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티 구호 헌금 30억 원
사라진 아이티 구호 헌금 30억 원
  • 백정훈
  • 승인 2012.05.14 0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재해민 돕자고 모금해서 비전센터 건립 등에 사용

▲ 예장합동 긴급구호대책위원회는 모금한 30억 원의 구호 지원금을 이용해 학교, 카페가 들어서는 비전센터 건축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해피나우가 담당했다. 하지만 센터 건축을 위해 20억 원을 투자하고도 토지 문제 등으로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공사를 시작한 이후 2년여가 지나도록 건축 예정지(사진)에는 아무런 시설도 들어서지 못했다. (<마르투스> 자료 사진)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총 인구 900만 명 중 사망자 30만 명에 실종자는 10만 명에 달했고, 이재민도 150만 명에 이르렀다. 국제적인 지원이 이어지던 가운데, 예장합동도 총회 차원에서 아이티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기독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교회와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30억 원에 이르는 긴급 구호금을 모았다. 하지만 구호금은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분해됐다.

문제는 지난해 제96회 총회의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구호금은 지진 피해 아이티 국민이 아니라 비전센터 건립 등 엉뚱한 곳에 사용됐다. 사업을 주도한 해피나우는 비전센터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 카페,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구호금에서 설계비 약 1억 2000만 원, 건축 시공 선급금 5억 9000만 원, 건설 장비 구입에 1억 원을 썼다. 12억 원은 직원 급여, 생활비, 해피나우(재단이사장 길자연 목사·사무총장 박원영 목사)의 게스트 하우스 대여에 사용했다.

아이티 재해민을 돕기 위해 모금을 했지만 다른 재난 지역을 지원하는 데도 구호금이 쓰였다. 필리핀 지원에 약 6000만 원, 천안함 사태로 피해를 입은 지역 교회를 지원하는 데 약 1000만 원, 중국의 지진 피해를 돕는 데 약 4000만 원, 태풍 피해를 본 가거도를 지원하는 데 1000만 원을 썼다.

감사 결과가 공개되자 총대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총회 당시 갈현수 장로(대구노회)는 "모금 당시 비전센터 건립을 한다고 광고를 했다면 30억 원이란 금액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현지 재해민들을 도우라고 돈을 주었다.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을 사용한 사람들은 총회 이름으로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총대들은 7인 조사처리위원회(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긴급 구호금을 긴급구호대책위원회(구호위원회)가 집행하는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원장인 김연도 목사는 "총회 임원회, 실행위원회 등 어느 기관에서도 공식적으로 구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한 기록이 없다"고 했다. 전국 교회와 교인이 헌금한 30억 원이 총회의 인준을 받지도 않은 임의 단체에 의해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총회 구제부를 제치고 NGO인 해피나우가 피해 복구 사업을 도맡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곳저곳에서 무슨 근거로 해피나우에 일을 맡겼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해피나우 사무총장 박원영 목사는 "과거 구제부의 구제금 횡령 사건이 일어나서 총회 인사들이 구제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구호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아이티 구호 사업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구호 헌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당시 아이티 현장에서 활동한 한 선교사는 "더 큰 문제는 교단 인사들이 교인들의 귀한 헌금을 대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회 임원들과 해피나우 관계자들은 지진으로 비전센터를 건립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건축 예정지를 무상으로 공급받았다고 하지만 토지 문서 등 모든 자료가 훼손되어서 언제든지 법적 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었다. 모은 돈으로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선교사에 따르면, 비전센터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그는 "공사 장비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했다. 교인들이 모은 헌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사장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박원영 목사는 토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공사를 연기하고 있을 뿐 언제든지 재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구호 사업을 진행하는 절차와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감사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과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보고서와 조사위원회 활동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백정훈 / <마르투스> 기자

본보 제휴 <마르투스>, 무단 전제 및 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