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
  • 이계선
  • 승인 2015.06.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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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선 목사 ⓒ <뉴스 M>

태진아의 뽕짝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맞춰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를 불러본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바보온달이 평강공주와도 하는게 사랑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중국이 지금 민주주의하면 1500만명이 죽고 경제는 10년 후퇴합니다”

중국 공산당 간부의 말이다. 남한의 보수파들은 북한의 민주화를 요구하지만

“북한이 민주주의를 실시하면 김옥균의 3일천하로 끝나고 나라가 망합니다”

고향의 어린시절, 그때는 수업시간에도 학교운동장에서 선거연설회를 했다.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익희 후보를 지원하는 대통령선거 연설을 하고 있었다. 공부가 안됐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몰래 확성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

박순천여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어린가슴을 찔렀다.

“선생님 갑자기 설사가 나서 화장실에 다녀 와야겠습니다”

나는 곧장 연설회장으로 달려갔다. 어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따라 외쳤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 썩은 정치 바로잡자”

난 그 때부터 민주주의 신봉자가 됐다. 중학교 때는 야당의원들의 이름을 지역구와 함께 줄줄 외우고 다녔다. 한국이 못사는 건 이승만정부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않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미국처럼 민주주의하면 미국처럼 잘 살 텐데 왜 안할까? 4.19, 5.16, 5.18을 거쳤어도 정권교체가 안 됐다.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는걸 보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버렸다. 와보니 미국은 민주주의 천국이다. 그러나 미국생활 28년을 하고 나서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최소한 네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곡조에 맞춰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를 불러본다. 100점 만점에 한절에 25점씩 주는 4절짜리 민주주의 노래자랑.

1절. 교육수준이 높아야 한다.

자유당 초기의 한국 민주주의는 작대기 선거였다. 유권자들이 기호1번 이승만, 기호2번 신익희를 읽지 못했다. 80%가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공보실장이 “작대기 하나에 이승만, 작대기 둘에 신익희입니다”라고 알기쉽게 가르쳐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작대기 선거다.

미국 시민권을 따자 아내는 투표 공포증에 걸렸다.

“시민권자가 되면 투표기로 투표해야 된다는데 난 기계치(器械恥)인데 어떡하죠?”

그림으로 설명해도 안되 카지노로 데리고 갔다. 빠징고 실습.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누른 후에 손잡이를 앞으로 오른쪽으로 잡아 당겨 봐요. 와르륵 소리가 나면서 동전이 콸콸 쏟아져 나오지요. 투표하고 싶은 후보 이름 앞에 있는 단추를 누른 후에 손잡이를 앞으로 오른쪽으로 잡아 당기면 돼요”

“아하, 빠징고처럼 하면 되는군요”

지금 한국은 세계최고 교육국이다. 1절 합격 25점 득점.

2절. 돈이 있어야 한다.

초창기 국회의원 선거는 고무신 선거였다. 새해가 되면 출마 희망자들이 집집마다 달력을 돌렸다. 달력이 귀한 시절이라 한장 짜리 달력이지만 인기가 대단했다. 잘생긴 얼굴 사진에 일류대학을 나온 이력이 박혀있는 달력을 대청마루에 걸어놓고 식구마다 쳐다봤다. 달랑 달력 한장으로 일년내내 선거운동을 하는 셈이다.

출마하면 고무신을 돌렸다. 검정고무신은 낙선, 흰고무신은 당선이었다. 그래서 고무신 선거다. 국회의원선거가 끝나면 물가가 배로 뛰었다. 대통선거를 치루고 나면 나라경제가 휘청거렸다. “선거망국론”이 들끓었다. 돈이 많이 드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엄두도 못냈다. 지금 한국은 매월 선거를 해도 끄떡없다. 세계 10위권의 부자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북한은 어림도 없다. 2절 합격 25점 가산하여 50점.

3절. 부정부패가 없어야한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다. 그러나 가난한 서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부패인 하부정(下不淨)은 문제가 없다. 검찰 경찰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리면 깨끗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왕산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썩은 물인 상탁(上濁)이 문제다. 척결할 길이 없다. 검찰 경찰이 한 통속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부패한 윗물은 권력자 부자 성직자들이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국 중 27위다.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 속하는 셈이다. 3절은 빵점.

4절 연합 할 줄 알아야한다

4절 역시 빵점이다. 한국인은 Unit는 강한데 United에 약하다. Unit는 끼리끼리 뭉침이요 United는 연합하여 뭉침이다. 끼리끼리 모이는 호남 향우회 충청도 민회 여고 동창회는 만원사례다. 50만 뉴욕 한인 전체가 모이는 광복절 행사에는 임원들만의 잔치로 끝난다. 끼리끼리 모이는 Unit는 뭉치면 뭉칠수록 전체가 작아진다. 계파로 망 하는 한국 야당처럼. 연합하여 모이는 United는 뭉치면 뭉칠수록 전체가 커진다. 미국처럼.

미국은 United의 나라다. 200여 세계민족이 연합하여 미합중국을 만들었다. 그래서 USA (United Of America)다.연합으로 출발했다.13개주가 연합하여 독립전쟁에서 승리했다. 오합지졸이라도 13개주가 연합하니 대영제국을 물리친 것이다.연합세력이 불어나 지금은 50개주가 됐다.13개의 가로줄과 50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 성조기는 연합을 상징한다. 개신교국가이지만 카톨릭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도 잘 굴러가는 나라다. 멋지다. 독불장군의 시대는 지나갔다. 남을 인정할줄 알아야 연합이 된다. 민주주의는 연합이다.

4절은 불합격

“한국민주주의는 100점 만점에 겨우 50점이네요. 그러면 탈락인가요 합격인가요?”

“부산 정치파동 때 사사오입(四捨五入)으로 개헌을 한 사실이 있어요. 50점을 사사오입으로 반올림시켜서 일단 합격시켜 놔야지요. 그런 후에 보충수업을 하는겁니다”

50점 짜리라도 민주주의가 유신 보다야 훨신 좋기 때문이다.

등촌, 이계선 목사 / 제1회 광양 신인문학상 소설 등단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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