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 좀 더 고민하자'
'단기선교, 좀 더 고민하자'
  • 이승규
  • 승인 2008.07.3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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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세계선교대회 둘째 날 선택 포럼…'준비 없이 나가는 건 안 돼'

   
 
  ▲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는 단기선교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샘물교회 봉사단이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 탈레반에게 납치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 교회는 선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 언론과 누리꾼들은 한국 교회가 개종만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 선교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온 한국 교회의 선교 방식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계기로 전면 재검토의 대상이 됐다. 특히 논란이 됐던 것은 여름방학 때 봇물을 이루는 단기선교에 대한 것이었다. '단기선교를 하지 말자'부터 시작해 '단기선교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 등 여러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카고 휘튼대학에서 열리고 있는 제6차 한인세계선교대회 둘째 날에도 단기선교 전략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선택 강좌 시간에 마련된 포럼이라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김정한 선교사(SON ministry 대표)와 백신종 선교사(캄보디아), 이용웅 선교사(GP 한국 본부), 김동승 선교사(북미원주민선교)와 20여 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단기선교 필요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은 곤란

발제에 나선 선교사들은 '단기선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교회가 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정한 선교사는 "단기선교는 분명히 부작용이 있지만, 이런 이유로 안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좀 더 전문적인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승 선교사는 단기선교의 단점으로 △선교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선교지의 현지 사정을 간과하고 △준비와 훈련의 부족 △장기선교에 비해 비용이 5배 정도 더 든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제 단기선교를 좀 더 전문적이고 건설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교회가 간다고 해서 덩달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상황을 완전히 숙지하고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선교사들은 특히 준비 기간을 강조했다. 가기 전 자주 모여 같이 가는 사람들끼리 얼굴도 익히고, 간단한 언어도 배우며, 무엇보다 기도로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기선교를 와서 머무는 기간이 1주에서 2주 정도 되지만, 그 전에 6개월 가까이 준비해야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나 현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왔다 가는 건 잠깐이지만,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서는 오랜 기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용웅 선교사는 "단기선교를 하러 오는 10개의 팀이 있으면 그 중 1개의 팀만 제대로 준비를 해 온다"며 "이왕 올 거면 제대로 준비를 해서 오라"고 충고했다. 백신종 선교사는 "단기선교를 하러 온 어느 팀의 경우 현지 공항에 내려서야 서로 인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면 효과적으로 사역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어느 교회는 사도행전적인 선교를 하겠다며, 현지 선교사와 접촉하지 말고, 무조건 성경 나눠주고 돌아오면 나머지는 성령이 알아서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들이 돌아가고 난 뒤 과연 누가 그들을 돌볼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어떤 잡지에 태국으로 단기선교를 왔던 팀이 현지인 100명을 결신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마침 내가 태국에서 선교를 하고 있어서, 수소문을 해보니 아는 목사한테 그 명단을 다 넘기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번호를 넘겨받은 목사가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이들이 정말 예수를 믿으려고 결신 카드에 번호를 적은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니까 적어준 것이라고 하더라. 결국 한 명도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 선교사는 이게 바로 현장의 명암이라고 했다. 글만 읽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은혜를 받겠지만, 정작 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는 얘기다.

선교도 관계다

선교사들은 선교도 관계라고 했다. 기독교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무조건 예수 믿으라고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먼저 현지인들과 관계를 잘 맺으면 자연스레 예수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용웅 선교사는 "단기선교를 하러 온 어느 팀을 받았는데, 이들이 불교를 믿는 사람도 많고, 무슬림인 사람도 많은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둥부터 붙잡고 큰 소리로 기도를 하더라. 선교사가 기도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매우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이 선교사는 "어떤 면에서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고정 간첩이고, 단기선교를 온 사람들은 남파 간첩이다"며 "남파 간첩이 고정 간첩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교회 교인들의 경우 열정은 매우 뜨거운데, 현지 상황을 살피는 센스는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들의 발제가 끝나자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의료 선교팀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참가자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백신종 선교사는 "의료 선교를 하러 오는 분들은 몇 명이 진료를 받았고, 몇 명의 병이 나았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진료도 중요하지만 현지인 의사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선교사나 선교 현지의 신용을 알 수 없어 매년 가게 되는 곳만 간다며 선교 단체들이 선교사들의 신용 평가를 해줄 수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정한 선교사는 "현재로서는 선교사들이 신용을 따질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단기선교를 가기 전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단기선교와 관련된 포럼은 대회 넷째 날인 7월 30일 '단기선교,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다시 열린다. 이 자리에는 강대흥 선교사의 사회로 장순호 선교사, 최광규 선교사, 백신종 선교사, 안종렬 선교사, 김선옥 선교사가 패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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