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들이 나를 죽이겠습니까'
'설마 그들이 나를 죽이겠습니까'
  • 이승규
  • 승인 2010.11.1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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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아이티 시티솔레이에서 사역하는 안홍기 목사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주에 있는 시티솔레이(Citie Soleil), 태양의 도시라는 좋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제 3대 범죄 도시 중 하나다. 갱단의 본거지인 이곳은 여행객은 물론 선교사들도 들어가기 꺼려하는 곳이다. 지금 시티솔레이에 머무르는 선교사조차도 다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 목사를 초청한 아이티 선교사는 대낮에도 두 번이나 강도를 당했고, 어느 평신도 선교사는 고아원 건립 기금을 가지고 그곳을 지나던 중 돈을 전부 털렸던 악명높은 지역이다.

▲ 아직도 지진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티.
며칠 전에는 유엔군이 아이티 사람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죽었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총격으로 죽어나가고 지진 이후에는 콜레라까지 발생해 환경이 열약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곳이 시티솔레이다.

그런 곳에 겁도 없이 이곳에 들어간 목사가 있다. 안홍기 목사다. 안 목사는 2002년 목사 안수를 받고 중국에서 찬양의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다, 올해 초 아이티에 들어갔다. 아이티에서 선교를 할 것이라는 꿈도 없었는데, 아이티를 돕기 위한 선교 헌금을 전달하러 그곳에 들어갔다 그만 발목이 잡혔다.

안 목사는 아이티란 나라 자체를 잘 몰랐다. 그저 도미니카공화국 옆에 있는 가난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1월 발생한 지진 때문에 아이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안 목사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위험하다는 시티솔레이에 자리를 잡았다. 위험하지 않았냐고, 무섭지 않았냐고 묻자, 안 목사는 빙그레 웃으며 "설마 그들이 나에게 해코지를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갱들만 가득 있는 도시에서 키도 조그만 동양 사람이 들어오자, 현지인들은 안 목사를 유심히 살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점 안 목사의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안 목사는 지금 시티솔레이에 스포츠센터를 짓고 있다. 보디빌더를 한 안 목사는 1997년에는 미스터 서울을, 1998년에는 미스터 코리아를 차지할 정도로 그쪽 바닥에서는 알아주는 선수였다. 이 당시 경험을 살려 안 목사는 시티솔레이에서 보디빌더를 가르칠 계획이다. 안 목사는 갱들이 많아서 그런지 유난히 몸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래서 안 목사에게 보디빌더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안 목사는 신학교를 다닐 때 전국에 있는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재소자들에게 보디빌더를 통해 복음을 전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시티솔레이에 있는 갱들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아이티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안홍기 목사.
안 목사는 시티솔레이에서 김승돈 선교사와 함께 사역을 하고 있다. 안 목사는 모든 선교가 그렇지만, 아이티는 특히 전략을 잘 짜서 와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티는 원래 카톨릭 국가였는데, 부두교와 기독교가 섞여 그 나라의 독특한 종교를 만들었다는 게 안 목사의 얘기다.

안 목사는 아이티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 교육이라고 했다. 기성세대는 바꾸기 힘들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청년들은 지금 교육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바른 기독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안 목사는 기복신앙, 부를 축적하는 기독교는 진정한 기독교가 아니라고 했다. 예수그리스도가 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지, 예수를 왜 믿는지, 기독교는 무엇을 위한 종교인지 아이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최근 아이티 현지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안 목사는 현재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데, 상황을 잠시 지켜본 뒤 다시 시티솔레이로 들어갈 계획이다.

"보디빌더와 태권도 등을 통해 현지인들과 접촉점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예수를 전하면 그들도 별 거부감 없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예수님이 지켜줄 것이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갱들과 함께 다닐 정도로 관계를 맺었다.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정말 제대로 된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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