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을 팔아라
성전을 팔아라
  • 전현진
  • 승인 2012.12.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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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엘림장로교회, 담임목사 은퇴 자금 위해 교회 건물 매각

▲ 엘림장로교회가 실로암장로교회에 예배당을 매각한 뒤 뉴욕에서 사라졌다. 사진은 실로암장로교회 건물에 남아있는 엘림장로교회 흔적.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12월 2일, 뉴욕 플러싱에서 베이사이드로 예배 장소를 옮긴 실로암장로교회(김종덕 목사)가 '성전봉헌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교계 인사들은 '빚 없이 성전을 구입했기에 봉헌이란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실로암장로교회가 이전한 곳은 엘림장로교회(이종길 목사)의 예배당이었다. 올해 초부터 몇몇 교회와 합병 소식이 들렸던 곳이기도 하다. 2월에는 새힘장로교회(박태규 목사)와 합병 선언에 이은 파기 선언 해프닝까지 있었다. 그런 엘림장로교회가 실로암교회에 예배당을 매각한 뒤 뉴욕에서 사라졌다.

엘림장로교회, 시세보다 저렴한 180만 불에 성전 매각, 이유는 '은퇴 자금'?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엘림장로교회 관련 서류에 따르면, 실로암장로교회와 엘림장로교회가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것은 4월21일. 판매 대금은 180만 불이다. 주변 상가 건물 시세가 300~400만 불 정도라는 상인들의 평가에 비해 매우 저렴한 금액이다.

예배당 구입 실무를 담당했던 실로암장로교회 김인규 장로에 따르면 180만 불은 엘림장로교회 이종길 목사가 제안한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엘림장로교회 쪽에서 제안한 금액(180만 불)이고, 시세보다 싼 가격이란 것은 안다"며 "어떤 식으로 금액을 결정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엘림장로교회와 협의 과정에서 이 목사를 제외한 다른 교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실로암장로교회) 측 변호사가 요구하는 서류를 그쪽에서 정확하게 준비해왔다"며 "모든 계약 과정은 이 목사와 그 변호사와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 매매서류(Deed)에는 엘림장로교회 측 서명란에 이 목사의 서명만 있었다.

김 장로는 엘림장로교회 예배당 구입 과정에서 법과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그쪽(엘림장로교회) 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림장로교회 당회원은 두 명이었다. 이종길 목사와 서도석 장로. 서 장로는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교회가 목사님(이종길 목사) 은퇴 자금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 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로는 당시 동의한 것이 '매각'이 아니라 '합병'이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교회 사정이 어려워 은퇴 자금을 받을 길이 없자 다른 교회와 합병을 추진하다 교회를 매각한 셈이다.

서 장로는 "목사님이 수십 년 동안 교회를 섬겼는데, 은퇴 자금 하나 못 받고 떠날 상황이었다"며 "새힘장로교회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그쪽(새힘장로교회)에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퇴 자금)을 내지 않아 계약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이 목사님이 이곳저곳에 알아보셨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 장로에 따르면, 엘림장로교회 예배당 판매 대금 180만 불 중 40여 만 불은 교회 대출을 갚는 데 사용했고, 80만 불은 법원에 있으며, 기타 공과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이 목사가 갖고 있다. 법원에 있는 80만 불의 경우, 교회는 비영리단체에 속하기 때문에, 교회 해산에 따른 건물 판매 대금이 공탁금 명목으로 법원에 있는 것이다.

서 장로는 이 중 일부는 이 목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며 "은퇴 자금도 제대로 못해줬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선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엘림장로교회는 180만 불에 교회 건물을 팔았다. 계약서에는 이종길 목사의 서명만 있다. (실로암장로교회 건물 거래 서류 갈무리)
목사·교인은 없지만 예배당 찾고 있다?

교회 매각 뒤, 서 장로는 이 목사와 의견 대립이 있었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축 헌금 등 문제로 헌금을 돌려달라고 한 분이 있다는 말이 있다"는 <미주뉴스앤조이> 질문에 서 장로는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엘림장로교회는 해산하지 않았고 다른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도 없고 목사님도 한국에 있는데 누가 예배장소를 찾고 있냐"는 <미주뉴스앤조이> 질문에 이 목사는 "취재하는 목적이 뭐냐"고 묻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지만 서 장로는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두 번의 통화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12월 3일 첫 번째 통화에서 그는 "예배 장소를 다시 구할 것이었으면 무엇하러 건물을 매각했겠느냐"며 이 목사의 발언을 부인했다. 두 번재 통화에서는 "이 목사가 '교회 건물을 찾고 있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냐"며 ""간접적으로 (교인들에게) 이야기했고, 모으면 40~50명은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엘림장로교회는 건물 매각 전까지 교인 수가 20여 명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장로가 태도 변화를 보인 것에 대해 재차 질문했지만 그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12월 3일 <미주뉴스앤조이>와 통화 한 뒤 직접 만나 인터뷰할 것을 약속했지만, 5일 "사건이 일단락되고 있는데 논란거리로 만들 필요가 없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건물 팔기 위해 교인 쫓아내는 경우도

엘림장로교회 소속 해외한인장로회(KPCA) 동북노회 서기 이수영 목사(등대교회)는 엘림장로교회 예배당 매각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정기노회에도 교회 합병을 놓고 노회원 사이에 의견이 오고 갔지만 교회 건물을 매각한다는 말은 없었다"면서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노회 소속 교회가 건물을 매각하고 사실상 해산된지 2달이 넘었지만 노회는 전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속 목사와 교회가 건물을 팔 때, 교단과 노회 등의 관리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소수 교인들만 남은 교회의 경우, 엘림장로교회의 경우처럼 목사 개인이 주도적으로 성전을 매매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배당을 팔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교인들을 쫓아낸다는 말까지 있다. 한 교계 관계자는 "얼마 남지 않은 교인은 대부분은 목사의 가족이기 때문에,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면 건물에 대한 처리는 목사 개인의 의지대로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 jin23@n314.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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