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목사 성범죄, 교단과 신도가 깨어야 한다
반복되는 목사 성범죄, 교단과 신도가 깨어야 한다
  • 방광현
  • 승인 2010.04.05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일명 '나영이 사건'의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목사라는 확인되지 않은 오보가 모 신문에 실렸다. 기독교계는 한바탕 난리를 쳤고, 조사 결과 오보였음이 확인되어 사과 기사까지 받아 냈다.

그런데 기독교 측에서 안도의 한숨도 쉬기 전에 목사의 신도 성폭행 사건이 일간지와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선교 단체를 차린 조 모 목사는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여성 신도 여러 명에게 "나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회유·압박해 이들을 상습 성폭행했다고 한다. 참 기독교의 얼굴이 깎이는 일이다.

일반 통념과는 달리,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접수한 100여 건의 성범죄 사례 중 사이비 종파에서 일어난 경우는 두세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소위 정통 교단에서 일어났다. 피해 횟수도 한 번이 아니다. 한번 욱 하는 마음에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다. 교회 내 성폭행은 개인 상담, 심방, 안수 등 종교 체험을 빙자하기 때문에 한동안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톨릭과 조계종 종단은 중앙으로 집중된 단체이지만, 개신교는 수많은 종파가 난립하면서 개개 목사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진다. 밖으로 알려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목사의 성범죄가 더 많아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한 조사에서도 목사, 신부, 스님의 성범죄는 빈도수가 엇비슷하게 나와 있다고 한다. 오히려 몇 해 전에는 가톨릭에서 고위 성직자들의 아동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수십 년간 은폐해 오다 그동안 묻혀 있던 전 세계적인 아동성범죄가 드러나 가톨릭 전체가 망신을 사고 교황이 사과한 적이 있다.

목사의 성범죄가 집중 조명받는 데는 최근 들어와 팽배해진 반기독교 정서가 한몫을 하고 있다. 성직자의 신뢰도가 신부, 스님, 목사 순이라고 <시사저널>에서 발표한 바도 있다. 대형 교회의 목사들이 관행적으로 목사직을 세습하거나,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고, 고급 자동차와 부동산을 보유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부정적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식의 배타적 선교는 일반인들의 반감을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소망교회 인사들을 중요한 공직에 대거 임명했다는 보도가 연이었던 것 등도 '목사'가 신뢰감을 잃은 계기가 된다. 이번 성범죄 사건은 안 그래도 기독교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떠는 사람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이 내 사람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자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 보고 그대로 하면 내 사람이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사람이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위 설교는 한 유명 목사의 성도 구별법의 한 부분이다. 신도 여성이 신앙을 위해 목사에게 성(性)을 바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맹신이자 광신이자 목사 자격 탈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일반인이나 목사나 가릴 것 없이 일반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생각을 뿌리 뽑기 전에는 목사들의 성범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목사들은 '성경'과 '하나님의 뜻'을 들먹이며 신도들을 현혹한다.

목사 성범죄를 줄이려면, 목사 스스로도 여성 비하, 여성 상품화적 사고를 고쳐야 한다. 그리고 여성 신도들 스스로도 목사도 남성임을 잊지 말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교단과 교단 연합회가 움직여야 한다. 성범죄를 막는 교육을 신학교 등에 개설하고, 교단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 및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성범죄 피해자들의 권익을 위한 쉼터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가톨릭이 사제들의 아동성범죄를 쉬쉬하며 은폐하려다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것을 기독교회는 기억해야 한다. 이젠 교회가 자꾸만 성범죄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안이함은 버렸으면 좋겠다. 또한 땅에 떨어진 목사들의 신뢰도와 기독교의 이미지를 개선할 방도를 찾아 목사와 신도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이다. 이번만은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