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기준, 영화로 만나다 (1)
하나님의 기준, 영화로 만나다 (1)
  • 전현진
  • 승인 2013.12.11 0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뉴욕크리스천영상제 최우수작품상 방지민 감독

   
 
 

▲ '제8회 뉴욕크리스천영상제 최우수작품상 'Four'를 감독한 방지민 씨.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많은 청년들이 교회 행사 때마다 "순종하라"는 부탁(또는 명령)으로 내키지 않는 영상을 만들곤 한다. 그렇게 만들어져 교회 안에서 상영되는 영상들. 작품의 질은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 '만들었으면 됐다'는 식, '이만하면 잘했네'라는 식.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자 본인과 친구의 거친 호흡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낄낄거린다. 어설픈 영상미를 바라보는 교인들도 애써 웃음을 참는다. 애써 감동(?)하며 전하는 건조한 격려와 함께. "아이고 잘 만들었네. 감독해도 되겠어. 허허."

선교 여행을 다녀와 하루 이틀 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영상'을 생각했다면 여기서 잠깐. '뉴욕크리스천영상제'에 그런 수준을 예상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리라. 8년 동안 켜켜이 쌓인 청년들의 '영화'가 관객들을 놀라게 할 터이니.

'제8회 뉴욕크리스천영상제'가 12월 7일 막을 내렸다. '복음'을 주제로 열린 이번 영상제는 뉴욕과 인근 지역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 8편의 영화들로 채워졌다.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은 뉴욕장로교회 방지민 감독에게 돌아갔다. '뉴욕장로교회에서 주관한 행사니…'하며 애써 폄하하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를 본 영상제의 심사위원장 김상철 목사(영화 '중독'·'잊혀진 가방' 감독)는 주제와 감동을 명확하게 전달한 그의 작품에 후한 점수를 줬다. 공들인 촬영과 편집의 흔적이 녹아난 방지민 감독에게 "영화 전공이냐"는 질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영상제를 마친 12월 8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방지민 감독을 만났다. 전공도 아니고 직업도 아닌 영화, 직접 만들면서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처럼 흐뭇함을 느낀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 

9살 무렵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방지민 씨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연찮은 기회에 참가한 수련회에서 교회와 만난다. 그가 만난 하나님은 거칠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마치 '예술'처럼 조금씩 스며든 믿음은 어느새 그의 삶을 규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어린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틀어주던 영화에 몰두하던 그는 마침 영화를 제작하던 선배를 만난다. 이후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해보면서 눈으로만 즐기던 영화를 직접 만들게 된다.

생화학을 전공한 그가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이유는 무얼까.

"사람마다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찍거나 만들 때 분명 스트레를 많은 받는데, 다 만들고 나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을 때 이렇게 흐뭇하셨겠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방지민 씨가 영화를 꾸준히 만들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출석하는 뉴욕장로교회(이승한 목사)가 주관해온 '뉴욕크리스천영상제'의 역할이 크다. 아무리 좋아하고 재능이 있어도, 열정을 뽐낼 공간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영상제가 출발할 무렵부터 참여해온 그는 처음엔 감독으로 출발해 배우와 작가를 거쳐 촬영까지 할 수 있는 '무대'를 얻었다.

전문적인 기관에서 영화를 배운 일은 없기 때문에 촬영·편집 기술은 인터넷으로 혼자 익혀야 했다. '따로 학교를 다녀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한 시간을 투자해 학교를 다닌 것이 과연 이득이 될까하는 고민도 했다. 결국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실전에서 부딪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까지 닿았다.
   
  ⓒ방지민  
 
그는 영화를 만드는 바탕엔 목적이 '전도'라고 말했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복음'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복음의 메시지를 은근히 담아내 믿지 않는 이들에게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진리는 어차피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그 메시지로 조금씩 꾸준히 설득해나가는 일이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상제에 심사위원으로 함께한 김상철 감독의 심사평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 한사람이라도 변화될 수 있다면 정말 귀한 사역이라는 말에 힘이 됐어요."

이번 영상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Four'는 세상과 다른 하나님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그는 말했다. 복음을 주제로 한 영상제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다는 이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그 기준을 실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리뷰] 뉴욕크리스천영상제 최우수작품상 'Four')

그는 배우 지원자 중 교회에 출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을 연기자로 섭외하려고 했다. 영화 촬영을 통해 새롭게 교회에 정착하려는 이들이 좀 더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대사나 표정 연기를 요구할 땐 설렁설렁 넘어가지 않았다.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복음 문화'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영화를 제작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만족스러운 시간들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가 '종합 예술'인만큼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끼를 살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복음 메시지를 전하면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영상제'가 한인 교계에 더하는 무게감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뉴욕 및 인근 지역 한인 교회 청년들에게 영상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온 이유이도 이 때문이다. 영상제는 서로 교회는 다르지만 각자의 재능으로 함께 '복음'을 나눌 자리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여러 교회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복음의 문화 속에서 함께 즐길 자리는 현재 손을 꼽을 정도다.

이번 영상제에는 대회를 주관한 뉴욕장로교회와 뉴욕 인근 지역 청년들이 7개 작품을 출품했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한 셈이지만, 전체 한인 교회와 청년 숫자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방지민 씨는 한인 청년들이 함께 교제하고 열정과 재능을 나누는 행사로 '뉴욕크리스천영상제'가 발전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교회의 행사가 아닌 뉴욕의 기독청년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8년이 지나오면서 이제 영상제가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이제 많은 청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 속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세상 문화'라며 핏대를 세우는 소위 '문화 사역자'들이 각종 음악과 영화를 놓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 때.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한인 청년들은 복음의 문화를 직접 만들고 있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