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PCUSA)의 내부 여론이 '동성애자 안수'를 허용하는 쪽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 2001년에 이어, 2008년에도 미국장로교의 '동성애자 안수 허용'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동성애자 안수를 지지하는 노회의 숫자는 2001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장로교의 동성애자 안수 문제는 이번까지 두 차례(2001년, 2008년)에 걸쳐 총회에서 통과됐지만, 노회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부결됐다. 미국장로교는 작년 6월, 총회를 열고 '안수 자격 요건'(G-6.0106b)에 대한 수정안을 표결에 붙였다.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정의하는 정절 규정을 삭제토록 하는 수정안이다.
결혼을 남녀 간 결합으로 제한하는 정절 규정 수정안이 핵심
▲ 동성애자 안수 허용이라는 미국장로교의 뜨거운 감자가 식을 줄 모른다. | ||
이에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안수직에 부름 받은 자들은 안수와 취임할 때 묻는 헌법상의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신앙고백서가 가르치는 대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힘쓸 것을 서약하는 것"으로 수정하자는 것이다.
미국장로교의 경우 규례를 개정할 때 해당 안건이 총회에서 결의됐다 하더라도 각 노회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작년 총회 이후 지금까지 모두 173개 노회가 안수 자격 수정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과반수가 넘는 92개의 노회가 반대 의사를 밝혀 안수 규례 수정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동성애자 안수를 지지하는 노회의 숫자가 2001년 때보다 20%나 증가했다. 2001년에는 173개 노회 중에 46개의 노회가 동성애자 안수를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77개의 노회가 찬성했다. 33개 노회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비해 찬성에서 반대로 바뀐 노회는 단 2개에 불과했다.
한인 노회들, 동성애자 안수 반대 성향 도드라져
노회별로 투표 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동성애 안수 문제에 대해 한인 노회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권 노회의 경우 쉐낭고노회(찬성 4, 반대 106)처럼 찬반이 확연히 드러난 노회가 있긴 하지만, 찬반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거나, 찬성하는 숫자가 평균 45% 정도였다.
이에 비해 한인 노회들은 만장일치로 반대 의견을 지지했다. 미국장로교 교단에 173개 노회 중에 찬반을 떠나 만장일치로 결의한 경우는 동부한미노회(찬성 0, 반대 55)와 대서양한미노회(찬성 0, 반대 18), 중서부한미노회(찬성 0, 반대 44)가 전부였다. 교단에 소속된 한미 노회 전체를 통틀어 반대 의견은 한미노회(찬성 1, 반대 30)에서 나온 1표가 유일했다.
특히 이번 투표 이후 샌프란시스코노회가 교단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교단 내에서도 진보적인 노회 중 하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노회가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한인 교회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노회 안팎의 중론이다.
샌프란시스코노회원 중 한 명도 "한국 교회가 주도한 건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장로들을 비롯해 노회원들이 다 동원됐다"고 말했다. 최명배 목사는 "작년 총회에서 동성애 안수가 통과되자 노회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투표에 참여했을 것이다. (한인 노회원들이)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인목회부 총무인 이유신 목사는 "한인 교회의 흔들리지 않는 신앙적 확신, 성경의 권위와 복음은 믿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확신을 확증해주신 한미 노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자축했다.
이번 투표를 통해 한국 교회들은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의견에 대해, 교단 목사 중 한 명은 "한인 교회 총대들이 다른 이슈를 다룰 때는 무관심하고, 영어권 노회에 참석하지 않다가, 동성애 안수 문제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오히려 다른 미국 교회들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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