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입은 많은데, 들어줄 귀가 없어서'
'억울한 입은 많은데, 들어줄 귀가 없어서'
  • 서재진
  • 승인 2008.09.0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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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기윤실, '신문고' 게시판 신설

조선 태종 때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하여 줄 목적으로 대궐 밖 문루 위에 신문고라는 북을 달았다. 조선 초기에 상소∙고발하는 제도는 법제화되어 있었으나, 최후의 항고∙ 직접 고발 시설의 하나로 신문고를 설치하여 임금의 직속인 의금부 당직청에서 이를 주관하였다.

일단 북이 울리면 임금이 직접 듣고 북을 친 자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하고 처리하도록 하였다. 즉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자는 서울에서는 주장관, 지방에서는 관찰사에 신고하여 사헌부에서 이를 해결하도록 하였는데, 이 기관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는 신문고를 직접 울리게 하였다.

서두가 길었다. 로스앤젤레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하면서 신문고라는 비공개 게시판을 신설하였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높으신 하나님께 나아가 고하면 됐지, 왜 연약한 사람에게 고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윤실이 어떤 자격으로 성도들의 억울한 사연을 자청하여 들으려고 하는지 의아해하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윤실은 지난 1993년 4월부터 '정직한 성도 정직한 시민 나부터 사랑으로 나부터 바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일해 왔다. 그동안 기윤실에 들어온 제보들도 많았다. 기윤실은 제보를 받고 수차례 회의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신문에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고, 비공개적으로는 해당 교회에 편지를 보내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하다 보니 성도들의 하소연을 받아줄 수 있는 실제적인 통로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비공개 게시판인 '신문고'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기윤실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인정한다. 하나의 기독교 시민단체에 불과한 기윤실은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문고를 개설하게 된 이유는 성도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보아도 명백히 부당한 문제를 '교회에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함구하다보면 곪아 썩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기윤실은 불투명한 한인 교회의 운영 실태에 대한 성도들의 억울함이 곪아 썩어져서 살까지 도려내야 하는 큰 아픔으로 가기 전에 언로의 물꼬를 트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비공개 게시판인 신문고를 마련했다.

기윤실은 신문고를 통해 성도들에게 출석 교회의 부정직한 면을 고발하도록 부추길 의사는 추호도 없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심장을 가지고, 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럽고 정직하지 못한 우리 한인 교회가 곪아 썩기 전에 들추어내어서 함께 고민하고 회개하길 바랄 뿐이다.

신문고는 말 그대로 비공개 게시판이다. 때문에 관리자 외에는 글을 읽을 수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은 실명으로 온라인 가입한 회원에게만 부여된다. 관리자는 가입한 회원의 소개서를 면밀히 검토한 뒤 관리자가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를 바라지만 교회 내에서 언로가 막혀서 답답해하는 성도들은 주저하지 말고 기윤실 신문고를 울려주길 바란다. 신문고가 울리는 그날 기윤실은 신문고를 울린 성도들과 함께 슬피 울며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신문고 바로 가기

서재진 /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책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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