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편법' 조교 채용 논란
총신대, '편법' 조교 채용 논란
  • 구권효
  • 승인 2012.07.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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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취업률 높이려 편법·졸속 행정"…학교, "필요해 충원"

총신대학교가 지난 5월 말부터 23명의 조교를 신규 채용하면서 단기간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을 쓰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총신대 직원들이 속한 전국대학노조 총신대학지부(노조)는 지난 6월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의 대규모 조교 채용 사건을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신규 조교 채용은 하위 15% 대학에 들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며 "학교가 이를 위해 채용 일자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총신대 노조, "학교 현실 개탄한다")

총신대 연구처장이 전 부서에 발송한 조교 현황표에 따르면, 총신대는 5월 21일 10명, 29일 8명, 30일 1명, 6월 1일 4명 등 총 23명의 총신대 졸업생들을 조교로 신규 임용했다. 특히 원래 3명이었던 영어교육과에 5명의 조교를 새로 채용하고, 1명이었던 역사교육과에는 4명을, 조교를 채용하지 않던 산학협력단에도 4명을 채용했다. 이번 채용이 있기 전까지 총신대 조교는 30여 명이었다.

이번 대규모 조교 채용은 정부가 선정하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높이려는 편법이라고 노조는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8개 영역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권역별 하위 15%에 포함된 대학을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한다. 취업 통계 마감일은 6월 1일인데, "학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넋 놓고 있다가" 마감일이 다가오자 대규모 채용이라는 졸속 행정을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이를 위해 학교가 조교 임용 날짜를 속였다고 했다. 연구처장이 발송한 조교 현황표 상 임용 날짜와 실제 조교가 임용돼 근무한 날짜가 다르다는 것이다. 노조는 "(학교가) 취업 일자를 속이기 위해, 본인 의사도 없이 근무 앞부분을 휴가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리도 없고 컴퓨터 같은 사무 집기 하나 없이 무슨 일을 하느냐"며 필요 없는 조교를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도 조교 채용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었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영우 이사장은 "요즘 대학마다 졸업생들이 취업이 안 돼 걱정이고, 내부적으로는 총신대 출신 직원이 별로 없어 직원들 사이에 '내 학교'라는 인식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조교 채용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조교 채용을 담당했던 학교 관계자도 "그동안 인력이 필요하면 임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보다는 졸업생들을 조교로 채용하는 게 학생들을 위해서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김영우 이사장은 "조교 채용을 갑자기 진행한 것 같지만, 학교는 계속해서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 중이었다"며 졸속 행정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총신대가 사이버대학도 하고 옛 탐라대학교도 매입할 수 있어 조교가 많이 부족할 텐데, 그때 가서 뽑는 것보다는 미리 인턴 기간을 경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업 일자를 조작한 것에 대해서는 정일웅 총장이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정 총장은 "그렇게 하기로 확정한 게 아닌데 노조가 성급하게 앞질러 얘기했다"며 "정확한 근무 날짜에 맞춰 임용 날짜를 계산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김영우 이사장도 "절대 위법한 일은 없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필요 없는 인원을 충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다시 한 번 업무 배분이 잘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며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교 채용의 최고 결재권자가 김 이사장과 정 총장인데, 채용 일자를 속이는 편법을 써놓고 발각되니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채용 일자를 수정했다고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문서는 없다"고 했다. 학교는 현재 조교 임용 일자를 정확한 날짜로 수정해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존 조교 수의 70%가 넘는 신규 조교를 채용해 놓고, 앞으로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교는 1년 계약직이고 그 후 재임용 절차를 거친다. 노조에 따르면 총신대 조교는 1인당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조교가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조교 채용이 탐라대 매입을 향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한 총신대 관계자는 "학교가 하위 15% 대학이 되면, 총신대의 탐라대 매입은 부실 대학이 부실 대학을 인수하는 꼴이 된다"며 "학교 측이 그것만은 피하려고 무리한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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