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목사, 복귀 '물거품'
이영희 목사, 복귀 '물거품'
  • 이승규
  • 승인 2008.09.09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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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노회, 반대 32대 찬성 30으로 부결…이 목사의 향후 행보 관심

   
 
  ▲ 선거 위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이영희 목사 해벌 건'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 목사의 복귀는 힘들어졌다.  
 
여성 교인과의 불륜으로 목회 3년 정직을 받은 이영희 목사의 복귀가 물거품됐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뉴욕서노회(노회장 홍윤표 목사)는 9월 9일 뉴욕중부교회(김재열 목사)에서 속회된 정기 노회 둘째 날 '이영희 목사 해벌 건'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투표로 결정했다. '이영희 목사 해벌 건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 32표, 찬성 30표가 나왔다. 기권은 2표다. 이에 따라 관심을 모았던 이영희 목사의 해벌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이 안건을 회의에 상정하자는 쪽은 '안건 상정은 곧 이영희 목사의 해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해벌 안건 상정'이 곧 '징계 해제'를 의미하는 셈이다. 따라서 안건이 상정됨과 동시에 이 목사는 해벌이 되고 그에 따라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의 목회도 가능했다.

'아직 시기상조' VS. '가족도 용서했는데…'

'이영희 목사 해벌 건'은 노회 마지막 순서에 안건으로 올라왔다. 홍윤표 목사는 오후 2시 오후 회무가 시작되자, "노회원을 제외한 취재진과 방청객은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취재진과 방청객이 퇴장한 뒤에도 논의는 곧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안건이 올라왔다.

노회원들은 '이영희 목사 해벌 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를 놓고 약 2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노회원들은 격앙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 예람교회 교인들이 뉴욕중부교회 예배당 옆에 있는 유아방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한 노회원은 "이 안건은 상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며 "이영희 목사가 정직 판결을 받은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해벌을 할 만한 요소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노회원은 "이영희 목사의 해벌과 관련해 노회 안에서 찬성과 반대가 거의 비슷하게 너무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것이 맞다. 한 사람 살리는 것보다 노회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목사의 해벌을 주장한 한 노회원은 "이만큼 했으면 됐다"며 "이영희 목사의 가족, 특히 사모까지 이 목사를 용서했는데, 우리가 용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긴 논의 끝에 노회장은 노회원들에게 가부를 물었고, 안건은 통과되지 않았다. 노회장 홍윤표 목사는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이 목사의 정직이 끝나는 1년 6개월 동안 해벌 논의가 재론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회무 시간에는 이영희 목사의 해벌을 주장하는 쪽과 아직 해벌은 이르다는 쪽의 사소한 신경전도 있었다. 양쪽은 회원 점명 시간에 이영희 목사의 이름을 호명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한 노회원은 "이영희 목사는 정직 3년을 받았기 때문에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쪽은 "정직은 목사직만 정지한다는 뜻이다"며 "아직 노회 회원이기 때문에 회원으로서 호명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런 실랑이가 약 20분 계속 되다, 한 회원이 나서 "우리가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며 "총회 규칙부에 넘겨 유권 해석을 받자"는 말로 이 신경전은 끝이 났다.

한편 이영희 목사를 지지하는 예람교회 교인 20여 명은 이날 뉴욕중부교회를 찾아와 노회원들이 이영희 목사 안건을 다룰 동안 예배당 옆에 있는 유아방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안건이 부결되자 씁쓸한 표정으로 노회장을 떠났다.

이 목사 해벌 논의 건이 부결됨으로써 합법적으로 목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영희 목사가 과연 노회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목회를 재개하기 위해 노회를 탈퇴할 것인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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