사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는 내용이었다.

   
 
  ▲ 논쟁의 중심이 된 <팔·이 분쟁 보고서>(왼쪽). "중동 평화를 위한 장로교인들"이라는 이름의 친이스라엘 모임은 별도의 보고서(오른쪽)를 만들어서 위원회의 대의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공청회에서 안건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의견은 캐터필러 사가 있는 일리노이 주의 교인들이었다. 캐터필러 사에 대한 공격이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교인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었다. 교단 하나가 투자를 철회한다고 해서 무슨 타격이 있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짐 패트릭 장로(샌프란시스코 노회)는 "캐터필러 사에 대한 투자 철회는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헌금을 원하는 곳에 할 수 있듯이, 정착촌 건설과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의 철거로 돈을 버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며 찬성의 의견을 밝혔다.

이스라엘 위정자가 정신 차리게 해야

러스 그린리프 랍비도 찬성 의견을 냈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의 친구이며 유대인이다. 몇 달 전에도 이스라엘을 방문했지만, 이들은 정착촌 건설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스라엘의 위정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 불도저는 유탄 발사기, 총기 소유를 위한 장치가 달려있는 군사용 무기"라며 정말 이스라엘을 돕고 싶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고 있는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논쟁의 중심이 된 중동연구위원회(the Middle East Study Committee)가 제출한 보고서에 관련한 공청회 의견이 가장 많이 올라왔다.

보고서에 찬성하는 발언자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현장에 다녀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빗 존스 목사(레드우드 노회)는 2008년과 2009년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를 심으러 분쟁 현장을 방문했는데 "가서 현지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미국은 너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해왔다. 이 보고서는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며 통과를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찬성 의견을 발표한 나이어 하퍼 목사(미네아폴리스 노회 은퇴 목사)는 "지난 20년간 중동 선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15억 이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따른 정착촌 건설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이다. 이걸 해결하면 우리는 이슬람과의 평화에 한 발짝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며 보고서의 통과를 지지했다.

   
 
  ▲ 50여 명의 대의원과 자리를 가득 메운 200여 명의 방청객들이 중동 문제에 쏠린 장로교인들의 관심을 대변했다.  
 
위원회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편향

반대 의견도 많이 나왔다. '중동 평화를 생각하는 장로교인들'이라는 모임은 별도의 안건지를 만들어 방청객과 대의원을 상대로 "이번에 작성된 <팔·이 분쟁 보고서>는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서 작성된 매우 편향된 보고서다. 이것이 통과되면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온 장로교인과 유대인들의 교류가 중단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을 악의 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다"며 보고서의 폐기를 주장했다.

대의원들은 오후와 내일 이어지는 특별 연구위원회들의 보고와 토론을 거치고 보고서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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