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논리' 버리고 '평화' 선택하는 게 참 신앙
'보복 논리' 버리고 '평화' 선택하는 게 참 신앙
  • 성현경
  • 승인 2010.12.09 15: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북한 도발 규탄 마땅 그렇다고 전쟁을 택할 텐가

미주 한인 사회도 갑작스럽게 조국에 몰아닥친 전쟁의 칼바람 속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을 추모하고 우리 민족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더 기도하셔야 할 때입니다.

세월이 참 수상해졌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면 욕먹고 무시당하고 전쟁을 권하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보복과 전쟁만이 살길이라고 악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미친 세상에서는 미친 사람이 정상'이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있습니다. 평화의 비전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게 됩니다.

전쟁과 보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 모든 사태가 과거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관계를 끊고 북한 체제 전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을 손봐주기 전에 먼저 남쪽의 친북 세력을 때려잡자는 기사가 버젓이 신문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지금은 평화의 비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위험하고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한국 전쟁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북한의 연평도 폭격은 우리 모두를 격분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국군 장병과 민간인의 희생은 그 어떤 구실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도발이며 범죄 행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도발 앞에서 저는 다시 한 번 평화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국의 현실은 오직 진정한 평화의 비전과 실천으로만 회복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미국에 오기 전까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평생 반공 교육을 받았습니다. 북한 사람들 특히 공산주의자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상기해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제가 다녔던 교회에는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특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의 공산당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심지어는 가족마저 잃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피맺히는 한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평통자문위원으로 그리고 미국장로교단 목사의 자격으로 저는 북한을 3번 방문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저는 함께 간 목사들과 함께 황해도 신천에 있는 전쟁박물관을 들렀습니다. 황석영 씨의 자전적 소설 <손님>에 기록된 우리 민족의 비극의 땅에 가보았습니다.

거기에서 북한판 한국전쟁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이 경험한 처절한 살육의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된 곳을 돌아보고 나서 그 학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 증언자로 나온 한 노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굴에 총알자국이 난 이 노인은 자신의 가족이 희생되는 이야기를 하며 증오와 두려움에 깊이 떨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길 그리고 하나 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깊고 위험한 강을 하나 건너야합니다. 그것은 바로 증오라는 급류가 흐르는 강입니다. 남과 북의 모든 민족 성원들에게 이 증오의 급류는 우리의 의식의 저변에 무섭게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분단의 반세기 동안 평화의 비전이 너무도 쉽게 이 비극적인 증오의 강에 휩쓸려 버리는 것을 우리는 목도했습니다.

지난 주 미디어를 통해 조국에서 전해진 소식에 저는 가슴이 무너지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은 단지 북한이 한국을 공격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분노 그리고 두려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 통일을 바래왔던 모든 이들에게 크나 큰 배신행위입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를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범죄 행위 나아가 민족에 대한 반역 행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규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지난 시간 우리 모두가 지키려했던 평화와 화해의 정신에 대한 정면 도발이며 배신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북한의 공격을 빌미로 지금 우리 조국은 전쟁의 기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력한 보복을 외치며, 전면전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교전수칙을 확전 수칙으로 바꾸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핵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 바다에 들어오고 서해 5도의 확실한 무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서해에서의 분쟁과 북한의 공격 위험은 보복의 논리와 강력한 무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는 증오의 강을 벗어버리기 전에는 결코 이 위험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10년 전 TV통해 생중계된 2000년 6.15선언의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분단 후 처음으로 남과 북이 합의한 6.15선언은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입니다. 6.15선언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공존 그리고 통일의 길을 가는 나침반이며 대장정입니다.

일관된 햇볕정책이 있었던 10년의 시간동안 어려웠지만 분명한 평화의 비전과 실천이 계속되어왔습니다.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가 계속되었고 남과 북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습니다. 적어도 전쟁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우리 민족 모두는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대결과 갈등 그리고 전쟁 위기를 햇볕정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문제의 근원은 우리 민족의 희망인 6.15선언을 너무 쉽게 버리려한 어리석음과 오만에 있습니다. 지금은 남과 북 모두가 6.15선언으로 함께 돌아가야 합니다.

이 세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남과 북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 성원 모두가 염원하는 사명을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입니다. 점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확실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전심을 다해야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복의 논리가 아닙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의 보복의 논리에도 과잉 대응을 피하라는 지혜가 숨어있습니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 절실한 숙제는 서해 5도의 요새화도 핵무장도 아닙니다. 남과 북 모두 우리 민족의 절멸을 부를 전쟁을 막고 진정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머리를 모아야합니다.

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은 특사를 보내서 6자 회담을 촉구했고, 미국은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서해에 보냈습니다. 전쟁 억지를 위해 조지 워싱턴 호를 보내는 미국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대화를 촉구하는 중국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든 역량을 다해 진정한 대화에 나설 때입니다.

6.15선언은 이렇게 우리 민족의 갈 길을 선언합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명박 정부도 북한 당국도 이제는 다시 6.15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해 바다가 평화의 바다가 되어야합니다.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분노와 보복의 논리를 넘어설 강력한 평화의 비전을 남과 북이 함께 붙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이여, 담대히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우리 민족이 걸어 가야할 평화의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는 그 길을 결코 포기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다시 평화를 노래해야 할 때입니다.

성현경 / 파사데나장로교회 담임목사

* 이 글은 지난 12월 3일 열린 '한반도 평화 기원의 밤' 행사에서 성현경 목사가 강연한 내용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걱정 2010-12-11 02:48:03
6.15선언 이후 10년 동안 이루어진 일이 무엇인가? 속지 말라. 평화는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실력있는 이에게만 해당된다. 조폭들에게 계속당하면서 평화를 계속 이야기하는 의도가 어디 있는가? 조폭에겐 몽둥이가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