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주는 아름다움
작은 것이 주는 아름다움
  • 이승규
  • 승인 2008.08.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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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덫에 빠진 교회…겨자씨만한 믿음을 회복해야

   
 
  ▲ 6월 말에 열린 열린 말씀 컨퍼런스. 조그만 교회에서 인원도 적게 모였지만, 진정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보였다.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세 곳의 집회를 취재했다. 6월 말에는 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에서 진행된 '열린 말씀 컨퍼런스', 7월 중순에는 뉴욕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김문훈 목사 초청 할렐루야대회', 7월 말에는 시카고에서 열린 '한인세계선교대회'가 그것이다.

작은 교회 건물에서 열린 말씀 컨퍼런스에는 200여 명이, 큰 교회 건물에서 열린 할렐루야대회에는 3,000여 명이, 대학 캠퍼스를 통째로 쓰면서 열린 한인세계선교대회에는 5,0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장 관심이 갔던 집회는 한인세계선교대회였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선교사들이 4년에 한 번씩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규모의 대회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궁금했다. 또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 한국 교회(미주에 있는 한인 교회 포함)가 선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가장 가고 싶지 않았던 집회는 할렐루야대회였다. 부흥회가 시작되기 전 부산 포도원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김문훈 목사의 설교를 들어봤다. 많은 사람에게는 그의 설교가 인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기자에게는 아니었다. 김 목사의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치 하나님을 복을 주는 신처럼 그려내는 그의 설교는 대회 내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가장 도전을 많이 받은 대회는 '열린 말씀 컨퍼런스'였다. 비록 모인 인원은 제일 적었고, 대회 규모도 앞의 두 개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의 우상인 물신주의를 거부하고, 진정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큰 것 강요하는 자본

   
 
  ▲ 약 3,000명이 모인 할렐루야대회. 하나님을 복 주는 신으로만 생각하는 강사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규모의 덫에 빠졌다. 세상은 규모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1년에 얼마를 벌고, 종업원 수가 몇 명인지 등이 한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고, 재산이 얼마고, 1년 연봉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많은 사람이 이 기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사람은 소수다. 우석훈 교수가 쓴 <88만 원 세대>에 따르면 20%만이 부를 소유할 수 있다. 나머지 80%는 부를 축적할 수 없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세상은 마치 개인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처럼 유혹한다. 그래서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양 모두가 그 길을 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그것을 감시하고 경고해야 할 교회도 마찬가지다. 목회의 성공은 얼마나 큰 교회를 짓고, 몇 명의 교인을 모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너도나도 빚을 내서 교회 건물을 짓고, 교인을 불러 모으기 위해 감언이설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잘못들은 큰 것을 이루기 위해 희생되곤 한다. 일단 그렇게 성공하고 나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포장한다.

이런 목사의 설교를 듣다 보니 교인들도 규모의 덫에 빠졌다. 대형 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교회의 크기와 자신의 신앙 수준을 동일시한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크면 사람들에게 교회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고, 조그만 교회에 다니면 '그냥 동네에 있는 조그만 교회에 다녀요'라고 말한다.

시카고에서 열린 한인세계선교대회에서 줄곧 주창한 '선교 2위 한국'도 선교사 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할렐루야대회 강사로 온 김문훈 목사는 자신이 몇 년 만에 교인 수를 몇 배나 늘렸고, 자신의 설교를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1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예수

작은 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보다 불편한 점을 더 많이 준다. 먹거리의 경우 유기농 농장을 찾는 것보다 대형 마트를 찾는 것이 더 쉽다. 공장식 농업으로 대량 생산을 해내는 먹거리를 소규모의 농업이 당해낼 수 없다. 귀찮음도 한몫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자꾸 큰 것을 만들라고 말한다. 공장식 농업으로 소를 대량 생산하지만, 혜택은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대형화는 우리에게 매우 큰 유혹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를 거부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 대형화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모이는 숫자는 적지만 진정한 하나님나라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열린 말씀 컨퍼런스가 기자에게 도전이 됐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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