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교회 강단에 꽃 장식이 없는 까닭
만남의교회 강단에 꽃 장식이 없는 까닭
  • 박지호
  • 승인 2008.08.15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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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장학금 마련 위해 '강단 꽃' 대신 '미래 꽃' 헌금으로

   
 
  ▲ 만남의교회 박성호 목사는 "한인 교회들이 사람을 키우는 일에 더욱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LA에 있는 만남의교회(박성호 목사) 강대상에는 꽃 장식이 없다. 박성호 목사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강단 꽃에 사용하는 헌금과 정성이 아까웠다. 한 번 장식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도 50~100불이니, 매주 50불씩만 모아도 1년이면 2,600불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2세들을 키우는 장학금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은 꽃’으로 강단을 꾸미는 대신 ‘살아 있는 꽃’인 2세들을 키우자고 교인들을 설득했다.

박 목사는 작년 12월 8일자 목회 칼럼을 통해 “매주 쓰고 버리는 강단 꽃 대신 2세를 위한 씨앗을 심자”고 교인들에게 제안했다. 

“화분에 꽂힌 꽃과 다발 속에 있는 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살아 있는 꽃, 다른 하나는 죽은 꽃이지만, 둘 다 향기도 있고 둘 다 모양도 예쁩니다. 하지만 이 두 꽃의 큰 차이는 죽은 꽃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살아 있는 꽃은 계속해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강단의 꽃을 위해 헌금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매주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의 마음을 담아 하나님의 예배당을 교회를 아름답게 장식해왔습니다. 내년부터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강단의 꽃 헌금을 미래의 살아있는 꽃인 우리 자녀들과 2세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길 원합니다.”

교인들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장학금의 이름은 ‘만장 Scholarship’으로 정했다. ‘만장’이란 말은 만남의교회 장학금의 준말이기도 하지만, ‘매우 높음’이란 뜻도 있고, ‘온갖 장애’란 뜻도 함께 지니고 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해 전도유망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될 수도 있고, 신체적, 경제적 장애로 인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다는 뜻도 있다.

만남의교회는 최소 한 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기로 하고 3만 불을 책정했다. 교회 예산에 책정된 1만 불에 강단의 꽃을 장식하는 비용을 보태고, 교인들로부터 2세들을 위한 ‘미래 꽃 헌화’를 받았다. 생일이나 돌, 회갑과 같은 감사한 일이 있을 때 미래의 꽃을 위해 헌금하는 것으로 헌화를 대신했다. 1년간 50불 어치를 모았을 뿐이지만 박 목사는  틈틈이 폐품을 모아 팔아서 보탰다. 교인들은 바자회를 열어서 장학 기금을 채워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만남의교회 25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0일에는 17명의 학생들에게 총 5만 불의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했다. 믿음, 소망, 사랑 장학금으로 나눠 ‘믿음장학금’(1,000불) 11명, ‘소망장학금’(2,000불) 5명, 학비 전액을 제공 받는 ‘사랑장학금’(3만 불) 1명을 뽑았다. 앞으로 2~3년 간 학비 전액을 지급받는 사랑장학금은 탈봇신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목회자에게 돌아갔다. 사랑장학금 수혜자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액수의 장학금을 주셔서 감사한다”며 소감을 남겼다.

지역 주민의 자녀와 재정 도움이 필요한 신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했다. 선발위원회는 박 목사를 제외한 교회 중직자들이 맡았다. 장학금으로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사전 조사도 치밀하게 했다. 가급적 필요한 사람에게 주자는 취지를 바탕으로 성적보다 재정 상태와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소명에 대한 부분에 집중했다. 애초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만남의교회 교인 중에서 장학금 수혜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박 목사는 공부하고 싶어도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못하는 가능성 있는 목회자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괜찮은 목회자를 찾지만 말고 지금부터 키우자며, 한인 교회들이 사람을 키우는 일에 힘을 쏟도록 도전하고 싶었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 만남의교회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기념타월을 돌리는 대신 2세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 제공 : 만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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