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하산, 모슬렘에서 크리스천으로
알리 하산, 모슬렘에서 크리스천으로
  • 이승규
  • 승인 2008.05.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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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진지한 탐구 끝에 결심…'모슬렘 선교 활동이 장래 꿈'

   
 
  ▲ 알리 하산(왼쪽)은 예수님처럼 사는 게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통역을 해준 노진산 'living faith church' 담임목사.  
 
알리 하산(27)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사람이고, 어머니는 이란 사람이다. 둘 다 모슬렘이다. 알리 역시 자연스럽게 이슬람교도가 됐다. 알리는 미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따라서 파키스탄으로 갔고, 그곳에서 5살까지 살았다. 그리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가족은 현재 뉴욕 퀸즈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알리는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 부모님은 예수를 믿겠다고 선언한 알리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리는 언젠가는 부모님도 이해해 주는 날이 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를 베이사이드에 있는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 사무실에서 5월 22일 만났다.

알리는 예수를 믿게 되는 과정은 드라마처럼 극적이지 않다고 했다. 예수를 믿게 된 계기나 사건이 있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다. 그러면서 미안하단다. 자신에게 그런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으면 기사 쓰기가 좀 더 쉽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리는 약 7년 전에 예수를 처음 알았다. 그는 뉴욕에 있는 라체스터대학교를 다녔는데, 주변에 예수를 믿는 친구들이 있었다. 알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항상 기쁨이 넘쳐났다고 했다. 그는 '과연 저런 기쁨이 어디서 나올까'라고 궁금해했다. 자신도 예수를 믿으면 저렇게 기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란 인물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단지 호감이 간다고 해서 무조건 예수를 믿을 수는 없었다. 예수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몇 대에 걸쳐 이슬람교를 믿어왔는데 갑자기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3대가 예수를 믿는 집안에서 자식 중 한 명이 불교나 이슬람교를 믿겠다고 하면, 아마 뒤로 넘어갈 부모가 꽤 많을 것이다. 알리에게는 모두 모슬렘인 가족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수라는 인물에게 계속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탐 무라토리 목사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탐 목사는 라체스터대학교 근처에 있는 조그만 교회 담임목사다. 둘은 2년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알리는 탐 목사에게 '죄란 무엇인가' '예수는 왜 나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나' '나 대신 죽었다고 내 죄가 씻길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 탐 목사 역시 알리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알리는 성경을 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물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만 교회에도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알리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이 기간 동안 알리는 교회에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처음 1년은 아예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뒤에 1년도 매주 나가지는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나갔다. 탐 목사 역시 알리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알리는 기독교 교리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공부한 다음에 교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알리는 탐 목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예수와 기독교를 조금씩 알게 됐고, 결국 교회에 매주 출석하게 됐다.

알리가 예수를 믿겠다고 쉽게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종교적 행위 때문이었다. 알리는 이슬람교를 믿던 시절 당시 이슬람의 종교적 행위에 열심히 참여했다. 하루에 몇 번씩 알라를 위해 기도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당연히 금식도 했다. 종교적 행위만 놓고 보면 알리는 참 신앙이 좋은 모슬렘이었다. 그래서 이런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알리에게는 몸에 밴 생활 습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알리가 종교적 행위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신앙의 깊이를 판단했다면, 예수 믿는 시기가 좀 더 빨라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리는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알리에게 예수를 믿는다는 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종교적 행위로 신앙의 깊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산 삶처럼 자신의 삶도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알리는 '내가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예수를 믿게 되는 과정이 극적이지 않다'고 말한 것은 알리의 겸손이었다. 이 과정이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않았지만 평범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이해하면서 믿게 되니 신앙이 훨씬 튼튼해지는 건 아닐까. 지난해 기독교 대학을 표방하는 한동대에서 모슬렘 학생 한 명 때문에 시끄러웠던 사건이 있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브라함이라는 학생이 한동대에 교환 학생으로 입학을 했고, 이 학생으로 인해 신앙이 흔들리는 친구들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동대 재학생은 약 3,000명 수준이다. 거의 대다수가 교회에 다니고, 예수를 믿는다. 하지만 모슬렘 한 명 때문에 일부 학생의 신앙생활이 위협을 받는다는 보도는 한국 교회가 교인을 얼마나 약하게 키우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었다. 

'예수 믿는 건 그의 삶을 따르겠다는 것'

   
 
  ▲ 한국 교회 성도들도 무조건 덮어놓고 믿는 믿음보다는 이해하는 신앙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알리 하산처럼 말이다.  
 
알리에게 예수란 어떤 존재일까. 알리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내 인생의 목적이고 존재의 이유"라고 했다. 예수가 자신을 위해 이 땅에 왔고 또 자신을 위해 죽었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각오가 있다고 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다. 알리는 두 종교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점,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생각하는 점 등은 기독교나 이슬람교나 똑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예수의 신성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와 다르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예수를 모세나 마호메트와 같은 선지자로 본다. 알리는 모슬렘들이 예수가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셨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기만 하면, 많은 사람이 예수 앞으로 나아올 것이라고 했다. 

알리는 장기적으로 모슬렘을 상대로 선교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식의 전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알리 자신도 이런 방법으로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리는 "예수를 믿으라고 해서 믿어지는 게 아니다. 또 무조건 믿으면 자신의 신앙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알리는 '진정한 기독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모슬렘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알리는 많은 모슬렘이 미디어나 영화의 잘못된 영향으로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잘못 알려진 기독교의 이미지를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뒤에 조심스럽게 가족 얘기를 물어봤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서로 못 보는 심정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알리는 그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미주뉴스앤조이>의 인터뷰에 응한 것도 부모님 주변에 한국 친구들이 없어서 가능했다고 했다.

알리는 현재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쉬고 있다. 조만간 다른 직장에 다시 나간다. 알리는 그 직장에 나가서 예수를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는 어디 가서든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고 했다. 자신이 예수를 믿는다고 밝히는 것은 곧 예수의 삶을 살겠다는 고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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