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님, 심방이 무서워요
담임목사님, 심방이 무서워요
  • 김유원
  • 승인 2011.04.14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 "심방은 협력과 교제의 방편"

바야흐로 심방(尋訪)의 계절입니다. 심방은 목회자가 신자들의 집이나 그들이 편하게 여기는 장소를 방문하여 신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직접 경청하는 정말 좋은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이마저도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의 손에서 나쁜 제도로 변질되어 부작용을 호소하는 신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주부 신자들은 음식 준비에 골머리를 앓기 일쑤이지요. 그뿐인가요. 관행이 되어 버린 '교통비 봉투' 챙겨 주기에 괜한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여기에 △종교적인 열심만 부추긴다 △교회 예산을 위해 헌금을 강요한다 △주일예배의 참석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다 등으로 표출되는 '심방의 세속화'를 우려하는 전직 목회자가 있어 소개합니다. 캐나다 리젠트대학교의 영성신학 석좌교수를 지낸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목사이지요. 그는 자신의 저서 <목회오경>(5 Smooth Stones For Pastoral Work)을 통해 "심방은 목회자가 순례의 길을 가는 신자들의 동반자가 되는 일"이라며 "성경적인 바탕에서 벗어나 심방이 세속화되었다고 느낀 목회자들은 당장 그런 심방을 중단하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에 저는 교회 바깥일로 동분서주하느라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을 위해 피터슨 목사의 책에서 심방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모쪼록 이 글을 반드시 일독하여 심방 일선에 나가게 될 부교역자들에게 세속화된 심방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신자들의 삶을 귀 기울여 듣고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나눔으로써 다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길벗 됨을 서로가 확인하는 가슴 뭉클한 심방이 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신자들은 자신들을 교묘히 조작하는 듯한 심방의 본질을 감지하더라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광고업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외판원들에게 그와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그런 행동을 성공한 사람들의 표시라고 여기고, 그처럼 활동하는 목회자의 능력을 높이 칭찬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와 같은 기대로 인한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심방은 더 이상 목회 사역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성경적인 바탕에서 벗어나 심방이 세속화되었다고 느낀 목회자들은 당장 그런 심방을 중단해야 합니다. 목회자의 직무는 심방의 순수함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다른 목회자들의 활동과 신자들의 기대감이 성경적인 사역으로부터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런 마음가짐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도바울은 소피스트들로 가득 찬 도시를 심방했지요. 소피스트들은 지방을 순회하는 전문 종교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도시들과 시장을 방문해 보수를 받기 위해 종교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지요. 그들의 활동과 목회자의 심방을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목회자는 한 곳에 거주하지만, 소피스트들은 여러 지방을 순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사람들을 찾아가며 방문을 통해 사람들이 '무언가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지요.

바울 사도는 소피스트들이 행하는 순회와 자신의 방문을 강한 어조로 구별했습니다. 자신의 방문은 '직업적인' 순회가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밝히려 했지요. 그는 사람들의 공개적이고 어려운 신앙 문제를 돕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너희 믿음을 주관하려는 것이 아니요, 오직 너희 기쁨을 돕는 자가 되려 함이니(고후 1:24)."

또한 그는 무언가를 팔려는 의도로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지요.

"우리는 허다한 사람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곧 순전함으로 하나님께 받은 것 같이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노라(고후 2:17)."

그는 방문을 통해 교인들을 제자화하는 평범한 소명에 참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그들 위에 군림하거나 그들 아래서 굽실대지도 않았지요. 바울 사도가 크리스천의 소명을 설명하면서 즐겨 사용한 접두사가 '함께(syn)'라는 단어입니다. 흠정역(KJV) 성경은 '동류(fellow)'라는 단어로 번역하고 있지요. 바울의 신분이 무엇이고 다른 이들의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함께 있었고, 믿음 안에서 '친구(companion)'였습니다.

심방은 예수 제자들의 관계성을 증명하는 협력 행위

심방은 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생색내기 위해 찾아가는 방문이 아니지요. 또한 무언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을 찾아가는 직업적인 방문도 아닙니다. 심방은 제자 된 크리스천들의 상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행하는 협력 행위이지요.

크리스천들 사이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바울 사도의 독창성은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 속에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 본문에서 'syn'으로 시작되는 합성어를 세 번이나 반복적으로 사용했지요. 그는 에베소서 3장 6절에서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후사(synkleronoma, 슁클레로노마)가 되고, 함께 지체(syssoma, 쉬쏘마)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예하는 자(symmetocha, 쉼메토차)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방을 근거 있는 목회 행동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바울 사도가 행한 두 번째 일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그 기간에 나누는 것이었지요. 바울 사도의 서신 가운데 가장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고린도후서는 여기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그는 자신이 당하는 고통과 절망과 상처를 함께 나누기 위해 편지를 보냈지요. 바울 사도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나약하고 고통 받는 동류의 그리스도인으로 드러냄으로써 고린도 교인들로 하여금 자신과 함께 신앙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만들었습니다.

고린도후서 4장 7~18절(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6장 1~13절(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11장 16~30절(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나의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등에 나오는 위대한 고백들도 바울 사도의 서신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러한 영향을 미쳤을 테지요. 바울 사도는 그가 제안한 방문이 그들을 위하거나 그들에 대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방문은 일상적인 믿음의 표출이었고,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평범한 사역 속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행하는 활동이었지요.

심방이 협력과 교제의 방편이라면, 심방은 이야기 구성의 좋은 기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은혜의 활동을 탐색하는 하나님의 정탐꾼이지요. 목회자가 발견한 내용과 상대방의 말을 결합해, 두 사람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보들을 제대로 배열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동안 무시된 자료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재배열하도록 제안하지요. 거기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바울 사도가 행한 사역의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났지요. 그는 소피스트들과 타 종교 전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방문을 확립하고 그에 대한 통제권을 세워 나갔습니다. 따라서 그의 심방은,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 속에 신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지요. 심방이 목회자를 위해 이뤄지거나 목회자가 심방을 위해 준비되지 못했다면, 바울 사도의 가르침을 계속 반복하여 되새겨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심방은 최소한의 목회 활동이지요. 목회자가 그리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목회자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목회자가 그곳을 떠난 이후에도 하나님은 계속 일하시지요. 그리고 목회자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하나님을 소개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신자들의 영혼과 함께하셨지요. 목회자는 이미 그 자리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만 하면 됩니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화'의 유혹을 강하게 물리치면서 말이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