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수단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복음, 수단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 전현진
  • 승인 2013.04.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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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열린말씀컨퍼런스 나흘 간 일정 마무리, '형통의 의미를 고민하는 시간'

성공과 형통을 향한 욕망은 언제나 교회를 유혹해왔다. 황금만능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은 형통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어려움과 성공을 위한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많은 이들은 종종 기도로 하나님을 조련하려고 한다. 세상과 교회의 문화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는 지적이 들리는 이유다. 이런 세태에서 미주 지역 한인 목회자들이 형통을 위한 복음이 아니라, 복음적 의미의 소통을 고민하고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4월 19일부터 나흘 동안 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박성일 목사)에서 열린 이번 열린말씀컨퍼런스에는 최정권 목사(첼튼햄장로교회), 김태권 목사(필라 임마뉴엘교회), 정대성 목사(콜로라도 뉴라이프선교교회), 박영배 목사(플러튼 뉴라이프선교교회), 김한요 목사(세리토스장로교회), 류인현 목사(뉴프론티어교회)가 참가했다.

'형통의 복음을 넘어 복음적 형통을 말하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것은 '형통의 복음'과 '복음적 형통'의 구별이었다. 강사들은 '세상적 성공을 위해 복음을 수단으로 사용하면 형통을 위한 복음이 되고, 복음이 목적이 되는 성공이 복음적 형통이 된다'며 간단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형통의 복음, 무엇이 문제일까. 21일 마지막 시간으로 꾸며진 열린 좌담회에서 한 교인은 강사들에게 "하나님을 믿고 그분이 모든 것을 책임져주시겠다는 것을 긍정하자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이 왜 잘못됐다고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김한요 목사는 "실제 하나님을 신뢰하고 긍정하여 모든 것이 형통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신앙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며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고, 우리를 형통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형통의 복음이 복음이라는 형태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조차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복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컨퍼런스를 책임지고 있는 박성일 목사는 강사들에게 '이 시대에 형통의 복음이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물었다. 류인현 목사는 맨해튼 청년 사역을 맡고 있는 목회자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 세상의 문화가 너무 강하고, 많은 이들이 세상 문화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음적 삶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교인들에게 형통의 복음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통의 복음이 날로 힘을 더하는 이 세상에서 목회자들의 문화도 세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다. 목회자들에겐 언제나 교회의 규모와 교인들의 숫자는 성공을 판가름하는 기준처럼 비춰지곤 했다. '몇 명 목회하냐'는 질문은 처음 본 목회자들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고, 그 많고 적음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박영배 목사는 선교 지향적인 교회를 목표로 9곳의 지교회를 개척해왔지만 성공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최근 새로운 예배 처소를 구입하니 '이제 성공했으니 마음 놓고 사역하시라'는 말을 들어 씁쓸했다"고 경험을 이야기했다.

박 목사는 강사들에게 '스스로 성공한 목회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교회 규모와 사역의 영향력으로 목회 성공을 판단하는 시대에서 열린말씀컨퍼런스의 강사들은 스스로 어떤 가치로 목회에 임하는 지 묻는  셈이다. 최정권 목사 "목회는 성공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과 깨닫게 되고, 성공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성공'의 그림자는 얻는 것 같다"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복음적 형통, 자녀에 살아 있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 참가자는 자녀들에게 복음적 형통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 강사들에게 물었다. 세상의 가치관을 배우고 자라는 자녀와 그 문화에 물든 부모들이 어떻게 복음적 형통을 대물림할 것이냐는 것이다. 최정권 목사는 "부모가 먼저 복음적 형통의 본보기로 살아야 한다"며 "그런 삶의 모범이 된 뒤에야 복음적 형통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자녀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녀의 어떤 모습에 칭찬하고, 부모 자신은 어떤 가치관을 위해 살아가는 지를 점검해야된다는 뜻이다.

박성일 목사는 이에 공감하며 "자녀의 성취를 세상적 기준에 따라 칭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SAT 시험을 앞둔 자녀들에게 선교 여행 대신 집중 공부 시키려 한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단지 좋은 대학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된다는 얘기다. 부모의 그런 가치관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 만난 동기 목회자들이 말씀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시작한 열린말씀컨퍼런스는 어느새 11년 동안 쉬지 않고 열렸다. 한 가지 주제를 여러 강사들이 집중적으로 전하는 말씀 중심의 컨퍼런스는 흔하지 않다. 미주 지역애서 말씀 중심의 집회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행사는 더욱 드물다. 하지만 이 역사와 규모가 그 성공과 성취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역에 집착하고 열망하지만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목회 문화 속에서, "예수를 사랑하는 목회자들이 모였다"고 열린말씀컨퍼런스를 평가한 한 목회자의 말처럼, 복음이라는 가치를 쫓는 이들에게 이 모임과 사역이 그 자체로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고 복음 안에서 얻는 형통이기 때문은 아닐까. 

(영상 출처 : 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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