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가 목회에 도움이 되나요?"
"박사 학위가 목회에 도움이 되나요?"
  • 전현진
  • 승인 2013.08.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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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첫째 날

   
 
 

▲ 멘토들은 참가자들과 2박 3일 동안 같이 먹고 마시며 고민을 나눈다. 사진은 멘토로 나선 박성일 목사(왼쪽).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고민은 목회의 동반자다. 신학생과 목회자는 늘 고민한다.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바른 목회인지 끝없이 묻는다. 고민 없는 자리엔 세상의 가치가 꿈틀거린다. 욕망으로 덧칠한 목회는 본질을 잃는다. 본질 잃은 교회는 힘을 잃는다. 힘 잃은 교회 안에서 고민하는 신학생·목회자들은 외롭다. 함께 고민할 친구와 선생이 필요하다.

목회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이 '제4회 미주 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 모였다. 83명의 신학생·목회자 가족들은 2박 3일 동안 고민을 이어 간다. 이 고민에 멘토들도 함께한다. 목회의 본질을 신학생·목회자들과 함께 고민할 멘토들은 김영봉(와싱톤한인교회)·유승원(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고영민(토론토 이글스필드한인교회)·박성일(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 목사다. 이민 목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목회자다. 하지만 멘토들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예수의 음식 '소명'

'멘토링 컨퍼런스'는 예배로 시작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원장 김영봉 목사가 개회 예배 설교를 전했다. 설교엔 목회에 대한 그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김 목사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물은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다시 던졌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누구의 양의 먹이고 있냐"고, "목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관련 기사 : 개회 예배, 김영봉 목사 "주님 사랑하기에 목회하는 것")
   
 
  ▲ 소개 시간에 인사를 하는 멘토 고영민 목사(토론토 이글스필드한인교회).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김 목사의 첫날 설교에 멘토링 컨퍼런스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고민은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향한다. 멘토링 컨퍼런스가 교회 성장을 위한 방법론에, 세속적 성공에, 거대 교회를 향해 희망을 걸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법론과 교회의 규모가 목회의 본질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본질을 향한 고민이 한국교회와 이민 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출발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통해 이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첫날 멘토링을 맡은 유승원 목사(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첫날 저녁, 유승원 목사가 첫 멘토링을 맡았다. 유 목사는 목회자의 소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먹기 위해 살아가는 시대'에 목회자도 예외가 아닌 현실을 염려했다. 세속적 가치에 따라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삶을 이어 간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빌려, 예수의 음식은 소명이었다고 강조했다.

'소명을 먹고 산' 예수의 삶에서 목회자가 추구해야 될 바를 보자는 것이다. 창조자를 떠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창조물. 창조의 섭리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세울 수 있도록 교회와 사회를 돕는 것이 목양하는 이의 목적이라고도 덧붙였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으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아무 생각 없이 삶은 콩을 쫓아가는 돼지의 삶도 말했다. 도살장으로 가는 줄 모른 채 눈앞의 음식을 쫓는 것처럼, 소명을 잃고 사는 인생의 허무함도 말했다.

유 목사는 성경이 인간에게 던지는 세 가지 명령으로 소명을 이해하자고 말했다. 창조·구원·사랑. 이 세 가지 명령을 추구하고 사는 것이 소명이라는 설명이다. 목회란 이 세 가지 명령을 구현하려는 노력이고,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는 것이 아닌 창조와 구원, 그리고 사랑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세 가지 성경의 명령을 추구하기 위해선 결국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하나님과 깊게 교제하는 것, 그리고 그분을 신뢰하는 것이 소명을 잊지 않고 사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기본 다지고 함께 고민하자

첫 강의를 마치고 모든 멘토가 나와 참가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유학과 목회 사이에서 품었던 질문이 날아든다. 멘토들도 고민해 온 질문이다.

한 참가자는 박사 학위가 목회에 도움을 주는지 물었다. 박성일 목사는 "학위 자체는 도움이 안 되지만 공부는 도움이 된다"며, 학위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학위를 받았다는 이유로 고민과 공부를 멈춘 목회자는 '박사'라는 호칭이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번 멘토링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대부분 유학 중이거나 그 과정을 거쳤다. 공부와 훈련, 그리고 경제적 생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멘토들은 경험을 살려 대답했다. "목회 기술자가 되지 말라"는 권면과, 훈련을 위한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가라며 조언을 전했다. 시간적 문제가 있다면 관심 있는 주제를 설교와 사역에 적용하며 공부하라는 말도 나눴다.
   
 
  ▲ 참가자들은 멘토들에게 그동안 품었던 질문을 던졌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주머니가 가벼운 학창 시절과 목회 초년병 시절을 멘토들도 겪었다. 참가자들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흔들리는 믿음을 어찌 다잡을지 물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이름 난 목회자들의 스캔들을 지적하며 '성공을 위한 준비'를 묻는 참가자도 있었다.

멘토들은 기본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회를 시끄럽게 한 목회자들의 추문은 대부분 '기본'이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멘토들은 진단했다. 멘토들은 사역에 몰두한 채 기도와 말씀이라는 기본을 잊는다면, 스스로에 대해 착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착각이 교회를 흔드는 사건으로 기본 잃은 목회자에 의해 세상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평소 동료들과 나누지 못하고 혼자 앓아 온 고민들을 멘토 앞에 풀어 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하러 그런 고민을 하냐"며 핀잔을 주던 동료는 이 자리에 없다. 평소 어렵게 생각하던 '유명 목회자'도 없다. 본질을 찾는 여정에 동행할 멘토들과 동료 신학생·목회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크다고 한다.

저마다 다른 기대를 품고 온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본질을 고민한다. 서로 묻고 답하며 고민은 더 깊어진다. 평소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한 고민과 걱정들을 쏟아낸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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