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권사 되고 싶어? 돈 내"
"장로·권사 되고 싶어? 돈 내"
  • 진민용
  • 승인 2009.11.04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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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회의 매관매직 악습, 관행으로 두기에는 심각한 수준

한국의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모 교회에 약 10년간 출석해 온 조 아무개 집사(여·60)는 교인 투표에서 권사로 뽑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오는 추수감사절 임직식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권사가 된다는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 씨는 교회 관계자로부터 권사가 되려면 돈 3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자신이 권사 후보에 들지 못했던 이유도 그 '상납금'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조 씨는 교회로부터 받는 독촉으로 요즘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 씨는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결혼한 자녀들과도 떨어져 살고 있었고, 별다른 생계 수단이 없어 정부 보조와 이미 결혼한 두 딸들에게서 매달 받는 용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기초 생활 수급자로 보조금을 받고 있는 조 씨에게 3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한 액수다.

그렇다고 딸들에게 손을 내밀자니 반대가 심할 터, 결국 조 씨는 교회에 사정 얘기를 한 후에 200만 원으로 조정했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 교회는 장로와 안수집사들에게 각각 500만 원씩 부담시켰다고 한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시어머니 이야기라며 다음과 같은 글을 온라인 카페에 올렸다.

"시어머니가 큰시누에게 전화해서 150만 원을 자식들이 어떻게 안 되냐고 부탁을 했나 봅니다. 현재 형제들 곗돈으로 어머니 집 대출금 이자를 내고 있는데, 그 단 몇 만 원도 몇몇 형제는 힘든 상태인데 시어머니는 교회에 그렇게 막대한 돈까지 내 가면서 하고자 하시더군요. 착한 자식들은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내는 자식도 있고 우리처럼 안 내는 자식도 있네요. 어머니 자식 중 아들들은 모두 무주택자인 상태이고, 큰 시숙은 현재 신용 불량에 자녀가 대학생 1명, 고등학생 1명, 중학생 1명이며, 둘째 시숙은 외형상 사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무주택자에 빚으로 얼룩덜룩한 상태입니다.

딸들도 남편이 주식으로 재산을 날린 분도 있고 형편이 어려워 다들 허덕허덕한 상태입니다. 150만 원만 내고 권사직을 맡으면 집안의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나? 권사직의 출발을 이렇게 했는데 차후에 또 돈 내라는 소리 안 하실 분도 아니구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요. 요즘 교회들 왜 이러죠? 정작 교회에서 인류에 대한 예수의 사랑으로 구원해야 할 사회사업은 대부분 외면하면서 이런 식으로 매관매직하는 것이 교회들의 궁극적인 목적일까요?"

"장로·안수집사 각 500만 원, 권사 300만 원 감사(?) 헌금 내야"

▲ 많은 교회가 직분을 줄 때마다 돈을 받고 있다. 물론 자발적인 성격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 씨의 사례가 그 한 사람의 경우만은 아니다. 조 씨가 출석하는 교회는 약 500여 명이 출석하는 중형 교회지만,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항존직(장로, 권사, 안수집사)들이 임직하면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의 액수는 커진다. 한마디로 돈을 내고 직분을 사는 일종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인 셈.

물론 해당 교회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다. "교회에서 강제로 부담시키지 않는다. 단지 임직자들이 자발적으로 감사 헌금을 하는 것이다"라는 것. 그러나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결코 자발적으로 혼자 빠질 수 없다는 사실을.

물론 장로와 권사라는 직분은 교회의 재정적인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하는 직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관행이 전통이 되면서 소위 '돈 없는' 청빈한 어른은 장로가 될 수도 없도록 제도화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세상의 부자 = 교회의 지도자'라는 도식을 허용하게 되면서 이들이 재물을 모으는 방법과 과정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부동산 투기를 했든, 아니면 사채놀이를 하든 상관없이 돈 있는 재력가라면 언제라도 교회에서 장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을 검증할 수 있는 교회의 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교회의 빚을 갚아 주는 조건으로 장로나 권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돈 내고 매매하는 항존직, 사라지는 존경심

최근 100주년기념교회의 이재철 목사가 이런 '매관매직'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장로와 권사를 연령으로 자연 승계하는 방법을 실시했다가 교단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교회는 돈을 받고 직분을 팔고, 돈이 있는 사람은 그 직분을 사서 교회 내에서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신실하게 평생을 살아 온 존경스런 어른이 장로가 될 기회는 점점 사라져 버리고 만다.

경기도 수원의 모 교회는 지난해 장로 5명, 권사 2명을 임직했다. 이 교회가 임직식에서 쓴 돈은 20만 원이 전부다. 기념 수건을 맞춘 돈이다. 물론 신임 장로와 권사들 누구에게도 돈을 받지 않았다. 순수하게 교인들이 존경할 인물들로만 선출했고, 그 결과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감동의 임직식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조 씨는 권사가 되기도 힘들었지만 권사가 된 이후에도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장로와 권사가 교회의 재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제도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기초 수급자로 지원받는 금액에서 십일조와 헌금을 냈지만, 권사가 되면 그 액수를 내기는 부끄럽고 그렇다고 더 낼 수 있는 형편도 못 되기 때문이다.

나도 장로 되려면… 돈, '매관매직'이 교인을 우상숭배자로 만든다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된 제도인지도 모르는 악습 '매관매직', 당연한 일이라고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도 그 부작용이 크다. 이미 "장로가 되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이를 외면하기에는 교회와 교인들의 '눈치'가 짓누른다.

부자이면서 존경받는 어른이 장로나 권사가 된다면 문제는 없다. 그 부자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교회를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복음을 위해 돈을 쓰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지불하는 돈이 있어야 교회도 운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는 다른 법. 당장 장로 직분에 욕심이 나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이용해 재정을 확보하려는 교회 간의 '빅딜'이 성행하고 있고, 이를 보는 교인들 또한 자신들이 언젠가는 장로가 되려면 첫째로 갖춰야 할 자격으로 '돈'을 떠올릴 테니 말이다. 결국 교인들은 교회의 직분에 대해 '존경심'이나 '신앙심'보다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는 심리적인 우상숭배를 하게 되는 꼴이다.

장로가 되려면 물론 '돈'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만한 인물이어야 하고, 사회에서도 덕을 세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와 2세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과 일반 서민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장로가 되기가 어려운 법이다. 단순히 '돈'만 있으면 장로를 쉽게 살 수 있는 현재 교회 제도는 조선 시대 벼슬을 돈으로 샀던 '졸부'의 뒤를 따르는 꼴이며, '돈'을 주고 면죄부를 샀던 중세 교회의 타락한 모습을 흉내 내는 꼴이다.

대안은? '무명으로 모금해서 장학 재단 설립, 불우 이웃 돕기 등 찾아 봐야'

물론 대안은 간단하다. 돈을 받지 않으면 된다. 임직식을 기회로 교회가 재정적인 보탬이 되려는 꼼수를 부리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분위기가 불가능하다면 임직 대상자들에게 돈을 거두어 그 돈을 적립하거나 '장학금'으로 지출하는 투명성을 발휘해도 좋을 일이다. 물론 금액을 지정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무명의 헌금을 받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결국 목회자의 의지에 달렸다. 이재철 목사가 이 부분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비록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국 교회에서 '장로는 돈 많은 사람'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벗어던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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