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 중에서 재미있는 표현들을 가끔 만난다. "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 water"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목욕물 버리면서 아이도 버리지 마세요"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 참 끔찍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서양이나, 우리나라나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것은 다 비슷한가 보다. 아이를 큰 대야에 넣고 목욕을 시키고는 그 목욕물을 마당에, 또는 길가에 휙 뿌리는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앗! 그런데 그 휙 뿌리는 물속에 아이도 함께 있다니! 이건 정말 끔찍한 표현이 아닐 수가 없다.
구정물을 버리다가, 그 소중한 아이를 버린다는 표현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비판하다가, 본질적인 것도 부인하지 말라는 뜻이거나, 중요치 않은 일에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리라.
이 끔찍한 표현이 적용될 만한 일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 간에 문제가 생길 때가 그 한 예다.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사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이것은 서로를 이해하여 좀 더 원만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상대방의 언행으로 인해 마음이 상해 '다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섭섭하다, 괘씸하다"는 감정싸움 때문에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관계는 두 단계 더 나빠지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와 분쟁도 많은 부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마음이 언짢아져서 말하는 태도와 동기를 의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태도나 동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도 함께 내던져 버리는 것은 '목욕물과 아이를 함께 버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독교의 부정적 모습에 관심, 예수에는 무관심
이 표현이 정말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수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예수는 세계의 3대든, 4대든 성인을 꼽으면 반드시 꼽히는 사람이다. 특히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 의심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서구 문화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예수들 만난 사람들, 그로 인해서 가치관과 지향점이 바뀌어 버린 사람들이 그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이러한 선한 영향력과 그 영향력을 끼친 장본인인 예수 자신에 대해서는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고, 서구 역사 속에 있었던 기독교의 부정적인 모습들에 대해서는 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들을 비판하다가 예수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 볼 기회조차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기 위해 다른 종교를 말살한 '십자군 운동'을 기억한다. 미신과 편견, 그리고 독선으로 '마녀사냥'을 저질렀던 역사를 떠올린다. 양심과 평범한 상식조차 무너뜨린 '종교 재판'과 세속 권력과 끊임없이 암투를 벌인 '교회', 그리고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고요히 사는 세상을 풍비박산 낸 장본인으로 '선교사'들을 떠올린다.
오늘날에는, 세상의 고통과는 상관없는 듯, 아름답고 호화롭게 지어진 교회 건물, 더 많은 복을 받으려고 안달하는 교인들과 종교 권력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종교인들, 안과 밖이 다른, 위선으로 가득한 신앙인과 고집스럽게 배타적이기만 한 교인들, 그리고 우리 문화를 무시하고 단군상 등에 테러를 가하기까지 하는 광신도들을 생각한다.
"예수를 사랑한다.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세상의 모든 사상과 종교와 철학이 그렇지만, 그 좋은 것들을 이용하여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은 늘 있어 왔다. 거기에 사람들의 무지가 더해지면, 자신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조차 악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독교의 역사는 기실, 한편으로는 예수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를 따른다지만 무지 속에서 용감해진 사람들과 예수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자신의 영광을 좇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후자들이 생산해 낸 결코 자랑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이야기에 온통 마음이 빼앗겨 버린다면, 그래서 예수도 함께 버린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움을 넘어,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무지와 오만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나서는 일에 걸림돌이 생기고 마니 나는 사과라도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감히 사람들에게 이 예수를, 그 많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고려해 보라고 말하곤 한다. 구정물 때문에 아기를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마하트마 간디도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간디는 예수의 가르침이 인류가 가진 가르침 중에서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믿었고, 특히 예수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을 그중 최고로 꼽았다.
간디는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서 예수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기에 '아기'와 '구정물'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예수가 무엇을 가르쳤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더더욱 기가 막힌 노릇은,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이 예수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 말하거나 그를 연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기보다는 그 사람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신약성경 앞부분의 네 권의 책(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동시대 사람 네 명이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 예수에 대해 기록했다. 한 사람에 대한 단 한 명의 평가는 늘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약성경은 네 명의 기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마태와 요한은 직접 예수를 따라다니던 제자였고, 마가와 누가는 예수를 따라다니던 제자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서, 예수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예수에 관심을 가지라
이 네 명의 기록이 얼마나 진실했는가, 또 그 내용이 후대에 어떻게 첨삭, 왜곡되었는가라는 온갖 '음모 론'이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문명의 중요한 여러 책들(금강경, 도덕경, 그리스 철학자들의 글들)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의혹이 없는데, 유독 성경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내 자신이 학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성경의 역사적 신뢰도를 지지한다는 개인적인 증언과는 별도로 분명한 것은, 신약성경을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그토록 영향력을 끼쳤던 예수를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예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성경을 통해 유익을 얻고자 한다면, 요한복음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읽기 쉬운 번역본(새 번역, 쉬운 성경 등)을 가지고, 사람들이, 예수 자신이 예수를 누구라고 묘사하고 있는지와 그 예수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왜 죽음을 자초하였는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예수에 대하여 관심을 지닌다. 그것은 비록 구정물도 많지만, 우리들 주변에 예수로 인하여 변화된 사람들, 삶의 비전을 가지고 줄기차게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그 사랑을 나누어 주려는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비결이 바로 예수에게 있다고 고백하며, 이미 죽은 성인으로 여겨야 할 예수를 살아 있는 사람 사랑하듯 사랑한다. 그들은 예수 주변의 구정물들 때문에 많이도 미안해 하고 슬퍼하며, 예수를 진정으로 따르고 드러내고 싶어 한다.
구정물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마땅하다. 불행히도, 버려야 할 '구정?이 적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아기'도 휙 던져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김형국 / 나들목교회 대표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