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줄기차게 비판해왔지만, 주일학교 시절에는 성가대와 전도반을 번갈아 가며 했고, 군 제대 뒤에는 주일학교 교사도 5년이나 했다. 주일학교 성가대 시절 친구들은 지금은 결혼하고 애도 있지만,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교회에서 친구들과 밤새 놀기 위해 엄마에게 철야한다는 거짓말을 몇 번이나 했던가. 나는 친구들과 그렇게 여의도순복음교회 온 구석구석을 마치 우리집 안방인양 돌아다녔다. 지난 1월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주일예배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했다. 설교가 그리워서라기보다는 그냥 교회가 보고 싶었다. 예배가 끝난 뒤에는 어린 시절 손때가 묻어 있는 곳을 돌아다녔다. 교회를 떠난 지 7년 정도가 됐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교회 곳곳이 기억이 난다.
교회를 우리집 안방인 것처럼 뛰어다녔는데…
초등학교 때로 추억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교회에서 뛰어 놀고 있는데, 저 먼 발치서 조용기 목사가 걸어왔다. 나는 마치 '소녀시대'의 태연을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당연하다.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롤모델을 만났으니 말이다. 나는 사인까지 받으려고 했다. 그래서 '아, 목사님이다'고 소리를 쳤다.
그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 내 옆에 있던 집사님이 나를 툭 쳤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그 집사님은 손을 입으로 갖다 대며, '쉿'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목사님이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조선시대 왕이나 양반들이 지나가면 상놈이나 하인들이 고개를 숙였던 것처럼 말이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도저히 나는 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용기 목사가 예수님인가? 누구나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 대통령인가? 요즘 같은 시대에 대통령한테도 그렇게 할 사람이 있을까. 당시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실에 가보면 재밌는 사진이 걸려 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는데,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 조용기 목사님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처음 그 사진을 보고 웃음이 나와 참느라 힘들었다. 그리곤 바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조용기 목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에피소드는 또 있다. 한세대에 다니던 시절, 학과 교수가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1년여를 투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투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용기 목사가 학교 채플 시간에 설교를 하러 왔다. 우리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투쟁 방법을 찾았다. 결국 우리가 택한 건 피켓 시위와 구호를 몇 번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사님 근처로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교회에서 파견한 수많은 안수집사와 집사들이 우리를 막았기 때문이다.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아마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허탈하게 투쟁을 끝냈을 무렵, 조용기 목사님의 위치를 전화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던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이 친구는 우리에게 조 목사님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단독으로 용감하게 적진(?)에 뛰어들어 조 목사 몰래 뒤를 밟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목사님의 머리카락이 약간 흐트러졌던 모양이다. 그 즉시 어디에선가 젊은 사람이 뛰어나와 빗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머리를 빗겨주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고 한다. 교회를 잘 다니지 않던 친구였는데, 목사가 경호원에 개인 코디까지 있는 모습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조용기 목사님, 이제 그만하시죠
최근 들어 조용기 목사님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들린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김성혜 씨와 조희준 씨에 대한 얘기들이다. <미디어오늘>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김 씨를 <국민일보> 회장직에 앉히기 위해 조 목사가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한다. 또 김 씨는 조 목사가 죽기 전에 재산 정리를 해놔야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기사를 보면서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조용기 목사님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 때문이다. 물론 조용기 목사처럼 되고 싶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아니,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철저하게 망가질 수 있는지 나는 아주 좋은 공부를 했다.
조용기 목사가 이제 와서 목회 방침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또 주변에 있는 김성혜 씨나 조희준 씨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멈출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이 옳다며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포스트 조용기를 꿈꿨던 한 젊은 청년의 마음 한 구석은 매우 무겁다. 조용기 목사가 훌륭한 목회를 해서 후배들에게 또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그런 목회자로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조용기 목사님에 대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 내 희망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 그게 어린 시절 동경했던 어른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