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해체 운동의 불청객, 신천지
한기총 해체 운동의 불청객, 신천지
  • 김은실
  • 승인 2011.04.18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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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의심 카페 개설…경계 주의보 발생

   
 
  ▲ 한기총 해체 운동에 신천지 경계령이 내렸다. 사진은 신천지로 의심되는 단체인 한시모의 인터넷 카페 및 소셜 네트워크다. (한시모 홈페이지 갈무리)  
 
"시간을 드릴 테니 신천지에서 오신 분들은 나가 주십시오."

4월 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해체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사회자 남오성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이 신천지는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남 사무국장은 "최근 한기총 해체 운동에 신천지도 뛰어들었다. 우리는 신천지 역시 한기총처럼 한국교회의 심각한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네트워크)는 신천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했다.

한기총 해체 운동에 '신천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신천지로 의심되는 단체는 한기총해체를지지하는시민모임(한시모). 한시모는 3월 16일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한기총 해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체 운동을 이끌어 온 네트워크는 이들을 신천지로 보고 있다.

한시모가 신천지 소속 단체라는 의혹은 3월 30일 <뉴스미션>의 기사 "뭐도 뛴다더니…신천지 의심 '한기총 해체' 카페 등장"을 통해 제기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한시모가 카페를 연 지 열흘쯤 지나서 한기총 해체를 위한 평화 행진을 열었다. 평화 행진 공지를 올린 지 4시간 만에 30여 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신생 온라인 모임이 짧은 시간에 그만한 인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오프라인 모임이 기반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평화 행진 사진이 신천지 신도의 블로그에 올라왔다고 했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이 기사에서 "운영자에게 교단과 교파를 물어도 답이 없어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한시모 운영자가 신천지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블로거가 한시모 운영자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이 블로그 종교란에는 신천지 공식 카페인 '진짜바로알자성경과신천지'의 자료를 비롯해 신천지를 소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한기총 해체 운동에 신천지가 기웃거린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기총 해체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인 다음 아고라에도 신천지 경계령이 떨어졌다. 서명 운동 발의자는 "이 운동은 신천지와 어떠한 관계도 없는 개신교 내의 자정 운동이다. 신천지는 모든 개신교가 경계하는 이단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시모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우리가 신천지 소속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실은 <뉴스미션>에 사과문 및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고 카페에 공지했다.

신천지는 공식 카페에 '신천지는 한기총 해체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신도 개인이 한기총 해체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했고, 한기총 해체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 신천지는 한기총 해체 운동 참여는 부인했으나, 신도 개인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한기총 해체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다. (신천지 공식 카페 '진짜바로알자성경과신천지' 홈페이지 갈무리)

 
 

신천지 관련 신문사를 인수해 창간한 <천지일보>도 한기총 해체 운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한기총 기획 기사 '한기총, 구조적 제도적 개혁 불가능'에서 배덕만 교수(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의 발언을 인용해, "교회에서 목사들이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아서 말씀에 갈급한 교인들이 무료성경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을 찾아간다"고 보도했다. 자칫 신천지가 교인들의 필요를 채워 주는 곳이라고 오해할 수 있도록 썼다.

그러나 <뉴스앤조이>가 배덕만 교수 발언 녹취를 확인한 결과, 발언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배 교수는 "교인들이 성경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교회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니 공짜로 공부시켜준다는 신천지로 간다"며 교회를 비판했다. 이어 교인들이 "다른 데에는 돈을 쓰면서도, 정작 새로운 삶을 사는데 필요한 신앙 서적이나 강좌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천지는 한기총 해체 운동에 개입한 이유에 크게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첫째는 이른바 개종 교육 때문이라는 것. 몇 년 전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진용식 목사가 신천지 신도를 대상으로 개종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신천지는 한기총 앞에서 진 목사의 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개종 교육에 항의하는 시위와 퍼포먼스를 했다. 정운형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는 "신천지가 개종 교육으로 인해 겪은 심리적 공포감이 매우 큰 것 같다. 그 일로 한기총에 감정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제호 사무처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기총 해체 운동을 신천지가 홍보 기회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보았다. 조 사무처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기총 해체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면서 해체 운동을 벌이는 단체에도 사람들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단이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포교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은실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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