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살림만? 국제 분쟁부터 신학적 이슈까지!
교단 살림만? 국제 분쟁부터 신학적 이슈까지!
  • 김성회
  • 승인 2010.07.27 20: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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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 총회 이모저모, 성령인가? 시스템인가?

적어도 총회 때 나오는 안건만 놓고 본다면 미국장로교(PCUSA)의 관심사는 교계 안팎을 아우르고 있다. 밖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제 분쟁 문제부터, 안으로는 동성애자 안수 문제에 대한 신학적 이슈, 교단 조직 혁신과 같은 내부 구조 개혁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대사회적으로는 "신용카드 이자 한도 설정"과 같은 사회정의 문제나 아프가니스탄 철군 요청 등 총 300여 개의 다양한 안건이 상정되어 있어 미국장로교 회중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대변했다.

총회장 선거 운동도 부스에서

총회가 시작되자마자 다루어지는 첫 번째 안건은 총회장 선거다. 2~3시간의 토론과 연설을 가지고 대의원들은 2년간 총회를 이끌 총회장을 뽑는다. 철학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 유머 감각, 재치 등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의 교단 총회하면 반사적으로 총회장 선거가 연상되면서 교단 정치에 국한해서 생각하게 된다.

   
 
  ▲ 총회장 선거에 출마한 에릭 닐슨 목사(왼쪽에서두 번째)가 자신의 부스에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장로교단의 총회장 선거는 그다지 큰 이슈가 못 됐다. 우선 총회장 후보는 대의원이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노회들을 돌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의원 선정이 마무리 되는 것이 4월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자기 소개서와 교단 본부가 주문한 질의 응답서에 대한 대답과 노회의 추천서가 첨부된 후보 안내서가 후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결국 교단 본부에서 배포하는 후보 안내서와 웹사이트 정도가 동원 가능한 홍보 수단이다. 총회가 열리는 미네아폴리스 컨벤션 센터의 중앙에 각 후보를 홍보할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됐다. 후보들과 선거 운동원들은 부스에서 지나가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선거 운동을 한다.

총회장 후보로 나온 김진성 목사(Church of All Nations)는 한국 전통 인형과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걸어놓고(김진성 목사는 한국에서 태어난 1.5세다) 다문화목회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역설했다. 김진성 후보는 어릴적 사진을 대의원들에게 보여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해봤던 자신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총회장은 '아무나' 하지만, 사무총장은 백인 남성만

이번 총회에서 미국장로교는 여성 장로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조직혁신위원회를 4년간 이끌었던 신디 볼박 장로(내셔널 캐피탈 노회)는 연설부터 질의응답까지 특유의 유머와 카리스마로 줄곧 1위를 달려 4차까지 이어진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었다.

여자 장로가 총회장을 한다는 것은 아직 한국 교회에서 낯선 이야기지만, 미국장로교에서 여자 장로가 총회장이 된 것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전직 총회장은 "절대 넥타이를 매지 않는" 39세의 필리핀 남성 목사인 브루스 차우였다. 교단의 얼굴이라는 총회장에 그동안 장로, 여성, 아시안 등이 당선 되는 풍토니 미국장로교가 상당히 열려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 218회 총회장 브루스 차우 목사가 219회 총회장에 당선된 신디 볼박 장로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총회장이 교단의 얼굴이라면 교단의 머리는 사실상 사무총장(Stated Clerk)이라 할 수 있다. 사무총장은 회의 진행 전반에 대해 항상 옆에서 조언하고 평상시 교단 본부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수장이다. 잭 로저스 교수는 사무총장이 차지하는 지위에 대한 질문에 "교단 본부에서 가장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우회적으로 대답해 그의 위치를 짐작케 한다.

   
 
  ▲ 그래디 파슨스 목사. (미국장로교단 사무총장)  
 

6년에 한 번씩만 뽑는 사무총장은 연임 또한 가능하다.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을 하면 총회 기간 내내 별도의 분과 위원회가 구성돼서 후보들을 놓고 심사를 한 후 1명의 후보를 분과 위원회 명의로 추천한다. 이 결과를 보고 대의원들이 총회의 마지막 날 투표를 통해 사무총장을 뽑게 된다. 총회장 선거에 비해 매우 신중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금요일에 총회가 시작돼서 토요일에 뽑힌 총회장은 월요일부터 총회를 이끌어야 한다. 올라온 안건, 각 분과 위원장도 자기가 뽑은 사람들이 아니니 자연스레 사무총장에게 진행이나 안건 선정에 있어서 많은 자문을 구해야 한다.

잭 로저스 교수는 "총회장도 총회가 끝날 때 뽑아서 2년간 함께 일할 분과 위원장들을 선정하고 2년간 활동을 먼저 한 후 자신이 준비한 총회에서 사회를 맡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직 총회장 출신인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수차례 건의를 해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장로교단 250년 역사에서 사무총장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백인 남성 목사가 역임해왔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엇을 말할까. 교단의 얼굴인 총회장의 선출보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교단의 머리인 사무총장의 선거 과정이 훨씬 깐깐하다는 점에서나 백인 남성 목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으로 봐서 미국장로교가 백인 주류 사회를 넘어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엔 넘어야 할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뜨거운 안건들 어떻게 처리하나?

   
 
  ▲ 중동 지역 평화만들기 분과의 사전 공청회 현장.  
 

총회장 선거보다 차라리 안건 토론이 훨씬 흥미로웠다. 총회에 올라오는 안건은 모두 지역의 당회와 노회에서 발의되어 통과된 것들이다. 미국장로교단의 실질적 살림꾼인 사무총장에게 접수된 모든 안건은 안건 위원회(Bills and Overtures Committee)를 통해 각 분과 위원회에 배분된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분쟁을 다룬 "중동 지역 평화만들기 분과위원회(이하 중동평화위원회)"와 "사회적 결합과 결혼 제도 위원회(이하 결혼제도위원회)", "조직 혁신 위원회"는 금요일부터 사전 공청회를 열고 대대적인 여론 수렴 작업과 설명회를 열었다.

누가 안건을 심의하나?

본격적인 안건 토론은 분과 위원회에서 진행한다. 분과 위원회는 대의원들과 자문 대의원이 참여해서 구성된다. 여기서도 목사(356명)와 장로(356명)의 구성비는 1:1이고, 대의원은 각 노회가 선거 등의 방식으로 선출한 사람들이다.

17세부터 25세로 구성되는 청년 자문 대의원은 각 노회 당 1명씩 선출된다. 이 밖에도 신학생 지문 대의원, 해외 선교사 자문 대의원, 타 교단 자문 대의원 등이 총회에 참석한다. 모든 대의원들은 각 분과 위원회에 무작위로 배정 된다. 자문 대의원들은 분과 위원회에서 발언권과 표결권을 가지고, 총회에서는 발언권만 가진다.

   
 
  ▲ 청년 자문 대의원들과 신학대학 자문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가 화면에 뜨면 그 결과를 참고해서 대의원들이 실제 투표를 하게 된다. 1번부터 6번까지의 총회장 후보에 대한 각 자문 대의원들의 지지도를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총회에서 자문 위원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각 자문 대의원은 해당 분과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서 논의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청년 자문 대의원들과 신학생 자문 대의원들은 총회에서 맹활약을 했다. 또래 젊은이들의 정서를 전하고, 신학적인 문제에 대한 신선한 고민을 던져줌으로써 대의원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가령, 총회의 모든 투표는 자문 대의원의 안내 투표로 시작되는데, 표결에는 영향이 없지만 일반 대의원들은 자문대의원들의 의사가 어느 쪽에 가있는가를 보고 투표를 하므로 자문대의원의 의사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로 목사도 5분, 고등학생도 5분

   
 
  ▲ 중동 지역 평화만들기 분과 위원회에서 증언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온 제프 하퍼 간사. 그는 이스라엘에서 정착촌 건설 반대 시민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분과 위원회에서는 일반인들도 발언을 할 수 있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다. 모든 분과 위원회의 첫날 일정은 일반인들의 의견 청취다. 개인 당 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관심이 가장 많이 쏠렸던 중동 분과위원회의 경우는 무려 160명의 발언 신청자가 있었다. 시간 관계상 위원장은 추첨을 통해서 찬성과 반대 입장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했다. 분과 위원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에서 비행기로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추첨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분과 위원회의 토론에서도 시간은 공평하게 분배된다. 지난 2년간 "중동연구위원회(the Middle East Study Committee)"가 내놓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보고서(Breaking Down the Walls Report)>를 발제한 사람은 존 허프만 목사(샌앤드류장로교회 담임)이었다. 복음주의권의 리더 격인 허프만 목사의 발언 시간이 다 지나가자 위원장이 발언을 제지했다. 허프만 목사가 1분만 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위원장은 가차 없이 거절했다. 청년 자문 대의원이나 대형 교회 목사나 발언 시간에 차별은 없었다.

쟁점이 될 만한 안건이 나오면 총회장 곳곳에 설치된 10여 개의 마이크에 긴 줄이 늘어선다. 각각 찬성과 반대를 뜻하는 초록색과 빨간색 팻말을 들고 있다. 의사 진행 발언이나 질문이 있을 경우에는 노란 팻말을 들고 서 있게 된다. 총회장은 찬성과 반대에게 각 한 차례씩 발언 기회를 주는 식이다. 총회장이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거나 대의원 중에서 토론 중지 요청이 들어오면 표결에 들어간다. 3분의 2의 찬성이 있으면 토론이 중단되고 안건에 대한 투표에 들어간다.

무엇이든 규정대로

   
 
  ▲ 발언을 원하는 대의원은 팻말을 들고 마이크 앞에 서서 총회장에게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각 대의원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은 2분이나,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시간은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미국 헌법과 시스템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장로 교인의 자부심 때문인지 총회장에서 규정을 어기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덕분에 모든 토론은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 됐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3일의 전체 회의가 이어지니 더 길게 하기도 힘든 측면이 있었다.

전날 표결에 부쳐진 안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토론 기회를 요청하는 절차도 있었다. 결혼에 대한 정의를 남과 여에서 두 사람으로 바꾸자는 안건이 부결된 다음날 아침, 토론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안건에 대한 재심의 요청이 있었으나 과반수에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재심의 요청은 대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한편, 총회 기간 중 한인 교회와 목회자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지만, 주된 관심사는 개교회 문제나 한미 노회 차원의 이슈에 있었다. 장기간 분규로 미주 한인 교계의 이목을 끌었던 시카고 가나안교회 교인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유인물이 배포하기도 했다. 또 총회 때 상정된 한미 노회 설립안에 "한미 노회는 여성 목회자와 2세 목회자를 지속적으로 차별해왔다"는 여성 목사들의 반발로 한미 노회 설립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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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2010-07-31 07:28:56
원래 교단 규례집의 명칭을 옮기자면 정서기가 올바른 명칭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직제 상 정서기라는 표현은 이해가 어려운 관계로 사무총장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Executive Director가 사무총장, 사무국장으로 번역이 되니 명칭상으로는 맞습니다만, 역할로 봤을때는 정서기가 하는 역할이 사무총장의 역할이라 판단하여 기사에 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simonpark 2010-07-31 07:04:14
파슨스 목사님은 총회 서기가 오른 명칭인것 같읍니다. 사무총장은 린다 발렌타인 여자 장로 입니다. 그래서 미국 장로교 공식 성명에는 총회장, 서기 그리고 사무총장이 서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