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성 없는 한국 선교
여전히 반성 없는 한국 선교
  • 이승규
  • 승인 2008.08.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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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세계선교대회, 양적인 성장만 강조…선교의 지평을 넓혀야

   
 
  ▲ 선교대회가 시작하기 직전 입장하기 위해 바깥에서 모인 선교사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선교사는 약 1만 8,000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만 8,000여 명의 한인 선교사들의 축제인 한인세계선교대회가 지난 8월 1일 막을 내렸다. 6회를 맞은 올해 대회는 시카고에 있는 휘튼대학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단일 국가가 이렇게 큰 대회를, 그것도 남의 나라에서 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보다 선교사를 훨씬 더 많이 파송하는 미국(약 6만 명)에도 선교와 관련해 이런 대규모의 행사는 없다. 이번 대회의 영어 대회 코디네이터를 맡은 이승한 목사는 "이렇게 큰 대회를 여는 민족은 한민족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5,000여 명 중 선교사는 약 1,800여 명.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전체 선교사의 10분의 1 정도가 참여한 셈이다. 선교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참가자는 각 교회 담임목사와 평신도 등이다.

세계한인선교대회는 참여한 선교사들에게 쉼과 정보 교류, 선교사 간의 네트워크 활성화 등 많은 유익을 주었다. 평신도들에게는 선교에 대한 열정을 불어 넣어줄 수 있었다. 평신도들은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와 목사들의 설교를 들으며 선교에 대한 열망을 일깨웠다.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이번 대회에 참여한 한 선교사는 "중국에 3년 있으면서 얻은 정보보다 여기 며칠 머무르면서 얻은 정보가 훨씬 많다"고 했다. 각지에서 여러 선교사가 모이다 보니 정보 습득이 훨씬 쉬웠다. 대회 일정이 빡빡하게 짜이긴 했지만, 강의나 저녁 집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선교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시카고 시내 관광을 나가는 등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치열하게 사역해왔던 선교사들에게는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종과 숫자 중심의 공격적 선교 강조

   
 
  ▲ 대회에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이제 한국 교회 선교도 지평을 넓여야 할 때가 왔다.  
 
하지만 한국 교회 선교의 한계가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개종을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선교 인식의 틀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첫째 날 개회예배에서 환영사를 한 장순호 선교사는 지난해 있었던 '아프간 피랍 사태를 사탄의 계략'으로 정의했고, 주제 강연을 김남수 목사(뉴욕순복음교회)는 아예 '예루살렘에 있는 황금 모스크가 무너지게 해 달라'고 했다. 현장에 있는 선교사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선교는 영적 전쟁임을 강조하면서,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전히 숫자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강승삼 목사가 강조한 'TARGET 2030'이 좋은 예다. 2030년까지 선교사 10만 명 파송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마치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다. 고석희 목사(지구촌선교교회)는 "1988년 시카고에서 한인세계선교대회를 처음 열었을 때 한인 선교사는 불과 550여 명에 불과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겁도 없이 2000년까지 1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지금 어떤가. 1만 명을 넘어 2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TARGET 2030' 역시 이런 마음으로 하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온 선교 방식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1988년부터 10여 년 동안 선교사 1만 명 파송이라는 목적을 이루었으니, 2030년까지 10만 명의 선교사도 충분히 파송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략과 전술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 믿는 사람은 무조건 선이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은 무조건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략과 전술을 말한다. 대회 마지막 날 '세계 선교의 전략과 전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강연을 한 김남수 목사는 "선교는 전쟁이다. 선교사는 전장의 군인이다. 승리자는 전체를 소유하고, 패배자는 전체를 잃어버린다. 서구 선교사들은 몽골에서 한 개의 교회도 세우지 못했지만, 한인 선교사는 몽골에 교회를 수십 개 세웠다. 한인 선교사는 교회를 먼저 세우고 본다. 이게 약점일 수 있지만, 하나님은 강점과 약점을 같이 쓴다. 전투의 개념으로 항공모함의 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넓혀야 할 선교의 지평

   
 
  ▲ 뜨겁게 기도하는 대회 참여자들.  
 
이번 대회에 눈길을 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신대학교 채수일 교수다. 채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하나님의 선교 이후에 선교'와 '평화, 대화, 섬김으로서의 선교'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하지만 이 강좌에 참여한 사람은 3~4명이 전부였다. '평화, 대화, 섬김으로서의 선교' 첫 번째 시간은 참석자가 적어 강좌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격적이고 수적인 선교가 강조되는 곳에서 '평화, 대화, 섬김' 같은 내용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한인세계선교대회는 이제 20살을 맞았다. 그 나이에 걸맞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채수일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주최 쪽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한인 선교사 몇 천 명이 모이는 대회를 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역량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량을 제대로 써야 한다. 여전히 선교에 대해 편향되어 있다. 이제는 평화와 대화로서의 선교도 말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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