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예배당 구입 시도로 200만 불 공중에
무리한 예배당 구입 시도로 200만 불 공중에
  • 박지호
  • 승인 2009.11.27 0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샌디에고갈보리장로교회 교인들의 때늦은 후회

▲ 샌디에고갈보리장로교회가 구입하려고 했던 미국 교회 건물. 샌디에고갈보리교회는 아직 이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보 표지에 새 예배당 사진과 주소부터 채워 넣었다. (출처 : 갈보리교회 주보)
샌디에고갈보리장로교회는 2008년 3월부터 '새 성전 이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박차를 가했다. 건물 가격만 1,525만 불에 달하는 미국 교회 건물을 목표로 잡았다. 당회는 공동의회를 열고 교인들에게 가부를 물었다. 90% 이상의 교인들이 이전을 찬성했다. 이전도 하지 않았지만, 주보 표지에는 새 예배당 사진과 주소를 채워 넣었다. 2008년 11월 14일에는 '새 성전 현판식'까지 거행했다.

김종 목사는 그의 칼럼(2008년 5월 25일)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의 경륜에 따라 샌디에고갈보리장로교회의 새 생전 구입이 눈앞에 다가오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한마음 새 성전'으로 6행시 공모전도 벌이며 예배당 이전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김종 목사는 예배당 이전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교하며 이전을 장담했다. 

"성령이 능력으로 역사하는 교회는 샌디에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목사님들이 갈보리교회는 반드시 그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하더라.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것은 조직력도, 젊음의 패기와 열정도 아니다. 오직 말씀대로 하나님의 성전이 세워진 거다. 돈이 없든, 국론이 분열되든, 편지를 돌리든, 그건 하나님이 보실 때 아무것도 아니다."
(5월 17일 주일예배 설교 중에서)

▲ 교인들은 '한마음 새 성전'으로 6행시 공모전도 벌이며 예배당 이전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출처 : 갈보리교회 홈페이지)
샌디에고갈보리장로교회는 아직 옮겨가지도 않은 예배당 공사를 위해 렌트비로 6개월 동안 58만 5,000불을 지불하며, 보수 공사 비용을 포함해 총 178만 불(2008년 11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을 쏟아 부었다. 좀 지나치다 싶었지만, 교인들은 새 예배당 이전 프로젝트는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올해 여름부터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가을에는 이전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없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10월 중순에는 김종 목사가 이전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어느 성도의 말마따나 "어린아이들이 저금통을 털고, 어려운 성도들이 신용카드 긁고, 집 잡히고 해서" 장만한 300만 불(구매 시작 단계서 이전 중단 발표 때까지) 가까운 돈이 공중에 사라져버리는 순간이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교인들의 마음고생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김종 목사는 돌려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했지만, 공사한 것을 원상 복구시키라는 통보마저 떨어진 상황이기에, 직접 빌려준 60만 불 외에 나머지는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상황이 이쯤되니 교회 이전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대충 얼버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배당 이전 프로젝트가 애초에 무리하게 시작된 사업이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900만 불이라는 돈을 대출을 받을 만큼 갈보리교회의 재정이 넉넉한 게 아니었다. 비용 구조 중에 이자 비용을 20%로 미만으로 보는 것이 재무 이론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900만 불을 대출 받으려면 교회의 한 달 수입이 20만 불은 넘어야 했다. 하지만 건축위원 중 한 명은 "20만 불에 도달한 횟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 16개 은행에 대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악화된 경기 상황과 갈보리교회 재정 상태를 고려해 15개 은행이 퇴짜를 놨다. 그나마 한 군데서 조건부로 승인했지만, 시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조건부 사용 허가'(이하 CUP: Conditional Use Permit)를 받지 못해 이마저도 무산됐다.

▲ 샌디에고갈보리교회는 아직 옮겨가지도 않은 예배당 공사를 위해 렌트비로 6개월 동안 58만 5,000불을 지불하며, 보수 공사 비용을 포함해 총 178만 불(2008년 11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을 쏟아 부었다.(출처 : 샌디에고갈보리교회 홈페이지)
CUP를 받으려고 확인해보니 입주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입주 허가를 받기 위해 건물 상태를 들여다보니,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건축위원 핵심 멤버 중 한 명은 "목사님과 당회원들이 무조건 페인트칠만 하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11월에 들어가 보니까 입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고 증언했다.

급기야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건축 위원 중 한 명은 당회에 "더 이상의 진도는 무모하다"는 조언까지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김종 목사를 비롯한 당회는 이전 프로젝트를 강행했고, 입주 허가를 받기 위해, 렌트비를 지불해가면서, 170만 불이 넘는 공사비를 들여 보수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교인들 사이에서도 불만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샌디에고갈보리교회에서 '예배당 이전 프로젝트'를 놓고 공개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는 꼬박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됐지만 300여 명의 교인들은 자리를 뜰줄 몰랐다. 주최 측이 교회 이전과 관련한 질문을 미리 수집했고, 사회자가 교인들을 대신해 건축위원들에게 질문했다.

교회 이전 프로젝트에 핵심 건축위원들과 당회원들조차 이번 프로젝트가 무리였다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건축위원 중 한 사람은 애초에 비합리적인 계약 내용을 보고 거래를 만류했다고 말했다.

"'100만 불 Non-refundable(환불 불가능한)' 조건으로 계약했다는 얘기를 듣고 무조건 하면 안 되는 거래라고 당회에 얘기했다. … 세상에 5,000불이나 1만 불이면 몰라도 그 많은 액수를 환불 불가능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당회원 중 한 명도 뒤늦게야 교회 이전이 무리였다는 뜻을 내비쳤다.

"무엇인가 처음부터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집을 하나 사는 데만 해도 상식적이어야 한다. 집을 먼저 사서 건축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 믿음을 가지고 한다는 슬러건 아래 이런 것들이 무시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혼란을 막고자, 참석자들의 현장 발언은 일체 금지하고 발언 내용을 듣기만 하도록 했지만, 상황이 이쯤 되자 사회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몇몇 교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노 권사는 원로장로인 남편의 입장을 대신 설명했다.

"장로님께서 성전 건축 시작할 때부터 반대하셨다. 우리 성도들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큰 성전을 가느냐며 반대했다. 실직당한 사람도 있고, 정말 힘든 사람들이 많은 데 교인들을 쥐어짜서 큰 성전으로 간다는 거다. 계속 반대하셨다. 성전 건축은 우리가 너무 욕심을 낸 게 문제라고 했다."

▲ 새 예배당 구입을 위한 기도 요청 문구. (출처 : 샌디에고갈보리교회 홈페이지)
청문회 도중 김종 목사는 "교인들 90% 이상 동의했기 때문에 다 좋다고 해서 (이전 프로젝트를 추진)한 거"라며 교인들도 동의해서 진행된 것임을 호소했다. 이에 한 교인은 "당시 수리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수리비로 300만~400만 이상 소요된다고 하는데, 건물 값 1,500만 불에 총 2,000만 불 이상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1,500만 불짜리 안건으로 붙이고 90%이상이 찬성했다고 하면 모순 아닌가"고 대꾸했다.

부동산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익명의 전문가도 샌디에고갈보리교회의 거래 진행 상황에 대해 "전문성이 전혀 없이 처음부터 무리하게 진행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시무장로 중 일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여러분들의 마음과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임을 선언했다.

현재 샌디에고갈보리교회는 수습위원회를 꾸려 사태를 파악 중이다. 수습위원회는 거래했던 미국 교회와의 협상과 계약 관계에서부터 정산, 차입금(LOAN) 조달 관련 진행 과정, 건축 계정 입금 출금 및 잔액 및 사용 내역 확인, 공사항목 및 공사비용, 발주 내용까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종 목사는 5개월간 안식 기간을 가지고, 이후에 돌아와서 교인들로부터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했고, 교인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수습위원회의 최종 결과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