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원시 상태인 한인 사회, 장기적 도움될 것
정치적 원시 상태인 한인 사회, 장기적 도움될 것
  • 김성회
  • 승인 2010.07.30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철 교수, “재외 국민 투표권은 허용 아닌 회복”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면서 한인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되어 갈등과 대립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이에 박상철 교수(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원장)는 "재미 동포 사회는 투표권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원시적인 사회였다. 정치가 없는 곳은 인권의 사각지대가 된다. 한국에서 정당이 들어오는 것은 정치 시대의 개막을 뜻한다. 당장은 싸울 수도 있지만 그 전의 다툼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간담회를 하고 있는 내일을여는사람들.  
 
지난 7월 29일 평화의교회 선교관에서는 ‘내일을여는사람들’ 주최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인 박상철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재외 동포 참정권 부여와 LA,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인 실태"라는 제목의 이번 강연회를 통해 박상철 교수는 "2012년 선거부터 투표를 하겠다는 층이 전체의 20%로 나타났으나 우편 투표 불허, 유권자 등록을 위한 공관 방문 등의 어려움으로 실제 투표율은 10%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상철 교수는 UC Irvine 대학교 법학부에 교환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700명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참정권 부여에 따른 미주 한인 의식"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재미 동포 사회는 원시적인 사회

박 교수는 얼마 전 있었던 서경석 목사의 강연을 예로 들며 "우익 단체 결성을 위해 재미 동포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발상 자체가 유신 때 독재의 발상이다. (서목사가) 여기를 원시 상태로 보고 애국지사 흉내 내기를 한 것인데, 이것은 정치가 없던 시절의 나이브한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아직도 동포 사회를 필요할 때 군자금 걷어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정치 목사에게 일침을 날렸다.

박 교수는 "선거 때 정치의 주체는 정당이 된다. 현재는 해외에 정당 조직을 두는 규정이 없어서 문제인 것인데, 이것은 법 개정을 통해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당 조직이 생겨나면 민주적인 토론과 시스템도 함께 들어와서 장기적으로는 한인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이런 재외 동포의 정치 참여에 가장 큰 걸림돌로 그가 꼽은 것은 선거 제도였다.

"미주 한인의 경우는 총영사관에 가서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할 때 다시 한 번 재외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우편 투표도 허용이 안 될뿐더러 투표일은 공휴일도 아니다. 부정 선거로 적발되면 여권을 몰수하겠다는 것이 선관위의 방침이다. 동포 사회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제도로는 투표율이 매우 낮을 것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때다."

재외 국민 투표권은 ‘허용’ 아닌 ‘회복’

박 교수는 "유신 독재의 시작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던 해외를 잠재우고자 투표권을 빼앗았던 것이다. 민주화가 됐는데도 72년의 법 규정을 고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라며 재외 동포의 참정권은 기본권의 회복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LA지역은 4.29 폭동 등을 겪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적 의식도 강하고 유권자의 숫자만 30만에 가까운 거대 지역구라는 점도 거론됐다. 박상철 교수는 "저항 의식도 강하고 정치적 의식도 강한 곳이 LA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 그래도 미국에 오는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인데, LA는 반드시 방문할 것이며 캐스팅 보트의 역할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 경기대 박상철 교수.  
 

박 교수는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예로 들며 "후보자의 선택 기준이 정당(6.7%)보다는 인물·능력(53.0%)에 치중돼있다. 이것은 동포 사회에 "정당으로의 귀속감" 내지는 "정치적 분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현상을 보여주는 예다. 반면에 주된 성장지가 미국인 재외유권자의 경우는 인물·능력(25%)보다 정당(33%)이 높은데, 이는 미국 정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당 정치가 정착되면 정치 참여의 질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시민 사회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

동포 사회의 여론 분열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 정치적 의식의 수준이 올라갈 것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시민 사회 운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단체와 정당은 살과 뼈의 관계다. 시민 단체가 살이면 정당이 뼈라고 볼 수 있다. 공명선거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시민 단체들의 몫이다. 곧 유권자가 생길 것인데 현재 동포 사회에 있는 시민 단체들을 시민 단체라고 볼 수 있는가? 당장 한인회의 문제만 놓고 봐도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미주 한인 사회의 대변인을 할 것인데, 현재로서는 한국 정당의 추종 세력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결국은 자생적 시민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중앙선관위가 미국의 선거 부정까지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므로 한국 정부는 해외 시민 단체들의 지원을 통한 공정 선거 감시의 방법을 생각해 봐야한다. 정당 조직도 미주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먼저 만들고 그 것을 정당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복수 국적, 이해 당사자가 싸워야

복수 국적과 관련한 지적도 많이 있었다. 박상철 교수는 "세계적으로 복수 국적 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복수 국적과 관련하여 폐쇄적 입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외국민 참정권 소송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다 미국 시민권자들이었다. 복수 국적은 21세기로 가는 통로다. 법을 바꾸려면 싸워야 한다"며 재외 동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복수 국적이 세계화 될수록 세계 평화에서 맞는 기류이며 우리 같은 경우는 복수 국적 문제가 여러 가지로 필요하다. 출산율도 낮고, 해외 동포들 중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외 선거를 이용하며 복수 국적 문제를 논의해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아시다시피 굉장히 폐쇄적인 사회다. 말로만 해외 동포들이 한민족이라고 해왔지, 실제로 헌법 위헌 판결을 받은 다음에야 움직이지 않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복수 국적 문제까지 끌고 가는 것이 제3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개념 규정을 하고 싶다. 그 동안에 한국 본토 사회와 동포 사회가 하나 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대등한 관계로 가게 된다. 처음에는 한국 도움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주 한인들은 이미 미국의 선진적 정치 시스템을 알게 모르게 흡수한 토양이 있다. 한국의 모임은 누군가 나서서 밥값을 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십시일반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사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정권이 부여됐으니 다음 목표는 자체 대표를 뽑는 일이 돼야 한다. 현재는 전국구의 비례 대표가 해외 동포들이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라, 지망자가 정당을 쫓아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종속적인 형태로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20만 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의 해외 대표를 인정하는 이탈리아 방식 등을 고려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