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현장에서] 대파 함부로 대하지 마라 
[4.10총선 현장에서] 대파 함부로 대하지 마라 
  • 지유석
  • 승인 2024.04.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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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레이스 이슈 종결자 구실한 ‘대파’, 그 정치적 함의는? 
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총선 레이스를 지배한 이슈 중 하나는 대파였다. 논란의 진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여론의 공분을 샀다. 특히 가정주부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이 대파 한 단 가격까지 세세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여론을 들끓게 했을까? 

지금 서민들은 높은 물가로 아우성이다. 심지어 사과가격이 너무 비싸 장보기에 나선 주부들이 사과를 집어들기도 어려워한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공분을 산 건, 서민들은 높은 물가로 장보기를 두려워하는데 대통령은 이런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파만으로 국민의힘의 패배를 설명할 수는 없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였다. 민주당은 총선 레이스 내내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싸잡아 심판해야 한다는, 이른바 '이·조 심판'으로 맞섰다. 

최종승자는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온 민주당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애초부터 이·조 심판론이 '먹힐' 가능성은 적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레이스 내내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이 프레임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레이스 내내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이 프레임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싸잡아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결과는 국민의힘의 참패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싸잡아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결과는 국민의힘의 참패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재명 대표는 선거 전날에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등 형사 피의자 신세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1·2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대법원 최종선고만 남겨둔 상태다. 이미 사법부의 심판대에 선 이들을 심판하자는 프레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대파'가 이번 선거에서 던진 화두는 여전히 강력하다. 선거는 끝났고, 전국 지역구에서 당선자들이 가려졌다.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인에게 수 조가 들어가는 개발사업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 시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 어려움에 공감해 주기를, 그리고 이 어려움을 해결할 제도를 고민해서 들고 와 주는 것, 바로 이게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바라고 원하는 일이다.  

정치가 향해야 할 곳은 가장 낮은 자리 

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지난 총선 레이스를 지배한 이슈 중 하나는 대파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지난 총선 레이스를 지배한 이슈 중 하나는 대파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한 일을 보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가장 낮고 가난한 이들, 삿된 권력으로부터 탄압 당하는 이들의 편에 섰다. 예수 그리스도는 현실 정치와 거리가 멀었지만, 정치가 어떤 구실을 해야하는지 몸소 실천한 셈이다. 

다시 현실 정치를 살펴보자. 시민들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 안간힘을 쓰는데, 그저 선출직 국회의원·대통령이 시민들의 아우성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특권에 취해 시민들의 삶에 무관심한다면 그 결과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명확하게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대파가 총선판을 뒤흔들고 야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먹혀든 이유도 대통령이, 그리고 정부여당이 서민이 겪는 어려움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한다. 시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해 주기를, 그리고 법과 제도란 답을 가져다주기를 말이다. 만약 이 같은 일을 소홀히 할 때, 4년 뒤 국민으로부터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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