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주일 예배' 드리는 독일 교회
'환경 주일 예배' 드리는 독일 교회
  • 최용준
  • 승인 2010.04.22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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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피조계의 청지기 (Steward of creation)

▲ 전 세계 193개국이 온실 가스를 감축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데 공감했으나 공통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지난 12월 7일에서 19일까지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5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총회는 지구촌 전체의 관심사였습니다. 2주간에 걸친 회의 결과 세계 각국이 온실 가스 감축을 추구하기로 약속한 '코펜하겐 합의문(Copenhagen Accord)'을 공식적으로 채택했으나 총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채 구속력 없는 정치 선언에 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93개국이 이번 회의에서 온실 가스를 감축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데 공감했으나 공통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고, 그 대신 주요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감축 목표와 방법을 새해 1월말까지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신흥국들의 온실 가스 감축 실적을 검증할 국제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나 추가 협상 과제로 남겼으며 교토 기후 협약을 대체할 구속력 있는 새 기후협정을 2010년 말까지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것도 포기하고 2015년 이전에 새 협정이 체결되도록 노력할 것임을 시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 회의가 사실상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시각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도국은 기후 변화가 선진국이 과거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이므로 선진국이 선도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배출할 온실 가스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만 주목하고 미래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책임에 걸맞은 감축 목표치와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개도국의 동참만 강조해 도덕적 설득력을 갖지 못한 반면 개도국들 또한 능력에 상응한 기여보다는 이념적으로만 대응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선진국 국민들이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 연합에서 쓰레기 분리 및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독일의 경우 우선 공공 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지 및 봉투는 대부분 재활용한 종이입니다.

루프트한자항공의 기내지조차도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품질이 좋아 재생지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특히 놀란 것은 독일 성도들이 1년에 한번 정도 '환경 주일 예배(Umweltgottesdienst)'를 야외에서 드린다는 것입니다. 쾰른에서 사역할 당시 한 번은 독일 교회 성도들로부터 이 예배에 설교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한국인 목회자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기도하면서 예배를 인도하였고 '하나님의 피조계 보전(Gottes Schöpfung bewahren)'이라는 주제로 설교하였습니다.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는 보통 야외 예배를 드리며 창조주 하나님을 경배하는데 독일 성도들이 환경 보전을 위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보면서 깊은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교회 및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에서도 환경에 대한 주제로 예배도 드려지고 설교도 하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 주제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관심과 행동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서구의 그리스도인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바로 '피조계의 청지기(steward of creation)' 또는 '환경의 청지기(steward of environment)'라는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보시기에 매우 좋았고 아름다웠습니다.(창 1:31) 나아가 이 피조계는 창조주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 그리고 지혜를 분명히 나타내는 하나의 계시입니다.(시 19:1; 롬 1:20) 동시에 피조계는 하나님의 말씀(Wort)에 대한 하나의 응답(Antwort)으로 존재합니다.(시 33:9)

그리고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이웃을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이 피조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보존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창 2:15) 따라서 우리는 단지 우리가 가진 재능이나 재물의 청지기일 뿐만 아니라 이 피조계 전체도 올바로 관리해야 할 청지기인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이 숭배해야 할 대상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취하거나 억압해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환경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다만 이 생태계를 돌보고 가꾸어야 할 청지기적 사명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 인간을 두신 목적은 그것을 바로 다스리며 지키기 위함입니다.

이 일을 통해 사람은 환경과 연결되며, 또 하나님과 함께 공동 창조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스림'과 '지킴' 이 두 단어는 상호보충적입니다. 지킴이 없고 다스림(경작)만 있으면 착취하게 되며 다스림이 없이 지키기만 하면 아무 열매가 없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2장에 보면 에덴동산에 있던 강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하자원들까지도 언급됩니다. 아마도 이것은 개발되어야 한다는 하나의 암시로 볼 수 있겠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올바로 개발하면서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지혜롭고 충성된 에코 크리스천, 그린 크리스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최용준 목사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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