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선족교회, 조선족의 상처를 보듬다
뉴욕조선족교회, 조선족의 상처를 보듬다
  • 방지은
  • 승인 2010.05.25 22: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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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조선족의 희망을 노래하는 이성달 목사

조선족이 가장 많은 뉴욕 플러싱 지역의 한 좁은길가. 여기저기 교회 간판들이 눈에 띄었지만 찾고 있는 교회의 간판만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앉았다. 몇 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멈칫한 작은 건물 유리문 앞. ‘뉴욕조선족교회’라고 적힌 흰 종이가 문 끝에 붙어있었다. 눈 여겨 보지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초라한 교회 팻말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자 노래방 맞은편에 교회로 짐작되는 문 하나가 있었다.

뉴욕조선족교회(이성달 목사)는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된 교회다. 10여 명이 이 교회 담임목사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다가 지금의 교회가 되었다. 미국에 있는 조선족 교포들의 위안처가 되고 싶다는 이성달 목사의 바람으로 시작된 것이 만 2년째가 되었다.

“조선족은 미국에서 더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 같다. 한국어도 중국어도 모두 하지만, 같은 핏줄인 한인들과도 또 같은 국적인 중국인과도 문화 차이를 느끼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선족끼리 신앙을 매개체로 한 곳에 모이다보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뉴욕조선족교회 이성달 목사는 돈 버는 일이 목적이 되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재 뉴욕조선족교회의 성도는 50여 명 정도이다. 이 교회 성도들 대부분이 초신자다. 중국에서부터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성달 목사 역시 10년 전 이민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조선적 교포들도 없었을  뿐더러 교회 외에는  갈 곳이 없었다는 이 목사. 습관처럼 매주 교회에 나가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신앙이  이 목사의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갔다.

“어려울 때마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응답해주셨다. 기도 응답 받으니 하나님을 알고 싶어 졌고 성경을 읽게 되었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를 쓰게 되었다. 그러다 요한복음 1장 ‘말씀이 곧 하나님이다’란 구절을 읽게 되면서 진정 성경 말씀이 이해되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다는 것도 생명이 말씀에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미국에 오기 전 무신론자였던 이성달 목사가 믿음 생활을 시작한 것도 모자라 신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은 그 자신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목사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해봤다고 고백했다.믿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신앙인으로 이끌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다고도 덧붙였다. 일반 성도의 삶과 목사의 삶은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져 앞이 캄캄했다는 이 목사.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 교회에 방문해 본 것이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중국 사회는 기독교 자체를 중시하지 않으며 교회에 다니면 사회 진출을 하기 힘든 문화다. 지금이야 많이 개방되어 상황이 다소 변했지만. 그런 사회에서 이민 온 중국인들이 섬기는 중국 교회에서 내가 섬기고 있는 한인 교회에서 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본 것이다. 중국 성도들도 똑같이 주님을 외치고 사랑하고 찬양하고 있었다. 이들을 바라보면서 조선족의 영혼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교회를 꾸리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반복해서 느꼈다.  이것이 뉴욕조선족교회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12명이 이성달 목사 집에 모여 찬양하고 예배한 것이 전부였다. 예배처라고 하기엔 협소하지만 이들에겐 성스러운 예배 공간이었다. 9개월 정도가 흘렀을 때 성도가 20명이 되었고 이 목사 집은 이미 이들에게 비좁았다. 그래서 새롭게 찾은 곳이 지금의 플러싱 유니온 거리. 비록 건물 지하이긴 하지만 성도들을 넉넉히 품을 수 있을 장소라는 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는 것이 이 목사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뉴욕조선족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성도만 20명이며 올 7월에도 몇몇 성도들이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이 목사는 “성도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을 볼 때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변모해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중국에서 온 동포라는 그 공통점 하나로 하나님을 섬기기 시작했는데, 이젠 말씀과 기도로 더 많은 조선족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또 다른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조선족 80퍼센트 정도가 불법체류자라며 교회가 나서서 이들을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이 목사는 “과연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영원히 살게 하는 것이 맞는가 많은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온 이상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당장 시스템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믿음으로 보호해주고 이끌어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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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휘 2010-05-30 08:58:29
언제나 따뜻한 웃음으로 인사 하시던 목사님, 그리운 이성달 목사님... . 그 가슴을 가득히 채우신 우리 주님의 사랑이 그렇게 그렇게 부흥되게하시고 축복가운데 우리 주님의 성업이 그리스도 안에서 타오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양식주시고 안식주시기를... . SH

Pittsburgher 2010-05-29 21:20:59
뉴욕에서 이렇게 중요한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이 계셨군요. 참 감사하고 또 같은 민족과 동포인 조선족 형제들을 위해 섬긴 것이 없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목사님의 목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많은 조선족 동포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