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의 '하나님 나라'
사흘 간의 '하나님 나라'
  • 전현진
  • 승인 2013.07.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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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21회 밀알 사랑의캠프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미주밀알선교단(총단장 정택정 목사)이 주최하고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열린 '제21회 밀알 사랑의캠프'가 7월 27일 마쳤다. 많은 이들이 매년 찾아오는 사랑의캠프를 기다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563명이 사흘 동안 어울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울고 웃는 어울림에 '하나님 나라'가 떠오른다. 서로를 매어주는 사랑의 띠가 다른 모습의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사랑의캠프에 동행해 사흘 동안 열린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의 표정을 담아봤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틀림'보단 다름, 다름보단 '같음'


캠프는 장애인 참가자들과 비장애인 참가자로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뉴욕·뉴저지·워싱턴·필라델피아·시카고·코네티컷·리치몬드·샬롯·애틀랜타에서 왔다. 각 지역 밀알 선교단에서 활동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다. 비장애인들은 봉사를 위해,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사랑의캠프를 둘러보기 위해 캠프를 찾았다.

각 지역 밀알 선교단에서 캠프 전 맺어준 장애인과 비장애인 짝은 캠프 내내 붙어 다녔다. 둘 셋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과 함께 다니며 어울렸다. 또래에서 십여 년 터울까지. 서로 다른 짝들이 내는 빛깔도 다채로웠다.

다양한 활동이 참가자들을 반겼다. 수영·네일아트·발마사지·한방·미용·가족사진 등 평소 장애인들은 쉽게 하기 어려웠던 활동들을 짝과 함께 즐겼다. 수영장 가득 매운 아이들은 여는 또래들과 다를 바 없이 함께 뒤엉켜 놀았다. 예배 시간 찬양에 맞춰 함께 뛰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짝으로 어울리는 건 쉽지만은 않다. 장애인 참가자도, 비장애인 참가자도 때론 지친다. 가끔은 다른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예배 시간 소리를 지르기도, 쉼 없이 일어나 돌아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섬김이' 친구들은 식은땀을 흘린다.

식사 시간, 대부분 진득이 차례를 기다리지만 늘어선 줄을 보면 짜증이 난다. 배려는 멀고 주린 배는 가깝다. 배가 고픈 장애인 친구는 만사 제쳐두고 줄부터 선다. 줄이 빨리 줄지 않는다며 투정부린다. 다 큰 어른도 짝을 지은 학생들에게 투정을 부린다. 사방에서 모여든 학생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새 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배고픈 학생들은 잔뜩 삐진 어른에게 줄을 양보한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은 예수가 그린 하나님 나라

사랑의캠프엔 '틀림'보다 '다름'이, '다름'보다는 '같음'이 비친다. 웃음도 같고, 사랑도 같다. 투정도 같고, 부족함도 같다. 때론 이기적이고 때론 이타적이다. 몸이 불편한 이도, 마음이 불편한 이도 있다. 어리숙한 모습도, 꾀 많은 모습도.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보다 '사람'이란 교집합이 크게 자리한다.

소망캠프(EM) 강사 나선 이승한 목사(뉴욕장로교회)는 장애와 비장애를 억지로 나누는 구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이분법이 장애인을 동정과 구제의 '대상'으로만 다룬다는 뜻이다. 구제에 갇힌 장애인은 복음 사역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 값싼 동정을 입은 장애인에게 복음은 멀기만 하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이 목사는 "장애인을 전도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예배를 위해 지으심 받은 사람들"이라고도 말한다. 장애인은 다르게 포장되었을 뿐이다. 눈에 비치는 '모습'이 장애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이어, 오히려 하나님을 떠나고 매일 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영적, 육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꼬집는다.

위장된 장애 속에 살아가던 이들이 사랑의캠프 동안 장애에 대해 알아갔다. 지역 밀알 선교단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한 봉사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음을 배웠다고 한다. 불편하고 어려운 장애인의 삶에서 불완전한 자신의 삶이 반사된다고 한다.

장애인과 오래 만나 온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다름보다 더 큰 것은 장애인와 비장애인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라고. 장애인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비장애인들도 완벽하지 않다.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다. 그보다 더 우린 닮았다. 죄 많은 세상에 태어나 복음에 주린 창조물이다.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은 무엇일까. 대회를 주관한 미주밀알선교단 총단장 정택정 목사는 '장애인이 예수님을 만나 얻는 행복'을 강조한다. 정 목사는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한 방이 있다. 예수 바깥에는 참된 행복이 없다"고 말한다. 복음이 주는 행복엔 장애와 비장애의 구별이 없다는 얘기다.

정 목사는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복음으로 세상을 바라봄이 중요하다고 한다. 예수가 세우는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야 한고 말한다. 그는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설 때, 가난하고 병든 자, 고아와 과부, 그리고 장애인들을 향해 먼저 다가간 예수를 기억했으면 한다.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란 결국 '복음으로 하나 되는 하나님 나라'라는 말일까. 사흘 동안 열린 사랑의캠프에 그 하나님 나라가 어렴풋이 비친다.

참가자들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맞잡은 손이 마음을 녹인다. 곳곳에 두런두런 이야기가 울린다. 빼곡한 함성이 공간을 채운다. 울리는 찬양에 함께 춤춘다. 배꼽시계도 함께 울린다. 서툰 손짓으로 밥을 한 수저 떴다. 친구는 지긋이 바라본다. 입 안 가득 채운 반찬에 웃는다. 함께함이 가끔 지칠 수도 있다. 친구는 그 마음을 안다. 가만히 안아준다. 웃음엔 장애가 없다. 사랑엔 장애가 없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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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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