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장해야 하나요?
교회는 성장해야 하나요?
  • 남오성
  • 승인 2010.03.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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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회개혁Q&A 3] 커야 큰일을 하겠죠?

질문 : 대부분의 교회가 성장을 부르짖습니다. 교회는 크면 클수록 좋은 건가요? 교회가 커야 큰일도 할 수 있겠죠? 너무 크면 곤란할까요? 어느 정도 크기가 적당할까요?

"키! 키키키! 커! 커커커! 키 컸으면! 키 컸으면!! 키 컸으면!!!" 이 소리는 롱다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풍자하는 한 키 작은 개그맨의 자조 섞인 유행어입니다. 개그콘서트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이런 비슷한 소리가 들립니다. "교! 교교교! 회! 회회회! 교회 컸으면! 교회 컸으면!! 교회 컸으면!!!"

'루저 발언'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습니다. 한 여대생이 TV에 나와 "키 180cm 안 되는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라고 실언하는 바람에 고초를 겪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이런 식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데, 교계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나 봅니다. "신도 180명 안 모이는 교회는 루저"라는 식의 발언이 낯설지 않으니 말입니다. 교회는 무조건 커야 하나요? 작은 교회는 '루저 교회'일까요?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사명

저희 집엔 키 작은 아이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제 딸은 자기 반에서 두 번째로 키가 작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작은 키가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키 작았던 친구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훌쩍 커 버린 흔한 경우를 떠올리며 이내 위로를 받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제게 위로가 되는 건, 사람에게 중요한 건 '키'가 아닌 '삶'이라는 거죠. '얼마나 큰가'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죠.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닌 사명입니다. 예배와 교제와 봉사와 선교의 공동체로서 그 역할을 얼마나 잘 감당하는가가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교회에게 중요한 건 '놀라운 크기를 이뤄 내는 것'이 아닌 '올바른 의미를 일궈 내는 것'입니다.

큰 교회가 큰일 한다?

이쯤 해서 이렇게 묻고 싶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큰 사명을 감당하려면 큰 교회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제가 되묻죠. 말씀하신 '크다'는 무슨 뜻이죠? 지금 말씀하신 큰 교회가 사람 많은 교회는 아니겠죠? 화려하고 큰 건물의 교회는 아니겠죠? 혹시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묵상해 보시죠. 높디높은 하늘 보좌를 떠나 낮디낮은 여물통에 임하신 그리스도, 가장 작은 자로서 평생 섬김의 삶을 사신 그리스도, 인류 구원을 위해 처참하게 십자가를 달리신 그리스도를 생각해 봅시다. 작은 밀알과 그보다 더 작은 겨자씨를 들어 천국 복음을 전하신 그리스도, 천국은 가난한 자의 것이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 당신을 닮아 작은 자 즉 제자의 삶을 살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신 그리스도를 묵상합시다.

하나님의 크기 개념은 세상과 다릅니다. 인간이 크다 하는 것을 하나님은 작다 하시고, 세상이 작다 하는 것이 천국에서는 크게 인정받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크기가 아닌 중심을 보십니다.

큰 교회를 기대하는 당신의 마음 저 깊은 곳엔 무엇이 깔려 있나요? 혹시 세속적 성공과 물질적 번영을 꿈꾸는 죄악된 본성이 꿈틀대고 있지는 않나요? 하나님께서 계셔야 할 그 자리에 혹시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갈구하는 더러운 욕망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나요?

어느 정도 크기?

그러면 교회는 어느 정도 크기가 적절할까요?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선 교회의 공동체성이 망가지면 안 됩니다. 교회는 주일에 예배 보러 몰려드는 군중들의 집단이 아닙니다. 성도 간에 진실하고 친밀한 교제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목회적 스킨십이 가능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범접하기 힘든 높디높은 CEO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어쩌면 적절한 사이즈는 목회자의 암기력에 비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자라면 양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으로는 민주적인 교회 운영이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성도들의 의견을 묻고 듣는 공동의회 하나 제대로 열기 힘들다면, 이건 곤란합니다. 작은 자의 작은 음성에 귀 기울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 하다면,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교회의 역동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대안 공동체입니다. 마치 물살을 차고 오르는 연어처럼 죄악된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가야지, 죽은 고래처럼 세속의 파도에 휩쓸려 가서는 안 됩니다. 관리할 부동산이 많아지고 챙길 기득권이 커 버리면, 목회자는 예언자적 설교를 하기 힘들어지고 교회 구조는 세상의 올바른 변화를 선도하기 곤란해지는 것은 부인 못할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크기가 작을수록, 가진 게 적을수록 건강한 교회가 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인증을 조심합시다

거인증이란 병이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어 키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병인데, 잘못하면 일찍 죽을 수도 있답니다. 저는 제 아이가 거인증에 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보다 키가 좀 작은 건 괜찮지만, 너무 커 버려서 일찍 제 곁을 떠나는 것은 절대 원치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교회가 거인증에 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년간 인원이 늘지 않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너무 커 버려서 급기야 교회가 더 이상 교회가 아닌 지경에 이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성장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합니다. 뜨내기 교인을 걸러 내고 수평 이동을 막는 일도 필요합니다만, 또한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회심자를 흩어 내는 문제입니다. 교회를 떼어 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거인증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지금 여러분의 교회는 안 커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남오성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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