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아는 만큼 깊어진다
신앙은 아는 만큼 깊어진다
  • 이승규
  • 승인 2009.08.1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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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송인규 교수의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

▲ 신앙과 지식은 별개가 아니다. 앎을 추구하는 것은 신앙인이 갖춰야 할 당연한 자세다.
신앙과 지식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수를 믿는 신앙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그냥 '덮어놓고' 믿으면 된다는 생각이 교회 전반을 감싸고 있다.

우리는 덮어놓고 설교를 듣고, 덮어놓고 봉사를 한다. 덮어놓고 헌금을 하고, 덮어놓고 예배에 참석한다. '왜?'라는 질문은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금물이다. '왜?' 우리 목사님이 저런 설교를 하는지, 본문과 설교 말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연 우리 목사님이 본문에 맞게 설교를 잘하고 있는지, '왜?' 저 사람을 우리 교회 장로로 뽑아야 하는지 묻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덮어놓고 믿으란다.

한국 교회 상태는 더 심각하다. 알려고 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 생각과 맞지 않으면 공격하는 공격성까지 갖췄다. 몇 년 전 영화 <다빈치코드>가 개봉했을 때 한기총 등 다수의 목사들이 영화를 수입한 회사까지 찾아가 개봉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고,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도 보수 기독교계의 압력으로 발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무엇이 잘못됐나 교회 안에서 충분히 토론을 하고 그러면서 신앙이 깊어질 수도 있는데, 아예 못 보게, 못 읽게 겁을 준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해도 충분히 위협이 되는데, 교회 밖 사람들에게까지 가서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한다. 이러니 개독교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쯤 되면 중증이다. 예수가 정말 진리라고 믿는다면 무에 그리 두려운 것일까.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송인규 지음, 홍성사 펴냄)을 쓴 송인규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우리는 보통 믿는 것과 아는 것이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두 가지를 상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교회 안에서 뭔가 알려고 하면 '무조건 믿으면 되지, 뭘 알려고 야단이야'라는 반응과 '덮어놓고 믿을 수밖에 없어, 따지고 들면 믿을 수가 없거든'이라는 두 가지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송인규 교수는 아는 것과 믿는 것이 절대 별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성경이 말하는 어떤 주제에 관해 내용을 꼼꼼히 기술하고, 때에 따라 자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신앙적 앎을 추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성숙에서 필수불가결한 과제라고 말한다. 반대로 이러한 주제들에 무지하다거나 그릇되게 알거나 믿고 있다면 우리의 신앙 수준은 영적 어린아이 수준이거나 심지어 퇴행하는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얘기다.

<아는 만큼 깊어지는 신앙>은 송 교수가 지난 2007년 5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복음과 상황>에 12번에 걸쳐 '쉽지 않은 주제, 풀어야 할 숙제 12가지'라는 주제로 연재한 내용을 수정 보완해 출간한 책이다. <미주뉴스앤조이>에도 글이 실려 좋은 반응을 보였다.

송 교수는 이 책에서 복, 성전, 제사장, 십일조, 안수, 영성, 거짓말, 고난, 선행, 예정, 심판, 상급에 대해 얘기한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왜곡해서 알고 있던 것들을 주제로 골랐다. 송 교수는 매우 민감한 주제지만, 성경 말씀을 근거로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면 들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복에 대해 송 교수는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거나 성공과 번영을 기약해주는 듯한 성구에는 엄청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인용되는 구절은 성경에 문맥이나 정당한 해석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여기저기서 뽑혀 나와 욕망을 한껏 부추기는 데 쓰인다는 게 송 교수의 얘기다.

마가복음 9장 23절 말씀인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라는 구절도 송 교수는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이 구절은 결코 적극적 사고방식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는 구절이라고 말한다.

송 교수는 이러한 기복 신앙이 생각보다 훨씬 깊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침투해 있다며, 이런 신앙 경향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 폐해는 개인과 공동체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송 교수는 기복 신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과 관련해 올바른 성경 해석과 적용을 하도록 줄기차게 가르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고 한다. 또 배우고 이해한 참된 복의 내용이 실제로 우리 심령에 내면화하도록 힘쓰라고 조언한다.

가장 민감한 주제인 십일조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확정설, 지속설, 폐기설, 참조설의 네 가지 입장을 소개하며, 자신은 참조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송 교수가 말하는 참조설은 십일조에서 말하는 10분의 1을 우리 헌금 생활에서 한 가지 참조 사항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 교수는 두 가지 이유로 참조설을 지지하는데, 성경적 이유로서 새 언약의 질서 아래 구약의 십일조 규례는 그리스도인의 구체적 시행 방안으로 자리 잡을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실제적인 이유로써 그럼에도 교인들의 헌금 생활에 구체적 지침이 필요한 경우 수입의 10분의 1이라는 방안을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송 교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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