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사퇴를 선언한 뉴욕장로교회 안민성 목사가 사퇴 선언 2주 만에 입을 열었다. 11일 주일 오후, 교인들과 함께한 '대화의 시간'에서 "신앙 색깔이 다른 걸 느꼈다. 그럼에도 하나로 묶어 나가는 것이 리더십인데 그렇게 할 능력이 없었다"며 사퇴를 생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안 목사, "신앙 색깔 달라 서로 불편"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말문을 연 안 목사는 사의를 표명한 것은 본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본인의 부족함이) 성도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대상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안 목사는 신앙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교회 내에 '불편함'이 존재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안 목사는 이런 다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하나로 엮어 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인데 그 점이 미약했다고 자책했다.
"크로스웨이교회(부임 전 목회지)와 뉴욕장로교회는 이름부터가 극과 극이다. 두 교회는 성격상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일로 힘들어서 사임 표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두 교회가 성격상 달라서 여러분을 힘들게 했다. 나의 모습이 나와 성도들을 불편하게 했다. 성도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당회원과 교역자를 하나로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앙 색깔이 다른 걸 느꼈다. 그럼에도 하나로 묶어 나가는 것은 리더십인데 내가 그렇게 할 능력이 없었다."
아이홉과 관련된 문제도 본인의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아이합과 뉴장의 신앙 색깔이 다른데 리더십이 부족하다 보니까 그 이단성 문제가 연결돼 문제가 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가 본인의 리더십 문제를 거론하긴 했지만, 신앙 색깔의 차이가 존재했고, 그 차이는 결국 아이합을 통해 드러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교인들과의 대화 도중 최 아무개 장로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 장로는 "목사님 사임 이유가 당회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 남아서 목회해달라고 권유도 했고, 아이홉에서 기도하고 온 후에도 화합하는 목회를 하리라 생각했고 기도했다"고 말해 안 목사가 사퇴하도록 당회가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5월 26일 수요예배 설교가 신앙 색깔차 극명히 드러내
그러면서 최 장로는 "5월 26일 수요예배 설교 말씀이 제게는 걸림돌이 되었다. 목사님 설교가 실수에서 나온신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지난 5월 26일 수요예배 설교가 신앙 색깔 차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점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 목사는 당시 어떤 내용의 설교를 한 것일까. 안 목사는 5월 26일 설교 도중 "아직은 이 강단에서 누가 예언해 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아이합에 소속된 사람들이 본 환상을 교인들에게 전달했다. 당시 설교 내용 중 일부다.
"이거 믿음 갖지 않으면 저 여기 사람들 앞에서 막 발설하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앞에서 믿음의 스텝을 저는 지금 떼는 겁니다. 그래서 성도님들에게 얘기하는 겁니다. 뭐라고 이야기하냐면, '당신은 목회 차원이 아니라 이제는 운동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목회적 차원에서 목회자가 아니라 사도적인 위치에서 교계를 인도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 주위에 커다란 두 천사가 있어서 한 천사는 당신을 보호해주고 있고 한 천사는 당신이 하실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스데반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 앞에서 담대히 복음을 증거했던 것처럼 그 증오자들 앞에 서게 되는 일이 있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사역에 엄청난 그러한 경제적 부강함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사역을 통해서 도움을 받게 되는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는데요, 입이 쩍 벌어져서 어떻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우리를 사용하시려고 하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기사 참조)
뉴욕장로교회와 환상과 예언에 비중을 두는 아이합은 신학적 노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견이 나온데다, 안 목사가 아이합 기도원에 한 달 가량 머무를 당시 선지자들에게 들은 예언을 5월 26일 수요예배 때 공개하면서 신앙 색깔로 인한 갈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 목사, 사임은 교인들 사랑하는 다른 방식일 뿐
안 목사는 교회와 성도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임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교회와 교인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자신이 떠나는 것이 교회의 분열을 막고 하나 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리 장로님들이 미워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단에 속한 다른 목사님이 오면 교인이 나뉘는 일이 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임에 대한 얘기를 한 거다. 이 방식으로 성도를 사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다. … 금방 떠나지 않는다. 새로운 좋은 목사 오실 때까지 여러분과 호흡하며 있으려던 게 내 생각이다. 1년까지도 더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안 목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시점은 언제일까. 안 목사는 "마지막 당회를 마치고 하나님께 기도할 때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며 "어떤 사인을 받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하나님 음성이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다. 그러나 허락은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안 목사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 ||
대화의 시간에 참석한 교인들 중 절대 다수는 안 목사의 사퇴를 반대했다. 교인들은 "교회를 위해 떠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대다수가 목사님을 사랑한다"며 안 목사를 지지했다. 대화의 시간 동안 안 목사를 지지하는 발언들이 나오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한편, 안 목사에 대한 지지는 '사퇴를 찬성하는 교인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교인 중 한 명이 이번 일이 "영적이지 못한 장로들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말하자 청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또 안 목사의 사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야유를 보내며 발언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에 안 목사는 "누구를 비방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렇게 박수를 치면 안 된다. 누가 누구를 탓하지 말자"며 교인들 간의 갈등을 비화되는 것을 시종 우려했다.
안 목사, "재신임 투표는 나를 고통으로 몰고가는 것"
교인들은 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목사님이 와도 교회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재신임을 묻고 걸림돌을 제거해서" 안 목사가 계속 목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목사는 "신임 투표는 나를 고통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임 투표로 누구를 몰아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며 반대했다.
'목사님과의 대화 시간'’이란 주제로 진행된 질의응답은 650석 크기의 소예배실을 교인들로 가득 메운 채 약 1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교인들 대다수가 안민성 목사 사임을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안 목사의 사임을 서운해하며 눈물 흘리는 교인들도 있었고, 안 목사를 지지하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교인들 간 몸싸움이나 언쟁은 없었으나, 간간히 야유와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대화의 시간 동안 나온 내용 중 안 목사의 발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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