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목사가 말하는 '설교란 무엇인가'
김영봉 목사가 말하는 '설교란 무엇인가'
  • 박지호
  • 승인 2009.08.17 0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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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인터뷰로 재구성한 영성적 설교 준비의 이모저모

시간은 짧고 할 말은 많았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영성적 설교에 대해서 강의한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는 강의 시간을 30분이나 훌쩍 넘겼지만, 준비한 강의 내용의 상당량을 건너뛰어야 했다. 쓸 내용은 많지만, 지면이 좁기는 기자도 마찬가지. 기사로 다루지 못했지만 참석자들만 듣기엔 아까운 김영봉 목사의 설교 준비 노하우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봤다. 강의와 질의응답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 김영봉 목사는 많은 설교자들이 성도들을 가르치려든다고 말하며 자기 고백적인 설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란 회중으로 하여금 하나님께 집중하도록 해서 성령께서 그 사람에게 역사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교를 통해 회중들이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하면 이후에는 성령께서 일하신다. 진정한 영적인 사건은 하나님과 회중의 일대일 만남에서 일어난다. 설교자는 하나님께 집중하고 하나님이 청중을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이 일하신다면 왜 설교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하나님은 인간의 최선을 사용하신다.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최선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주일도 설교 준비를 게을리 한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상황이 아니면 강단을 붙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설교를 잘 준비한다는 말은 설교 준비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설교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을 때 인터넷의 정보를 짜깁기해서 늘어놓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설교는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을 마시고자 하는 교인들에게, 지표면에 고인 물을 퍼다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주일 예배 이외의 설교는 어떻게 준비하나.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과중한 설교의 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교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본인의 경우 주일 설교는 Full script를 준비하지만, 수요일 설교는 본문을 읽으며 강해하는 식이고, 노트에 기초하여 설교한다. 새벽기도 설교는 설교라기보다는 묵상 정도로 여기고 준비한다. 본문을 읽고 간단히 설명한 다음 두세 가지 주제를 뽑아 은혜를 나눈다. 심방 설교는 새벽기도 시간에 심방할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본문과 찬송을 고르지만, 심방하여 대화하는 가운데 성경 본문과 찬송을 바꾸기도 한다.

장례식 설교의 경우 돌아가신 분의 삶의 여정에 대해서 먼저 듣는다. 그분 삶 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을 선택해서 5분에서 7분 정도로 짧게 말씀을 전한다. 장례식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며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설교하는 목회자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잔잔하게 묵상하도록 하는 설교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3대지 설교의 단점을 많이 언급했는데

3대지 설교가 완전히 버려야 할 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설교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지 설교가 가진 약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지 설교의 가장 큰 약점은 대지의 구분이 매우 인위적이거나 억지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대지 설교는 준비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자칫 본문과의 연관성이 없거나, 전혀 무관한 대지를 논제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또 널리 펼칠 수는 있으나, 깊이 파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지 설교의 또 다른 약점이다. 설교에서 사용하는 대지가 선택한 본문과 일치하거나 내적인 역동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많은 경우에 다양한 음식을 펼쳐놓은 뷔페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먹는데 한 가지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야기식 설교를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는 설교자도 있다. 본인이 강조하는 이야기식 설교의 약점은 없는가.

이야기식 설교를 하려면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설교자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계속 질문해가면서 붙들고 씨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주제를 기승전결의 구조에 담아 20분 이상 끌고 가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회중에게는 어려운 설교가 된다. 제 설교가 어렵다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공부를 안 했거나 지능이 낮은 사람을 말하는 경우가 아니다. 교리에 얽매여 있거나,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이 주로 그런 반응을 보인다.

교회가 어려운 경우 목회자들이 표적 설교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표적 설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표적 설교를 하더라도 정작 그 대상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가령, 김 장로를 생각하고 설교를 했지만, 박 장로가 발끈하거나 미안해하는 식이다. 설사 표적으로 삼은 교인이 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저항하거나 시험에 빠질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처음에는 고소해하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저 목사가 언젠가 나에게도 저렇게 할 것'이라고 여기며 목회자를 불신하게 된다. 무엇보다 표적 설교는 강단을 훼손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목회자가 설교를 통해 특정 교인을 공격하는 것은 굉장히 불공정한 싸움이다.

어떤 주석을 어떻게 참고해야 하나. 또 참고하는 주석서가 있다면.

먼저 본문을 읽고 무릎으로 기도하면서 씨름하고 나서 주석을 보라. 문학적·문화적·역사적 배경이 무엇인지, 내가 붙들고 있는 한 가지 주제가 본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주석을 참고하는 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석에 의존하게 된다.

주석을 선택할 때는 그 저자가 원문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역사 비평의 근거 위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역사 비평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역사 비평학이 성서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 학문적이며 동시에 목회적인가 살펴봐야 한다. 가급적 주석 시리즈를 전질로 구입하는 건 피하고, 저자와 주석의 체계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한복음 연속 설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주석은 영국학자인 존 마쉬(John Marsh)의 요한복음 주석서다. 역사 비평학의 근거에 있으면서 신앙적이고, 신학적인 주석이다. 구약의 경우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의 주석을 자주 참고한다.

예화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죽어 있는 예화 혹은 뻔한 예화를 피하라. 예화집에서 찾은 예화는 대부분 죽은 예화라고 보면 된다. 성령께서 제공하는 예화가 살아 있는 예화다.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따로 표시해두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따로 메모하지 않는다. 매주 하나님이 적절한 예화를 공급해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설교의 예화를 찾을 목적으로 책을 읽으면 안 된다. 이럴 경우, 자신의 존재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교만 늘어날 뿐 존재는 그대로 있다. 예화집 뒤지는 것을 피하고, 아무리 좋은 예화라도 본문과 무관하거나 필요 없으면 버려라. 예화를 만들지도 말고, 과장도 말라. 만들었으면 만들었다고 말하라. 또 모 설교자가 웃기지 않는 설교는 죄라고 하는데, 지나치게 웃기는 이야기는 피해야 한다. 설교의 주제는 잊고 웃기는 대목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영화 <밀양>을 소재로 한 연속설교가 교회 안팎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문화를 설교에 접목시키게 된 계기가 있나.

세속 문화로부터 영성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아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고 이를 '문화 영성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2006년에는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 2009년에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설교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나왔을 때, 교인들이 내게 조언을 구해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도 계속 나와서 어떤 방법으로든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용기를 내어 설교로 다루었다. 예상보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영화 <밀양>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경우다. 많은 교인들이 이 영화에 대해 질문을 해왔고, 내가 직접 영화를 본 뒤 영화 속에서 많은 주제들을 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4주 동안 설교를 했는데 듣는 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교인들이 한 달 동안 한 가지에 주제에 깊이 몰입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어떤 설교보다 훨씬 강력한 치유의 효과를 만들어냈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전도에 도움이 됐다. 문화 영성 프로젝트가 교회 안팎에 미치는 영향, 특별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효과가 크다. 하지만 문화 영성 프로젝트를 의도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 깨어 있는 상태로 문화를 보다 보면 성령께서 보여 주시리라 믿는다. 문화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설교자들도 문화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문화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들에게 설교에 대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자기 고백적인 설교가 되게 하라. '회개하십시오'가 아니라 '저는 회개합니다'고 말하라. 설교자들이 얼마나 가르치려 드는지 모른다. '여러분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지 말고, '나는 이렇게 믿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호소해야 한다. 또 회중을 존중하라. 강단에서 교인들을 향한 구박과 짜증과 닦달과 책망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회중이 수준에 못 미친다고 잔소리하고 짜증내면 안 된다. 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선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자신의 믿음과 불신, 확신과 회의, 의문과 질문에 정직하되 진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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